“쿠팡은 미국거예요?” 연이은 국적 논란에 쿠팡이 내놓은 답
쿠팡의 로켓배송을 통해 아침에 주문하고 저녁에 물품을 받아본 이들이라면 쉽사리 이 편리함을 포기하기 어려울 텐데요. 소셜커머스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에 올라있는 쿠팡은 코로나19로 온라인 배송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1% 급성장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고속성장하는 매출을 보며 쿠팡 임원진들이 흐뭇해하고 있던 사이 소비자들은 쿠팡에 하나둘씩 등을 돌리기 시작했는데요. 로켓배송이라는 실생활의 편리함까지 포기하면서 소비자들이 집단 불매운동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현재 SNS에서는 ‘쿠팡탈퇴’인증샷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트위터상에서 쿠팡탈퇴에 관한 게시글은 10만건 이상 업로드 되거나 리트윗 됐는데요. 지난 19일에는 트위터상에서 ‘쿠팡탈퇴’가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이토록 쿠팡에 화가 난 이유가 무엇일까요?
쿠팡이 이번에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을 맞닥뜨리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물류창고 화제사건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화재로 인해 드러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와 경영진들의 안일한 대처가 소비자들을 화를 키웠다고 보는 게 맞을 텐데요.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화재가 일어난 지 사흘째 되는 날 화재 진압을 위해 투입됐다 실종된 김동식 119구조대장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쿠팡 탈퇴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화재가 일어난 이후 쿠팡 측이 보인 첫 반응은 대중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화재가 일어난 지 5시간 만에 쿠팡은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이 “글로벌 경영에 더 주력하겠다”라며 국내 의장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요. 곧바로 ‘회사 내부에 대형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적절한 처신이 아니다’라는 논란이 크게 일었습니다.
이에 쿠팡 측에서는 김 의장의 국내 의장 직책에서 물러나는 것은 지난달 진즉 결정된 내용이라 화재사고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시기가 적절치 못했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번 화재에 대한 회사의 공식사과도 대중을 한층 더 싸늘하게 만들었습니다. 쿠팡은 화재가 난 지 32시간이 지나서야 강한승 쿠팡 대표 이름으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는데요. 지난 18일 강 대표는 “화재 진압을 위해 애쓰는 소방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며 “화재 원인 조사를 비롯한 사고 수습 모든 과정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때 사과 자체도 너무 늦은데다 쿠팡에 실질적인 경영권을 쥐고 있는 김 의장이 직접 나서 사과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이 나왔는데요.
사실 쿠팡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가장 꾸준히 언급되온 문제는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인데요.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어나가기 위해 직원 한 사람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작업량을 요구해왔다는 비판에 관한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1월 영하 11도의 매서운 추위와 맞서며 일하던 50대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한 바 있으며, 지난해 10월 경북 칠곡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 1명은 심야근무를 마친 뒤 자택에서 숨졌습니다. 쿠팡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지금껏 쿠팡 물류센터와 외주업체 등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무려 9명에 달하는데요.
이보다 앞서 쿠팡 사업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되온 논란은 바로 쿠팡 기업에 대한 국적논란입니다. 한국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벌이고 있는, 모두가 아는 쿠팡의 본사는 사실 한국에 있지 않습니다. 쿠팡의 본사는 미국에 본사가 있는 ‘쿠팡 LLC’인데요. 쿠팡LLC는 쿠팡의 지분 전체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상 쿠팡의 모회사입니다.
현재 쿠팡LLC의 이사회는 창업주 김범석 의장을 비롯해 1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쿠팡이 미국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주주와 이사진 현황자료를 보면 이사진 대부분이 미국 국적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우선 김 의장은 재미교포 1.5세로 미국국적을 갖고 있으며, 아마존 출신의 고라브 아난드 CFO, 밀리콤 부사장 출신 해롤드 로저스 CAO 등 외국인 임원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쿠팡의 자본금 또한 대부분 해외에서 유치된 것인데요. 잘 알려진 대로 쿠팡LLC에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주주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 해당 펀드는 일본기업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전 세계 투자자로부터 1000억 달러 상당의 자금을 조달받아 만든 펀드입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쿠팡에 총 3조3000억원 가량을 투자함으로써 지분 37%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죠.
이사진 대부분이 미국인이고, 자금마저 사실상 전액을 해외에서 유치했다 보니 일각에서는 쿠팡이 외국기업이라고 단정 짓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쿠팡 대표는 한국 국적을 포기한 미국인이고 최대주주는 한국말은 하지도 못하는 일본인”이라며 “임원진, 최대주주 다 외국인이고 최하위 노동자만 한국인인데 쿠팡을 어찌 한국기업이라 할 수 있느냐”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기업 국적 논란에 쿠팡은 “쿠팡은 한국기업이 맞다”라는 주장을 계속해서 관철하고 있는데요. 계속된 논란에 쿠팡은 재작년 ‘쿠팡에 대한 거짓 소문에 대해 알려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쿠팡은 한국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99% 이상을 한국에서 운영한다”라며 ”2만5000명의 직원을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연간 1조원의 인건비를 지급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기업의 국적논란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선도 있는데요. 쿠팡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99%가 한국인이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은 한국에 내고 있으니 경영 지분 구조만으로 기업의 국적을 정하는 게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KB금융은 외국인 지분은 70%에 달하고, 삼성전자와 네이버의 외국인 지분율도 60%에 가깝지만, 대중은 이 세 기업을 두고 한국기업이 아니라고 여기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지금까지 화재사건으로 촉발된 쿠팡 불매운동과, 그간 쿠팡에게 불거진 노동환경, 기업 국적 이슈 등을 살펴봤는데요. 과연 앞으로 등 돌린 소비자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기 위해 쿠팡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