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인데도 방송사들이 ‘연말 시상식’ 포기 못하는 건 바로…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으로 방송가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여름부터 겨울까지 꾸준히 이어진 지상파 3사에서의 확진 판정이 계속되고 있지만 방송국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말 시상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연말 시상식 행사 2개는 마쳐지고 앞으로 4개가 남은 상황인데요.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방송사들이 연말 시상식을 포기하지 못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졌습니다. 지난 19일 방송된 SBS 연예대상은 이런 현실을 보여주듯 전례 없던 모습을 보였는데요. 시상식 참석 연예인들은 각각 자신의 하관이 그려진 마스크를 썼고 ‘이광수 게 섰거나 만능 시상팔’이라는 긴 막대를 이용해 시상이 진행됐습니다.
방송이 나간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실내에 몇 백 명이 모여있는 것은 물론 무대 위에 올라오면 마스크를 벗고 말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데요. 가까이 붙어앉아 마이크도 돌려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방역은 그냥 보여주기식 아니었냐”며 “코로나 시국을 예능 소재로 사용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시국에서도 지상파 방송사들이 연말 시상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민언련은 이에 대해 ‘막대한 광고 수익’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출연하고 축하공연을 하는 시상식은 시청률이 집중돼 광고가 많이 몰리는데요. 방송사들은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것이죠.
SBS 홍보책자 12월 호 CRE@M지에 따르면 ‘연예대상’ 시상식 1부에 나오는 15초 광고단가는 1,300만 원, 2부 광고는 1,500만 원입니다. 홍보책자에는 SBS 연말 시상식이 타사보다 시청률이 높다며 광고 구매를 유도하는 문구가 있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시상식 강행이 광고 수익 때문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비판이 이루어지는 와중에도 아직까지 시상식 생중계 방송을 포기할 방송사는 없어 보입니다. 각 방송국 SNS 계정에서는 시상식 티저 영상과 함께 참여를 독려하는 게시글들이 올라와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29일 MBC 방송 연예대상, 30일 MBC 연기대상, 31일 SBS 연기대상, KBS 연기대상이 방송될 예정입니다.
해외 시상식 풍경은 사뭇 달랐습니다. 미국 영화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내년 4월로 전격 연기됐는데요. 미국 방송가의 최대 축제인 에미상 시상식은 올해 온라인 위주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레드 카펫 행사도 생략하고 관중도 없는 모습이었죠.
백여 명의 수상 후보들은 모두 각각 자택에서 온라인으로 시상식에 참여했는데요. 시상식 사이사이에는 코로나19를 풍자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시상자들에게 전해질 트로피는 모두 방송 관계자가 방역복을 입고 준비해 배우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가 전달했습니다. 이 밖에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도 노벨 시상식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해외 시상식과 대비되는 방송 3사 시상식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연일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한 네티즌은 “랜선 청중은 잘만 모아놓고 연예인들은 왜 랜선으로 모으지 않는 거냐”며 “연예인들과 스태프들은 코로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 같아 걱정된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국민들에게만 연말연시를 조용히 보내라고 하지 말고 공적인 단체 활동도 하지를 말아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청원인도 “지금이 연말을 즐길 상황은 아니다. 연말 행사 취소가 필요하다”고 청원했습니다.
얼마 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3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죠.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최고 수준인 3단계 격상 여부를 검토 중일 정도로 상황은 심각합니다. 철저한 방역지침을 외치며 5인 이상의 모임도 금지하는 지금. 연말 시상식 강행에 나선 방송사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