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마리에 2만원 시대, 10년 전과 비교해보니 놀라운 가격변화
만원 초반이었던 치킨 가격
이제는 2만 원으로도 살 수 없어
가격 상승에 매출까지 하락
|
치킨 가격이 어느새 2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불처럼 타올랐던 치느님 열풍도 2만 원이라는 가격 앞에 무릎 꿇은 듯, 이전처럼 치느님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크게 줄었습니다. 그렇다면 한창 치느님 열풍이 불었던 10년 전, 치킨 가격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함께 알아보시죠.
10년 전 치킨 가격
2010년 유명 프랜차이즈의 프라이드치킨 가격은 1만 3000원에서 1만 6000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페리카나와 굽네치킨이 1만 3000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BBQ 치킨이 1만 6000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 당시 가격은 2009년 프랜차이즈들이 함께 가격을 인사하면서 기존보다 1000~2000원씩 비싸진 금액이었습니다.
치킨업계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2, 3월에 맞춰 한 번에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국회에서 단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치킨 한 마리가 너무 비싼 게 아니냐는 항의도 빗발쳤죠. 여기에 불을 끼얹은 것이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이었습니다. 당시 롯데마트는 프랜차이즈의 3분의 1 수준인 5000원에 프라이드치킨을 판매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와 함께 치킨 원가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
이에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통 큰 치킨은 대두유를 써 한 마리에 기름이 450원어치 들지만, 우리는 해바라기씨유로 1050원이 든다. 주사기로 양념을 주입한 생닭 구입비만 4300원에 파우더, 밑간까지 하면 한 마리에 약 7000원이 든다. 여기에 치킨무, 포장지, 월세를 합치면 한 마리 팔아봐야 1500원에서 2000원 밖에 안 남는다"라고 대응했습니다.
체감 2만 원을 넘는 치킨 가격
최근 치킨 한 마리의 가격이 2만 원을 넘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기본 메뉴인 프라이드치킨의 가격은 사실상 동결된 상태입니다. 한차례 상승하긴 했지만 10년 동안 2000원 상승한 수준이죠. 이는 그동안 치킨 업계가 치킨 자체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대신 닭의 크기를 줄이거나 배달료를 인상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했기 때문입니다.
치킨은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큰 음식 중 하나입니다. 한 예로 2017년 BBQ의 가격 인상이 정부와 여론에 의해 무마되기도 했죠. 때문에 2000원 인상 이후 치킨업계는 신제품을 처음부터 고가에 출시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인기를 끌었던 뱀파이어 치킨 한 마리 세트는 가격이 무려 2만 5000원에 책정되었습니다. 이는 신제품 가격을 높게 책정해 치킨 가격에 대한 심리 저항을 낮추는 전략으로 추정됩니다.
억울한 치킨집의 항변
배달비 추가, 신제품 고가 정책 등으로 치킨 가격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이 있지만, 치킨업계 종사자는 임대료, 인건비 상승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치킨 가격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방안이었다는 것이죠.
실제로 2010년 411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2020년 들어 8590원으로 2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서울의 상가 임대료도 부동산 상승과 함께 상승했죠. 2013년 말 평당 9만 7400원이었던 상가 임대료는 2016년 들어 평당 15만 6400원으로 높아졌습니다. 비용이 높아진 만큼 가격 인상으로 수익을 냈어야 했지만,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강해 납득시키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낸 것으로 보입니다.
배달에서 다시 매장으로
다만 배달료 부과와 가격 인상은 역풍을 맞았습니다. 2019년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치킨업체들의 실적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BBQ의 매출은 2353억 원에서 2300억 원으로 하락했으며 영업이익은 204억 원에서 182억 원으로 10.7% 줄었습니다. BHC도 매출 2391억 원이 2375억으로 하락하고 영업이익이 648억 원에 606억 원으로 6.4% 하락했습니다.
직접적인 매출 하락에 치킨업계는 배달에서 매장으로 무게를 일부 옮기고 있습니다. 홀 전용 메뉴를 출시하는 한편, 테이크아웃으로 고객을 유도하고 있죠. 교촌치킨 관계자는 "10%를 밑돌았던 테이크아웃 비중이 15% 이상 증가했다"라고 밝혔습니다. BBQ는 카페형 매장으로 전환할 시 인테리어 비용의 30%를 지원해주는 등 홀 매장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죠.
치킨 브랜드들의 이 같은 변화를 두고 한 관계자는 "외식 시장이 줄며 배달 시장에 주력했지만, 배달은 매출이 높아지긴 해도 업체의 수익 증가는 적은 구조"라며 "배달 중심의 수익 확대에 한계를 느낀 업체들이 다시 홀 매장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업체는 낮다하고 소비자는 높다하는 치킨가격, 기습 인상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글 박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