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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15년차 터진 대박, 1조 3천억 돈방석에 앉게 된 남자의 아이템

에스티로더, 닥터자르트 만든 해브앤비 인수 계약 체결

자본금 5천만 원, 현재 몸값 2조 원

'커버되는 회복 연고'가 대중적 메이크업 제품으로 변모

'K 뷰티가 힘을 잃고 있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력을 내세우며 아시아 시장을 장악했던 로드숍 브랜드들이 차례로 해외 매장을 철수하는가 하면, 중국 후발 주자들의 맹렬한 추격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죠. 물론 한국의 모든 뷰티 브랜드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한 브랜드들은 오히려 아시아를 넘어 미국·유럽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최근 '닥터 자르트'로 잘 알려진 국내 화장품 기업 '해브앤비'가 3CE에 이어 글로벌 코스메틱 그룹에 매각되어 화제입니다.

독일 출신의 피부 회복 크림

BB크림의 시초는 알렉스, 슈라멕 등 독일 브랜드였다ㅣ출처 Instagram @kyung8845

'닥터자르트'라는 이름을 들으면 제일 먼저 BB 크림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이유도, 지금의 닥터자르트를 만들어준 대표 상품도 바로 BB크림이기 때문이죠. 사실 BB크림의 시초는 한국이 아닌 독일입니다. 박피 등 피부과 시술을 받은 후 염증을 줄이고 붉어진 피부를 진정시키기 위해 개발된 일종의 연고로, 슈라멕, 알렉스 등의 독일 브랜드가 대표적이었죠. 파운데이션이나 컨실러처럼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약간의 커버 효과가 있어 뷰티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습니다.

이처럼 독일산 BB크림을 찾는 한국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한국 기업들도 앞다퉈 BB크림을 개발·생산하기 시작합니다. 다만 슈라멕이나 알렉스의 BB크림과는 그 특성이 약간 달라졌는데요. 가격은 낮아지고 커버력이나 자외선 차단지수가 강화되는 등 회복 연고가 아닌 대중적인 메이크업 제품으로 재탄생했죠.

한국형 BB크림, 닥터자르트의 시작

해브앤비의 이진욱 대표 역시 BB크림의 시장 가능성을 엿보고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케이스입니다. 회사를 설립하기 전, 그는 화장품과 아무 관련 없는 건축감리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요. 피부 트러블을 치료받기 위해 찾은 한 피부과에서, 젊은 여성들이 병원에서 판매하는 BB크림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BB크림 연구에 돌입한 겁니다.

출처ㅣYoutube 'Liz Kim'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니었던 만큼, 연구·개발은 의사들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18명의 피부과 전문의로 구성된 자문단과 함께 개발한 제품이기에 브랜드 이름도 '닥터 조인 아트(Doctor Join Art)'에서 따온 '닥터자르트'가 되었죠.

총 100여 개 제품 39개국에 수출하는 닥터자르트

닥터자르트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BB크림은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미국 여성들도 BB크림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바비브라운, 이브 생로랑 등 고가의 코스메틱 브랜드에서도 원래 없던 BB크림 제품을 개발해 판매할 정도였죠. 독일이 고향임에도 BB크림을 한국에서 태어난 K 뷰티의 일부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출처ㅣhankyung.com

대세를 이루는 한국 브랜드들 중에서도 닥터자르트는 눈에 띄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적당한 커버력을 보여주면서도 저자극, 피부 보호 등 BB크림의 본래 목적을 잊지 않은 제품으로 인기를 얻었죠. 출시할 당시부터 미국 시장을 공략했던 닥터자르트는 2011년 미국의 세포라 매장에 입점했으며, 올 11월 기준 전 세계 39개국에 자사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요. 이제는 BB크림뿐 아니라 모공관리, 회복 진정, 안티에이징 등 다양한 스킨케어의 영역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2015년 86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닥터자르트의 매출은 2018년 4898억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2조 원에 닥터자르트 인수한 에스티로더 컴퍼니즈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닥터자르트에게, 최근 한 가지 경사가 더 일어났습니다. 미국의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 컴퍼니즈가 해브앤비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인데요. 에스티로더 컴퍼니즈는 에스티로더, 맥, 바비브라운, 크리니크, 달팡, 아베다, 라메르, 톰 포드 뷰티, 조 말론 등 내로라하는 코스메틱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그룹으로, 전 세계 뷰티 시장 점유율 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에스티로더는 이미 지난 2015년 해브앤비의 지분 33%를 사들인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18일 나머지 66.7%에 대한 주식 인수 계약까지 체결한 것이죠. 현재 닥터자르트의 가치는 2조 원 수준이며, 에스티로더 컴퍼니즈가 인수를 위해 지불할 총 금액(지분 100% 기준)은 적어도 1조 3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데요. 5천만 원으로 차린 회사가 4만 배까지 그 가치를 불린 겁니다. 올 12월쯤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으로, 이후에도 이진욱 대표는 창업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역할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AHC, 3CE, 닥터자르트... 그 다음은?

닥터자르트, 3CE에 앞서 'AHC'로 잘 알려진 카버코리아가 유니레버에 팔린 바 있다ㅣ출처 mk.co.kr

닥터자르트보다 먼저, 3CE보다도 먼저 초대형 글로벌 기업에 비싼 가격으로 매각된 국내 기업이 있었으니, 바로 AHC로 유명한 카버코리아입니다. 카버코리아를 인수한 것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유니레버'였는데요. 도브, 바셀린, 립톤 등으로 잘 알려진 유니레버는 화장품 부문 세계 2위를 자랑하는 기업입니다. 2017년 매각 당시 유니레버는 카버코리아를 인수하기 위해 22억 7천만 유로(약 3조 629억 원)을 지불했고, 업계에서는 이를 'K 뷰티의 위상이 한 단계 올라간 사건'으로 평가했죠.

유니레버의 카버코리아 인수에 이은 로레알의 3CE 인수, 이번 에스티로더의 닥터자르트 인수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과 기술력, 인지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이런 흐름이 다소 희미해져가는 K 뷰티의 명성을 되살릴 수 있을지, 거액 매각 행렬의 다음 주자는 누가 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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