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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처참한 수준’ 서울에서 전셋집 사라지는 현실 이유

올해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A 씨는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습니다. 신랑, 신부의 여건상 서울에 집을 구할 수 없는 형편인데요. 매달 나가는 돈이 부담스러워 월세 대신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매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겨우 찾은 전세 매물도 A 씨가 정해놓은 예산을 초과하기 일쑤입니다. 현재 서울 전세 매물은 물건 자체가 거의 없고 그나마 나온 매물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태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00주 연속 오름세라고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왜 서울 전세 매물이 이렇게 부족해진 걸까요?

부동산 값이 오르며 전세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공급은 줄어들고 있죠.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서울 아파트의 월세 거래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가 전체 거래 중 34.3%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임대차법 시행 전보다 무려 5.9% 늘어난 수치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음 달 1일부터 전월세 신고가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전셋집 매물이 더욱 줄어들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절세를 위해 미리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인데요. 그만큼 전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아크로타워 스퀘어’ 전용 59㎡는 이달 8억 2300만 원에 전세 거래가 됐는데요. 지난달에 거래됐던 최고가보다 7300만 원이 오른 금액입니다.

올해 전세가격지수의 상승 폭이 작아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작년 3월과 비교했을 때 전세가격지수가 6.2% 상승했는데요. 서초구 반포의 한 아파트는 1년 전 전세가에 비해 현재 약 70%가량 상승한 상황입니다. 고가 주택시장 역시 직전 거래가보다 최대 10억 원 오른 가격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임대차법이 전세가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합니다. 임대차법 이후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 시 전셋값을 크게 높여 받는데요. 2+2 계약 갱신 청구권과 연 5%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를 감안해 시세보다 전셋값을 높여 부르는 것입니다. 결국 세입자는 높아진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신규 계약보다는 갱신을 선택합니다. 그만큼 전세 물건은 더 귀해지고 있는 상황이죠.

새로운 아파트 입주도 전세 물량을 공급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대부분이 전세 시장에 나오면서 전세 물량을 늘리는 데 도움을 주는데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2분기 입주 물량이 작년 대비 약 50%가 감소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입주 물량이 전세로 나오는 비중까지 줄어들고 있습니다. 보통 신축 단지의 경우 전체 세대 중 전세 물량이 60% 안팎이었는데요. 최근에는 100가구 중 30-40가구 정도만 전세 물량으로 공급됐습니다.

세금 문제로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기보유 특별공제 적용이 바뀌면서 이사를 결정하는 집주인들이 많은데요. 준공부터 거주하고 있어야 나중에 매도 시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을 최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주 기간 10년과 보유 기간 10년을 모두 채워야 장기보유특별공제 80%를 받을 수 있는데요. 만약 준공 이후 전세를 내주면 보유 기간 10년을 채우고도 매도할 때 60-76%의 공제만 받게 됩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정책도 전세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원인입니다. 전월세 증액 상한제, 임대차법의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정부가 실거주 의무 대상을 확대하며 전세 공급이 더 줄어들었습니다. 올해 초 국토부는 법규를 개정했는데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를 분양 받은 단지에서 최대 5년간 집주인 실거주를 강제하는 법규입니다. 현재 서울 425 동 가운데 322개 동에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고 있는데요. 해당 지역은 당분간 전세 매물이 나올 수 없습니다.


또한 재건축 아파트에서도 집주인이 2년 이상 거주해야 새 아파트 입주권을 주도록 법을 개정 중입니다. 해당 내용이 전해지며 재건축 초기 단계의 아파트에서는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실거주를 선택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죠.

전세 매물이 줄고 전세 가격이 급등하며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와 집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파는 신혼부부 등 많은 수요자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한 40대 중반의 누리꾼은 청와대 청원을 통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는데요.


누리꾼은 “정부가 만들어 놓은 계약 갱신(청구권)은 누군가는 착한 주인 만나서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저는 재수 없이 올려달라는 주인을 만나서 쓰지도 못하고 몇 억을 구해내야 하는 판국”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요새 정말 전세 구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결혼을 포기하는 이유가 있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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