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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피클코

재계 서열 6위였던 기업을 11년간 적자 상황에 놓이게 한 사업

90년대, 잘나가던 자동차 쌍용

무쏘, 코란도 출시로 인기

지나친 자동차 사업 확장

은행 담보에 채권단 압박까지

결국 대우에 매각, 최근 근황은?

90년대 초반 기아, 현대자동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국산 자동차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쌍용자동차인데요. 당시 쌍용그룹은 재계 서열 6위에 오를 만큼 승승장구하고 있던 기업이었죠. 하지만 현재 쌍용그룹은 11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쇠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쌍용차 영업이익은 총 2819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당기 순손실 역시 3414억 원으로 사상 최고의 적자를 기록했죠. 잘나가던 쌍용자동차가 이러한 적자 상황을 겪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장밋빛 미래 꿈꾸던 자동차 사업

1962년 시멘트 업체로 처음 시작한 쌍용그룹은 건설경기가 초호황을 누리던 60년대와 70년대에 양회 사업으로 막대한 이윤을 챙겼습니다. 당시 시멘트 회사 수를 늘려 규모의 경제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시멘트 시장을 독점했죠. 이러한 자본금을 기반으로 김석원 전 회장은 평소 관심이 많던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게 되는데요. 초반에는 별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969년 코란도와 1993년 무쏘라는 지프형 자동차를 선보이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위) 쌍용 코란도의 모습이다/ (아래) 쌍용에서 사용한 벤츠-디젤엔진이다.

당시 쌍용자동차는 차에 메르세데스-벤츠 디젤엔진, 엠블럼 등을 사용해, 타사와는 구별되는 럭셔리하고 전문적인 이미지를 구축해나갔죠. 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 시장에 없던 유선형의 고급 세단 디자인을 무쏘에 도입해 국내 트렌드를 이끌어나갔습니다. 코란도는 당시 쌍용의 주력 모델로 2020년 기준 코란도 4세대까지 나올 만큼 꾸준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자동차 사업에 집중 투자, 그 결과는?

무쏘와 코란도 출시로 급부상하던 쌍용 자동차는 80년대 후반부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점점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합니다. 쌍용보다 기업 규모가 큰 현대, 대우를 비롯한 전통 자동차 기업인 기아의 브리사, 프라이드 등의 적극적인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이 시행되면서 타격을 입은 것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은 자동차 사업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집중 투자하는 승부수를 던집니다. 90년대 초반 이후로는 해외로 눈을 돌려 벤츠와 기술제휴를 맺고 승용차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죠. 소형 상용차 이스타나 출시에 대한 막대한 투자비와 고정비를 감당하기 위해 그는 용평리조트를 비롯한 그룹의 전 재산을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리게 됩니다.

(위) 쌍용 이스타나 모델이다./(아래) 쌍용 자동차 공장 라인의 모습이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갔습니다. 국내 자동차 사업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투자비를 비롯한 개발비, 홍보비는 이전보다 더 많은 금액을 필요로 했으며, 이 와중에 새롭게 시작한 승용차 사업을 위해 신모델 이스타나를 개발하고 라인을 새로 깔아야 했기 때문이죠. 이러한 악순환으로 인해 90년대 쌍용그룹은 대부분의 자산인 8000억 원이 은행 담보로 들어가 있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갈 곳 잃은 쌍용자동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담보가 늘어나자 결국 김 전 회장은 95년 자동차 사업을 다른 기업에 넘기기로 결정하게 되는데요. 당시 삼성그룹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려는 것을 알고 협상을 시도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대우그룹과도 협상이 오갔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자 삼성은 매각을 중단해버리게 되고 쌍용자동차 인수 과정에 빨간 불이 들어오게 되죠.

이러한 과정 속에서 96년 국제수지 악화로 금리가 폭등해 쌍용그룹의 부채는 점점 늘어나게 되고, 채권단은 김 전 회장을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김 전 회장은 채권단에 쌍용차 처리 문제를 떠넘겨 대우그룹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하게 되죠. 당시 대우그룹 회장이 쌍용차 인수 시 3조 4000억 원에 이르는 부채 중 1조 원은 쌍용이 책임을 지고 나머지 금액은 분할 상환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어 쌍용자동차는 수익 없이 기업을 판 꼴이 됐습니다.

쌍용, 앞으로의 미래는?

매각 이후에도 쌍용자동차는 지속적인 경영난으로 위기를 겪었는데요. 2009년에는 전체 임직원의 36%인 2,600명을 정리해고시켜 노조원들이 파업에 돌입한 쌍용차 사태를 겪었습니다. 또한 2016년 4/4분기 영업 이익이 80억 원을 기록한 후에는 2020년 기준 13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죠. 올해 1분기에도 코로나19여파로 평택 공장이 문을 닫고 해외 시장이 초토화 됨에 따라 쌍용차의 국내외 판매 실적은 정상 운영에 필요한 최소 판매량(1만 대)를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올해 초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밝혀 투자금이 끊길 상황에 놓였죠. 이러한 위기 상황에 쌍용자동차는 기간산업 안정 기금에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해당 기금은 코로나19로 위기를 겪는 기업을 지원하도록 만든 제도이기 때문에 그 전부터 경영난을 겪은 쌍용이 대상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글 이은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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