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면서도 돈 벌어요” 월 1천만원 거뜬하다는 인스타 부업의 실체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은 건 대부분 직장인들의 희망사항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모든 이들이 희망하는 삶을 살고 있다며 과시하는 이들이 몰린 곳이 있습니다. 바로 SNS인데요. ‘자면서도 돈 벌기’, ‘오늘도 200만 원 입금’, ‘사진만 올려도 부수입으로 월 최소 200만 원’등 사람을 혹하게 만드는 문구를 SNS를 하다 보면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매일 아침 사무실로 출근해 저녁이 돼야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하는 직장인들에게 집에서 간단한 작업만으로 월급에 맞먹는 금액을 벌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데요. 대체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억대 연봉을 벌 수 있다는 부업은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웬만한 직장인의 월급을 손쉽게 벌 수 있다는 부업의 정체는 다름 아닌 ‘지인 확장식’ 불법 다단계인데요. 기존 다단계 업체들은 서울 선릉역 등지에서 설명회 등을 통해 인원을 모아 사세를 확장하는 방식이 보통이었죠. 지난 2011년에는 송파구 마천, 거여 등의 지역에서 대학생들을 반강제로 합숙시켜 다단계 제품 판매를 강요하던 일당들이 대거 적발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오프라인 활동에 주력해왔던 다단계 업체들은 코로나19가 번진 이후 사업 형태를 빠르게 변모해 나갔습니다. 집합 활동이 금지되면서 경찰들의 단속활동이 심해 기존의 영업방식을 고수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인데요.
신종 다단계 업체들은 온라인, 그중에서도 SNS를 주요 무대로 삼았습니다. 이들은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명품, 통장 인증샷 등으로 부를 과시해 팔로워를 모은 뒤, ‘한 달에 1천만 원 수입 올리기’, ‘자면서도 돈 버는 방법’등의 문구로 다단계 회사를 교묘히 홍보해 판매원을 모집하는데요.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관심을 보이는 이들을 대상으로 화상 설명회까지 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년간 영양제를 파는 다단계 업체에서 판매원으로 활동하던 김 모 씨는 현재 다단계 피해 예방법에 대한 글을 연재하고 있는데요. 그에 따르면, 약 30여 명이 속해있는 판매원 단체 채팅방에 다단계 업체의 고위 임원에 해당하는 ‘스폰서’라는 직책을 가진 인물이 매일 홍보 지침을 전달한다고 합니다.
영양제의 효능에 대한 문구는 어떤 것으로 쓰면 좋은지, 인스타그램에 어떤 사진을 올려야 하는지 등인데요. 박 씨는 “스폰서가 시키는 대로 했지만 업체가 요구하는 주당 매출 200만 원을 찍기란 불가능했다”라며 “매출에 따라 부여되는 회원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수백만 원을 써야 해 적자가 컸지만 SNS엔 ‘오늘도 수백을 벌었다’ 등의 문구를 적어야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다단계 업체들은 초기 가입비를 내고 다른 유료 회원을 데려오면 수익을 떼어준다는 방식으로 판매원을 늘려가고 있는데요. 다른 사람을 데려와야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는 다단계 업체들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이는 필연적으로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24조에 따르면, 물품 등의 거래를 가장해 사실상 금전거래만을 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법망을 피하기 위해 SNS에서 활동을 펼치는 다단계 업체들은 쇼핑몰, 영수증 부업 등의 수익 구조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업체가 제시한 계약 요건에 따르면 가장 가입비가 저렴한 골드형 회원은 영수증 100장을 올렸을 시 3만 원의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가장 비싼 등급인 후기 VVIP형은 영수증 100장을 올리면 최대 60만 원가량의 수익이 발생합니다.
문제는 하루 1건만 올릴 수 있어 1년을 매일 간 꼬박 영수증 후기를 올려야 가입비를 겨우 충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추가로 인원을 모집하면 곧바로 수십만 원의 수익이 발생하는데요. 3살 아이를 키우는 정모 씨는 육아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지인의 소개로 쇼핑몰 운영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정 씨는 “100만 원의 가입비를 낸 뒤 다른 누군가를 데려오면 80만 원을 준다길래 쇼핑몰에서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2명만 데려오면 되겠지’싶어 부업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밝혔는데요. 그러나 수익을 내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았고, 이를 친구에게 털어놓자 ‘다단계 아니야?’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정 씨가 다단계가 아니냐며 업체에 따져봤지만 “우린 다단계 업체가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는데요. 결국 차마 다른 이에게 가입 권유 멘트를 할 수 없던 정 씨는 가입비를 포기하기로 맘먹었습니다. 그녀는 “어린이집 보낸 사이에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멘트에 혹했던 과거의 내가 원망스럽다”라며 “SNS에서 부업 홍보 글을 볼 때마다 마음이 심란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를 상대로 금전을 조달하는 등의 유사수신행위로 검거된 피의자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요. 해당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검거된 피의자는 2016년 2052명에서 재작년 2575명으로 3년 새 25% 가까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피해를 막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요. 한 변호사는 “다단계 판매 업체가 운영하는 SNS 계정에는 표시광고법 위반 사례가 많지만 관리, 감독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일일이 감시하는 것은 어렵다”라며 “다단계 업체에서 판매원을 모집하는 전략 역시 행정기관의 규제 범위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단속에도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SNS를 기반으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신종 다단계 업체들의 수법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혹한 문구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