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수업도 모두 비밀, '대학교의 국정원'이라는 곳
고려대 사이버 국방학과
사이버 보안 전문 장교 양성 목표
학과명, 학생명 모두 기밀 유지
특목고에서 몰려드는 인재, 경쟁률 높아
효율적인 인재 활용 두고 갑론을박
국가정보원. 국내외 정보 수집 및 국가 기밀 보안을 담당하는 국가 기관입니다. 조직원의 정보는 물론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는지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비밀리에 부쳐지죠. 이처럼 모든 것이 공개되지 않은 조직이 대학가에도 있습니다. 학과에 소속된 학생 이름은 물론 학과명까지 외부에 공개될 수 없다고 하는데요. '대학교의 국정원'으로 불리며 국내에 유일하다는 이 학과는 어디일까요?
고려대 정보보호학부 사이버국방학과
오늘 소개할 학과는 바로 고려대 정보보호학부 사이버국방학과입니다. 2012년 국방부와 고려대학교가 함께 만든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인데요. 졸업과 동시에 100% 채용이 보장되는 학과 중 하나입니다. 국방부에서 디지털 전쟁의 위험성을 느낀 이후 사이버 보안 전문 장교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워룸과 사이버국방학과 1기 학위 수여식 |
암호학 디지털 포렌식 해킹 등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교수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국내 대학 최초로 사이버 워룸(war room)을 만들어 최첨단 교육 실습이 가능하죠. 물론 학업량이 적진 않습니다. 일반 학부보다 25학점 많은 150학점 이상을 이수하며 4년간 사이버 국방에 관련된 학업을 진행합니다. 덕분에 세계 해킹대회, 세계 컴퓨터 대회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학부생들이 많죠.
졸업 후에는 소정의 기초군사훈련을 거쳐 장교로 임관합니다. 4년이 추가된 복무이며 소위로 임관 후 3년 차 대위로 진급, 4년을 더 복무해 전역하게 됩니다. 의무복무 기간 총 7년간 사이버 국방을 위해 일하게 됩니다. 군 복무 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과목명, 학생 이름 모두 기밀
대자보, 교내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더라도 이름이 공개되지 않는다. |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에 '국정원'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당연합니다. 학과에 소속된 학생 이름을 비롯한 신상은 군사 기밀로 처리되죠. 교내외 언론에서 인터뷰를 할 때에도 해당 학과 학생의 이름과 얼굴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되는 식입니다.
심지어는 교내 대자보에 명단이 붙을 때에도 이름이 가려지죠. 과목명도 마찬가지인데요. 커리큘럼 자체가 대외비이기 때문에 수강신청 화면에서도 과목 3, 과목 4 등으로 특정 학과명이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전액 장학금, 품위 유지비까지.. 혜택은?
혜택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매년 750만 원의 등록금 전액이 4년간 100% 지급됩니다. 이외에도 품위유지비라는 명목하에 매월 50만 원의 학업 장려금이 지급되죠. 입학생 전원에겐 기숙사가, 7년간 의무 복무를 마친 후 고려대 정보보호 대학원으로 진학한다면 석박사 과정의 교육비가 전액 무료로 제공됩니다.
가장 중요한 혜택은 바로 취업 부분인데요. 졸업 후 전원 사이버사령부 근무가 보장되며 장교로 임관되죠. 독보적인 복무 경력과 스펙이 뒤따라와 정보 보안 분야 취업은 비교적 쉬울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대, 의대 제치고 인재 몰려들어
다양한 혜택과 국내 유일한 커리큘럼이 알려지며 입시 경쟁률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고려대학교 이공계열 중 1위에 속할 정도로 인재가 몰려드는 학과인데요. 최초 모집을 시작한 이래로 서울대의 모든 이공계 학과보다 정시 커트라인이 높거나 비슷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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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수시 합격생 20명이 전원 특목고 출신이며 의대, 서울대 진학도 거뜬했던 성적이었습니다. 2012년도 기준 합격자 비율은 일반고 37%, 과학고 47%, 영재학교 13%, 국제고·외고 3%였죠.
군과 관련 있는 학과이니만큼 입학 전 인성 검사, 체력 검정, 신체검사, 군 면접을 실시합니다. 수시 전형은 2박 3일, 정시 전형은 1박 2일간 실시하죠. 학과 특성상 성비가 극단적인 편인데요. 17학번, 19학번은 30:0이라는 압도적인 성비를 자랑했습니다.
인재 활용, ADD vs 사이버 작전 사령부?
완벽한 커리큘럼과 혜택을 자랑하는 학과지만 인재 양성 및 활용 방안의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학과 신설 후 4년간 첫 졸업생이 나올 때까지 군에서 졸업생들이 어떻게 양성될지에 대한 고민이 적었다는 것인데요. 1기~3기 졸업생들은 임관 후 전원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3년간 근무했습니다. 이후 사이버 작전 사령부를 비롯해 정보기관 등에 배치되었죠. 하지만 3년이 지난 후 ADD 근무 자체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 드러나 4기 졸업생부터는 전원 사이버 작전 사령부에 배치됩니다.
일각에서는 사이버 작전 사령부 역시 창설 초기였던 만큼 ADD 근무가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ADD 근무를 마친 1기~2기생들은 전문성을 갖고 근무하는 부서, 부대 내에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래의 사이버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켜줄 인재들로 꼽히고 있는데요. 그만큼 인재 양성과 활용에 있어 효율적인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 같네요.
글 이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