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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계급, 높은 위험’에도 99%가 여자라는 최고봉 극한직업

산소 마스크 없이 5kg 이상의 잠수복을 입고 7kg 가량의 납덩이를 메며 바닷속을 누비는 여전사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전통문화로도 인정받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된 분들이죠. 바로 해녀입니다. 체력적, 외부 환경적으로도 쉽지 않은 극한직업이지만 직업 만족도와 근속연수는 최상이라고 하는데요.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종사자의 99%가 여성으로 구성된 해녀, 해녀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얼마만큼의 돈을 벌까요?

해녀의 평균 연령은 70세입니다. 상당히 고령이죠. 그래서 보통 해녀를 직업으로 인식하기보단 바닷가 어르신들의 취미형 생계수단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해녀는 엄연히 한국 표준 직업분류에 의한 직업 코드도 부여받은 ‘직업’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일정 기간 교육을 이수하고 마을 해녀회에 승인을 받아야만 ‘해녀증’(해녀 자격증)을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주로 하는 일은 잠수를 통해 소라, 전복, 해삼과 같은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인데요. 이를 두고 ‘물질’이라고 표현합니다. 해녀들은 한번 잠수할 때마다 약 1분~2분 가량 숨을 참으며 하루에 최대 7시간까지 물질을 합니다.

해녀는 개인의 역량과 계절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입니다. 평균 성수기 기준 하루 30~50만 원 선이라고 하는데요. 1960년대 당시 월세가 200원이던 시절 남편의 한 달치 월급을 하루 물질로 벌었다는 해녀도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방송에 소개되어 이름을 알린 거제도 최연소 해녀 진소희씨에 따르면 “한 달에 20일 물질하고 500만 원 벌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대리, 과장, 부장 등의 회사 내 직급처럼 해녀의 세계에서도 계급이란 존재합니다. 크게 하군, 중군, 상군, 대상군으로 나뉘는데요. 이중 대상군이 해녀들의 리더격입니다. 상군과 대상군은 한번 잠수할 때마다 약 2분 가량 바닷속에서 머물며 수심 15m 이상까지 내려가 작업하는 베테랑들입니다. 중군은 수심 8~10m, 하군은 5~7m에서 작업하며, 오래 일한 해녀들은 보통 상군~대상군의 계급을 얻지만 물질을 잘하는 사람이면 나이에 관계없이 상군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상군은 단순히 노력만으론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해녀들은 이 계급을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엄격한 규칙과 위계서열을 자랑하는 해녀들에게는 암묵적인 룰이 있습니다. 바로 남의 구역은 건드리지 않는 것인데요. 수심 8~10m에서 작업하는 중군들이 욕심이 생겼다고 10m 이상 깊숙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 구역은 상군과 대상군의 것이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상군과 대상군도 자신들의 구역이 아닌 중군과 하군의 구역에서는 작업하지 않습니다. 상군의 지시에 따라 작업 위치를 이동할 수 있으며 수확한 해산물도 상군의 지시에 따라 나누게 됩니다.

얕게는 수심 5m, 깊게는 15m까지 잠수하지만 해녀들은 ‘산소통’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평균 연령이 높은 어르신들이다 보니 산소통의 존재 여부나 편리함을 모르는걸까요? 절대 아닙니다. 해녀들이 산소통을 멜 수 없는 이유는 다름 아닌 ‘해양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인데요. 쉽게 말하면 산소통을 사용하여 해녀들의 조업이 쉬워지면 수산자원 고갈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해녀는 보호장비 없이 맨몸으로 바닷속을 누빕니다. 그렇기 때문에 잠수병, 이명, 저체온증 등의 직업병을 달고 사는 위험한 극한직업 중 하나입니다. 해녀들이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쉬는 숨소리를 ‘숨비소리’라고 하는데요. 이 숨비소리는 해녀라는 직업의 위험성 때문에 ‘생과 사의 경계’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해녀들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은퇴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 어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주 해녀의 73%는 만 80세가 지나도 건강만 따라준다면 계속 물질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여 해녀로서의 강한 정체성과 자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평균 연령이 70세인 해녀 생태계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3~40대 젊은 해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해녀 체험 활동들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등재된 만큼 우리나라 해녀 문화를 알리고 계승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제주도에는 해녀 양성을 위한 해녀 학교도 설립되었는데요. 벌써13기 졸업생을 배출하여 동네에 ‘인턴 해녀’로 작업을 시작한 젊은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해녀를 꿈꾸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는 것인데요. 해녀 학교의 약 10%는 남학생입니다. 하지만 마을 해녀회에서 남성을 받아주는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해남이 되는 길은 해녀보다 더 어렵다고 합니다. 해남을 꿈꾸는 서울 유명 호텔 셰프 출신인 A씨는“해녀학교 직업반 졸업 후 해남이 되어 아침엔 물질하고 저녁엔 식당을 운영하는 삶을 꿈꾼다”며 해남으로서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3D 직종’만큼이나 위험하지만, 바닷속을 오롯이 마주하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는 해녀들. 엄격한 위계가 있는 계급사회이지만 그 안에 스며든 평등과 배려는 해녀들의 긴 직업 수명을 뒷받침합니다.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물질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수입이 거의 없지만, 성수기엔 일 평균 30~50만 원의 고소득을 자랑하는 매력적인 직업이죠. 여러분은 해녀라는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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