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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성과급 잔치하던 정유사가 단 한 번 위기에 무너진 이유

4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기록

돈 줘도 기름 팔 수 없어 발 동동

수요 대비 과잉 공급, 저장 공간 부족

사우디-러시아 발 유가 대폭락 원인

20달러 대로 회복, 다시 몰리고 있는 투자자들

지난 4월, 사상 최초로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직원 평균 연봉만 '억'소리 나는 정유업체에선 비상 체제에 돌입했는데요. 전대미문의 위기에 국내 정유업체 CEO들은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정도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투자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마이너스 가격대에 원유를 팔아야 했죠. 대체 정유사도, 투자자도 발을 동동 굴리게 한 '마이너스 유가', '오일 쇼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끝없이 추락한 유가, 진짜 원인은

미국 증시는 국제 유가 하락, 유통주 부진으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유사, 투자자를 모두 말 그대로 '패닉'에 빠트린 유가 폭락 사태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습니다. 전염병으로 석유 수요가 감소하였지만 러시아에선 석유 감산을 거부했죠. 이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선 '무제한 원유 공급 정책'을 내세워 대규모 증산으로 대응합니다. 그 결과 브렌트유 거래가는 배럴당 35달러 아래로 떨어졌는데요. 업계에서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감산 희생보단 증산을 택한 목적을 미국의 셰일 산업을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다리면 된다?' 주식과 다른 선물 계약

이례적으로 사상 최저 유가를 기록한 순간 / weforum

마이너스 유가. 곤두박질친 유가를 전문가들은 이렇게 불렀습니다. 지난 4월 20일에는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 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죠. 오히려 돈을 얹어 기름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면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되팔면 되지 않냐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요. 선물, 현물 시장의 개념을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국제 유가가 마이너스여도 주유소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기름값 변화는 크지 않다.

선물 거래에는 만기 시점이 존재합니다. 이 시점에는 기존 계약에 대한 결제 의무를 이행하거나 만기에 도달한 계약을 포지션 전환, 혹은 롤오버 해야 하죠. 이번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유가는 WTI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입니다. 선물 시장에선 한 달 후 원유 가격을 예측해 차액을 노려 베팅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집니다. 단순히 현물인 원유를 산 것이 아니라 계약을 사는 개념이라고 이해할 수 있죠.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기름값과는 큰 관계가 없습니다. 각종 세금, 한국까지 들여오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죠.

투자 전, 선물 상품의 구조적인 문제를 잘 알아두어야 합니다. 원유와 같은 상품은 프리미엄이 붙더라도 언젠가는 수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많은 분들이 선물 시장에 뛰어드는데요. 이는 현물의 개념이며 선물의 경우 만기 시점이 있다는 점, 현물 저장 공간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렸다 사고파는 주식과는 확연히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투자에 있어 신중을 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외의 호황 누린 유조선 업체

현물, 즉 원유를 보유하고 있다 유가가 올랐을 때 이익을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는 당장 손해를 감수하고 마이너스 가격대에 판매하는 이들이 많았는데요. 원유를 받더라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원유 시장은 수요 대비 과잉 공급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5월의 일일 공급 초과분은 1,400만 배럴에 달했죠. 그 결과 유조선, 석유 저장고 등 저장 공간이 모두 차버리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정유사에선 재고가 넘쳐 직원 세숫대야에 기름을 담아놔야 할 것 같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오가기도 했죠.

VLCC, 대형 유조선 업계는 덕분에 의외의 호황을 맞았습니다. 세계에 석유 저장소가 부족해지자 사람들은 바다로 눈을 돌렸고 유조선에 기름을 보관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하지만 이 역시 좋은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5만 6,250달러였던 VLCC 하루 용선료는 오일 쇼크로 인해 4월 24일 기준 7만 달러까지 치솟았죠. VLCC 6개월간 빌리는데 드는 계약료만 한화로 약 1억 2,300만 원에 달하는 업체까지 등장했습니다.

국내 정유 4사의 1분기 영업 적자 / mk

선물 시장에선 유가가 급등하는 시기를 예측하거나 마냥 기다리는 것이 불가합니다. 원유를 보관하는데 드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결국 포기하는 투자자들이 생기게 되죠. 유조선 업체와 반대로 국내외 정유사 역시 막대한 손해를 입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에 1조 7천 원 대의 적자로 58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죠. 이외 정유사 역시 에쓰오일 1조 73억, 현대오일뱅크 5,632억 원의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달러대로 회복, 다시 몰리는 투자자들

다행히 최근 국제 유가는 20달러대로 회복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다시 정유주로 몰렸고 정유주는 상승세를 타고 있죠. 그럼에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수요가 크게 급증할 수 없어 6월물 WTI 만기일에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재현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이외에도 국내 정유사에서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일각에선 산유국의 감산으로 국제 유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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