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모았냐면요’ 초봉 1800만원→5억 되자 41세 직장인이 한 일
첫직장이 평생직장이란 관념이 깨지면서 은퇴에 대한 가치관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데요. 정년이 보장된 직장이 최고의 직장으로 여겨지고 최대한 직장을 오래다니는 게 일종의 명예 훈장처럼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최근 ‘MZ 세대’로 일컬어지는 2030세대 사이에선 저축, 투자 등을 통해 모은 자산을 바탕으로 일찍이 은퇴한 후 자신을 위한 시간을 즐기겠다고 나서는 이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을 일궈 조기 은퇴를 꿈꾸는 이들을 소위 ‘파이어족’이라고 부르는데요. 따박따박 들어오는 고정급여 없이도 여생을 잘 보내기 위해 파이어족들은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29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는 마흔살에 은퇴를 한 뒤 자신의 로망을 실현하며 살고 있는 파이어족 김다현 씨가 출연했는데요. 은퇴하기 직전까지 카카오 서비스 기획팀장으로 일하던 그녀는 작년 남편과 함께 은퇴해 1년째 백수로 지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가 파이어족을 결심한 나이는 35살이라고 하는데요.
김 씨는 조기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하루는 스트레스 장염으로 누워있었는데 남편이 왜 아플 때까지 일을 하느냐라는 질문을 했고 그때 내가 보람만 느낄 수 있다면 무슨 일을 하든 괜찮겠다고 느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이후 그녀는 조기 은퇴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는데요. 그녀는 “한 달 250만 원씩 필요하다는 계산에 세금 300만 원을 더해 1년에 필요한 돈을 3300만 원으로 잡았다”라며 “남편이 연금을 받게 되는 만 55세까지 생활비만 12년간 4억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고 여기에 여행자금 1억까지 더해 5억 원이 은퇴를 위한 최종 목표금액이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다현 씨는 그녀가 은퇴 이전 대기업 팀장 직금으로 일했기에 파이어족이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다소 짓궂은 물음에 “2004년 계약직으로 일을 처음 시작했는데 당시 연봉이 1800만 원 밖에 되지 않았다”라고 운을 땠는데요. 다만, 일이 재밌어 주도적으로 신나게 일하다 보니 어느새 정직원이 돼 있었고 이후 연봉도 올랐다고 합니다.
또한 김 씨는 “급여는 초년생 때는 적을지 몰라도 나이가 들면 복리효과이기에 차근차근 쌓이게 되고 그러면 파이어족이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는데요. 즉 자신이 조기은퇴를 할 수 있던 이유가 대기업을 다녔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녀는 해당 방송에서 과거 회사에 다니던 시절 매일 밥 먹다시피하는 야근으로 택시비로만 한 달에 60만 원을 쓰고, 퇴근 후 일상이랄 게 없던 시절을 털어놓기도 했는데요. 그러다 퇴사를 앞두고서는 숨을 못 쉬고 심장이 빨리 뛰는 등 불안 증세를 겪기도 했다고 합니다.
현재 김 씨는 아침 7시에 일찍이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아침 시간을 여유롭게 보낸 뒤 남편과 함께 산책하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그는 자신처럼 조기 은퇴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이 뭔지 생각해 보고, 그것에 얼마간의 돈이 드는지 파악해 봐야 한다”라며 “본인이 성취감을 통해 행복을 얻는 타입이라면 당장 회사 생활이 힘들더라도 회사에 다니는 편이 좋다”라고 언급했는데요.
2030세대를 중심으로 파이어족을 자처하는 이들은 늘고 있습니다. 100세시대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MZ 세대를 상대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3명 중 2명이 조기 은퇴를 꿈꾸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 은퇴 희망 연령은 51세라고 밝혔는데요. 또한, 조기 은퇴를 위해 파이어족이 설정한 목표 은퇴자산은 평균 13억 7천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파이어족의 특징으로 조기은퇴를 추구하면서도 은퇴 이후의 삶도 재정적으로 여유롭길 바란다는 점을 꼽았는데요. 이는 조기 은퇴 이후에도 절약을 이어나가며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미국의 파이어족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라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한국의 파이어족이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저축보단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노려볼 수 있는 투자에 집중돼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100세시대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파이어족을 꿈꾸는 이들이 조기 은퇴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 30세를 기준으로 연간 8%의 수익률로 꾸준히 투자한다면 조기 은퇴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명확한 목표 설정을 하고 계획적으로 준비한다면 조기 은퇴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파이어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우려 섞인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전문가도 있는데요.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파이어족의 탄생 자체가 상승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향후 경기 침체기가 닥치면 자산 소득이 크게 감소해 다시 구직할 필요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부동산 시장이나 주식시장이 계속해서 성장 곡선을 그리지 않는 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자산 소득이 보장되지 않아 은퇴 이후 언제고 또다시 구직활동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뜻이죠. 지금까지 은퇴에 대한 가치관 교체에 따라 급부상하고 있는 ‘파이어족’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여러분은 할 수만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은퇴하고 싶은 마음과 최대한 오래도록 직장을 다니고 싶은 마음 사이 어느 쪽에 마음이 더 기울여져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