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유독 터미널 있는 자리에만 백화점 세운 이유
통상 고속터미널이라고 하면 어둡고 낡은 공간이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몇몇 도시의 터미널들은 백화점과 연결되어 있어 이런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있는데요. 실외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더위나 추위에 고생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쇼핑도 하는 등 쾌적한 공간을 이용하며 대기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 백화점은 유독 터미널과 연관이 있는데요. 신세계가 차별화를 두고 있는 터미널 입점 전략에 대해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세계 백화점을 대표할 수 있는 매출 1위의 지점은 바로 ‘신강’으로 불리는 강남점입니다. 이곳은 1970년대 단기간에 급성장한 율산그룹이 서울종합터미널을 운영하던 곳이었는데요.
여러 사건을 겪을 이후 2000년대 센트럴시티로 완공되었지만 채무가 많은 탓에 경영권이 넘어갔습니다. 2013년 신세계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까지 인수하였는데요. 2017년 부분적인 내부 리모델링이 완료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신세계의 터미널 사랑은 지방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동대구터미널, 광주점 유스퀘어, 김해여객터미널, 마산고속버스터미널, 천안종합버스터미널, 대전복합터미널에 모두 신세계 백화점이 들어서 있습니다.
현재 롯데백화점으로 인수되었지만, 신세계는 한때 인천종합버스터미널에도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김해버스터미널의 경우 신세계 입점 이후 천지개벽 수준으로 변화하였는데요. 신세계에서 터미널을 지어주는 조건으로 김해시에서 백화점과 이마트 건축 허가를 해주었다고 전해졌습니다.
신세계가 추구하는 전략 중 하나는 초대형화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입점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세계는 터미널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외부에서 유입할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곳이 백화점이 되게 하는 전략이었던 것이죠.
실제로 신세계의 초대형 전략은 통했습니다. 강남점이 개점 10년 만에 국내 첫 매출 2조를 달성한 것인데요. 이는 세계적으로 2조 원이 넘는 프랑스 파리 라파예트, 영국 런던 해러즈 등과 견주어볼 만한 매출입니다.
신세계 강남점의 성장 비결 중 하나는 뛰어난 입지로 꼽히고 있는데요. 서울지하철 3·7·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연결되어 있어 방문이 편리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백화점·면세점·파미에스테이션 등이 몰려 집객에 최적화된 입지라고 볼 수 있죠.
이 곳의 유동인구는 하루 평균 120만 명에 달합니다. 2018년 7월에는 면세점도 오픈해 외국인 관광객의 백화점 이용이 크게 늘었는데요. 면세점 오픈 직전과 비교해보면 구매 고객 수는 50%가 증가했고 외국인 매출은 90% 증가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대구광역시에서 가장 큰 버스 터미널로 꼽히는 동대구터미널 건물에는 신세계 백화점이 입점해 있는데요. 2016년 12월부터 영업을 개시한 이 곳은 동대구역과 연결되어 있고 전철 1호선도 이용 가능하여 고속철도, 일반철도, 고속버스, 시외버스, 공항버스 등 웬만한 대중교통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교통 허브입니다. 이와 같은 접근성과 엄청난 유동인구 덕분에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1년간 누적 방문객 3300만 명, 연 매출 6600억 원을 기록하며 최대 백화점 자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신세계 강남점 지하와 연결된 파미에스테이션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파미에스테이션은 전국 유명 맛집들을 모아 식음료 전문관으로 유명한데요. 2010년부터 신세계센트럴시티가 기부채납 방식으로 운영해오던 파미에스테이션의 시설 운영권 임대차계약이 올해 10월 9일 자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파미에스테이션의 시설 운영권을 지닌 서울시가 이 땅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신세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인데요. 신세계가 확실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백화점과 면세점에 비하면 파미에스테이션의 수익이 크진 않지만 신세계 타운이라는 상징성에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에 전전긍긍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서울시가 파미에스테이션 부지의 운영권 만료 시점을 3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신세계는 당분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는데요. 신세계는 2012년 인천점이 롯데그룹에 넘어간 아픈 기억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파미에스테이션 시설 운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계자들은 추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