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없는 국가자격증?” 평균 초봉 3천만원이라는 이 직업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 2400명, 사망자 수는 30만 5100명으로 인구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래 최초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섰는데요. 저절로 인구가 자연감소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장례를 돕는 장례지도사가 20대 사이에서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한때는 기피 직업이었으나, 요즘은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와 관련된 웰다잉(Well-Dying) 문화도 점차 확산되면서 장례지도사에 대한 인식이 점차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례지도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근무환경은 어떤지 등 이 직업에 대한 정보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데요. 이번 시간엔 인간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노력하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지난달 31일 MBC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에서는 대학병원에서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27세의 권민서 씨의 일상이 다뤄졌는데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장례지도학과를 졸업했다고 밝힌 권 씨는 장례지도사가 되기 위해선 제의례약을 비롯해 생물학, 회복 기술학 등 다양한 전문적인 교육 지식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장례지도사로써 2년 8개월째 일하고 있다는 권민서 씨는 24시간을 반반씩 끊어 주간과 야간 교대 근무를 진행하고 있다는데요. 방송에서 공개된 권 씨의 업무공간에는 다른 직장에선 쉽사리 볼 수 없는 사인, 종교, 고인의 신체 사이즈 등에 따라 나누어진 다양한 장례용품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보통 장례지도사라고 하면 장례식 절차만 돕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방송을 통해 공개된 권 씨의 업무 모습을 보자면, 그녀는 장례 업무 외에도 수많은 행정업무를 도맡아 처리해야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업무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의미하는 ‘코드 발생’ 연락이 왔을 시 이를 놓치지 않고 응답하는 것인데요. 권 씨는 “코드 발생 전화가 오면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그 순간에는 사망자 이송이 가장 중요한 메인 업무가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외 권민서 씨는 방송을 통해 변화하는 장례문화에 관해서도 언급했는데요. 그녀에 따르면, 최근엔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급증함에 따라 자신의 장례를 직접 상담하고자 장례지도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에 방송인 김구라 씨는 “죽음은 아무도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라며 “직장인들이 사표를 품에 안고 있든 저는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방송하고 있다”라고 밝혔는데요.
권민서 씨는 장례를 인간의 마지막 복지로 정의하는데요. 권 씨는 장례지도사라는 자신의 직업의 의미에 대해 “죽음은 멀리하거나 무서워할 존재가 아니다”라며 “누군가는 생을 위해 일한다면, 누군가는 삶의 최전선인 죽음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장례지도사가 되기 위해선 어떤 자격요건을 갖춰야 할까요? 장례지도사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자격증이나 최소 학력기준은 없는데요. 그러나 최근 장례문화의 발달로 시신 위생처리 및 장례 행정절차 등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을 교육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장례지도 학문과 관련된 학과가 개설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장례와 관련된 학과가 국내에 개설된 지는 그리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는데요.
지난 1999년 을지대학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례지도학과를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서라벌대, 대전보건대 등 국내 대학 5곳에서 미래의 장례지도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이들 학과에서는 마네킹에 수의를 입히는 방법, 천으로 관을 동여매는 방법 등 실습적인 부분을 비롯해 장례학개론, 일반생물학, 공중보건학 등등을 배우는데요.
이외 장례지도사로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선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장례지도사 국가자격증은 2012년에 만들어졌는데요. 장례지도사 자격증은 무시험 과정이수형으로서 별다른 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시·도에 신고한 장례지도사 교육기관에서 일정 기간이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취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장례관련 학과를 나오지 않았다면 300시간 교육을, 장례관련 지도학과를 졸업했다면 50시간의 교육을 받으면 되는데요.
국내의 한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지금도 관련 학과나 자격증이 없으면 장례지도사로서 취업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료계 종사자처럼 자격증을 의무적으로 가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장례지도사 업계에서 눈에 띌만한 점은 젊은 여성의 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관계자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학기에 남학생의 비율이 30%에 불과한 적도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장례 업종이 경기를 잘 타지 않을뿐더러 아직까진 경쟁률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20대 젊은 여성들도 장례지도사에 도전하는 경우가 차츰 늘고 있다고 분석하는데요. 이외 여성의 시신은 가급적 여성 장례지도사가 맡아줬으면 하는 유족의 바람도 여성 장례지도사의 수요를 높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국내 한 장례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장례지도사 안모 씨는 “작년에 앓던 지병으로 17세의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한 여성의 장례를 치르게 됐는데 원래 내 담당이 아니었지만 유가족이 나이 든 장례지도사에게 딸의 시신을 보려주길 꺼려 해 내가 장례를 진행한 적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장례지도사의 연봉은 어떻게 될까요? 워크넷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장례지도사의 평균 연봉은 3156만 원인데요. 업계 상위 25%는 3853만 원, 하위 25%는 2869만 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다른 직군 대비 결코 적지 않은 연봉을 받는다고 볼 수 있죠.
한편, 장례지도사의 연령대가 차츰 낮아지면서 직업의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젊은 장례지도사들의 행보도 눈에 띄는데요. 예컨대 ‘장(葬)스토리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원부귀, 황희용 장례지도사는 상조회사 선택 방법, 장례·화장비용 절감하는 방법 등을 영상에서 풀어내고 있죠. 이들은 평소 폭리가 많다는 등의 인식 개선을 위해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점차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장례지도사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죽음을 부정적인 것으로 만 인식하던 것에서 벗어나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장례지도사에 대한 전망은 계속해서 밝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