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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인까지 내세웠지만… 스포츠용품으로 승승장구했던 브랜드의 몰락

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입는다는 말이 있죠. 제품의 질보단 때론 어떤 회사의 로고가 새겨져 있는가가 구매선택의 주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스포츠 패션 업계의 경우 탄탄한 충성 고객을 가진 브랜드가 유독 많은데요.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들이 신제품을 출시했다 하면 완판 행렬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도 브랜드 이미지를 잘 구축해 지지층을 일찍이 끌어모은 덕분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신고 싶어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국내 토종브랜드 르까프는 올해 35주년을 맞이했지만, 축배를 미뤘습니다. 당장 브랜드 생존이 먼저라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그간 르까프가 어떤 반전의 기회를 노려왔으며 결과는 또 어떠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르까프는 현재 디앤액트(DNACT)가 보유하고 있는데요. 디앤액트는 지난해 ‘화승’에서 바뀐 상호입니다. 화승은 국내 신발 1호 업체라는 타이틀을 가진 부산동양고무가 모태인데요. 화승은 1978년 미국 나이키 신발을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생산하게 되면서 성장에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이후 1986년에 이르러 화승은 나이키와 제휴를 종료했는데요. 이때 화승은 자체 브랜드 르까프를 출시하면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자 했습니다. 르까프란 이름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한 말인 “더 빨리, 더 높이, 더 세게(Le Citius, Altius, Fortius)”의 앞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입니다. 그러나 르까프는 런칭 이후 여러 번의 위기를 넘겨야 했는데요. 1998년 IMF외환위기의 충격으로 위기를 맞았다가 2005년이 되어서야 채무자 신세를 면할 수 있었죠. 이후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외국 브랜드에 떠밀려 설 자리가 없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계속된 어려움에도 르까프는 계속해서 반전의 기회를 노렸습니다. 2019년 기업회생을 신청한 화승은 지난해 마침내 법정관리를 졸업하면서 사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행보를 보여왔는데요. 우선 화승에서 디앤액트로 사명을 변경하고, 유통업계에서 명성이 정신모 대표를 신임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정 대표는 지난해 4월 디앤액트로 올 당시 “경영정상화와 브랜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정 대표의 말대로 디앤액트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우선 르까프가 출시된 해인 1986년에 태어난 송가인과 이장우로 광고모델을 내세워 대중과 브랜드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는데요.


특히 ‘미스트롯’ 출연으로 중장년층에게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송가인이 브랜드 모델인 만큼 이를 활용해 송가인의 이름을 딴 옷을 출시하는가 하면, 랜선 팬 사인회를 열어 송가인 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회심의 전략에도 불구 디앤엑트는 지난해 실적 반등을 이루지 못했는데요. 2019년 2110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842억원으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그러나 디앤엑트는 다시금 브랜드 재정비에 나섰습니다. 작년 말 기준 르까프 매장은 208개인데요, 디앤엑트는 올해 연말까지 20~30개 신규매장을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특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찾는 데 주력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했는데요. 전성기 시절인 90년대 초반 크게 히트를 했던 운동화 ‘터보제트’를 재해석한 신제품 출시부터 그간 인기를 끌어왔던 디자인들의 재해석 등을 통해 르까프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해나갈 계획입니다. 이밖에 국내 스트리트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젊은 층 공략에도 나설 작정인데요. 디앤엑트 관계자는 “최근 1년여간 내부 조직을 정비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브랜드 사업에 대한 재정비 및 확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브랜드를 일으켜 세우려는 디앤엑트의 여러 시도에도 불구 업계전문가들은 르까프의 전망이 밝다고 보지 않는데요. 한 전문가는 “스포츠브랜드는 저마다 종목 정체성이 있지만, 르까프를 비롯한 토종브랜드에서는 이를 찾아볼 수 없다”라며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리는 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상황에서 무작정 유지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라며 “브랜드를 론칭하고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으니 미래동력을 만드는 데 투자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죠. 밝은 미래가 예상되지 않음에도 불구 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르까프가 국내 토종 브랜드라는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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