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럽게 울던 어느 톨게이트 여직원, 그리고 3초 뒤...
서러워 울다 웃는 톨게이트 직원
감정노동자 추산 740만 명
의외로 감정 소모하는 직업들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됐지만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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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상이 화제입니다. 제목은 '감정노동자의 현실'입니다. 우는 직원의 서러움이 영상 밖에서도 느껴지는데요. 고객이 접근하자 울음을 멈추고 활짝 웃습니다. 감정노동자라면 공감할 모습이죠. 이런 감정 노동자는 한국에만 560만~74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무려 40%의 직장인이 감정노동자죠. 그런데 최근 의외의 직업이 새로운 감정노동자로 떠올라 대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대체 어떤 일일까요?
현실과 인식의 괴리, 교사
최근 심리치료를 위해 정신과나 심리치료 강의를 찾는 교사가 크게 늘었습니다. 심리 치유 전문 기업 마인드 프리즘은 "학부모, 학교 관리자, 학생 사이에서 다양한 역할을 요구받으면서 상처를 받는 교사들이 많다"라고 밝혔죠. 교사 1000명의 우울한 감정 집단 평균 점수는 49.8로 일반 직장인 평균 45.9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교사가 감정노동자가 된 건 교권과 신뢰가 붕괴한 까닭이 큽니다. 평일, 주말, 밤낮 가리지 않는 학부모의 닦달과 각종 간섭이 크게 늘었죠. 애써 수업 준비를 해도 이미 예습이 끝나 자거나 학원 숙제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대놓고 무시하는 학생도 크게 늘었습니다. 한 교사는 "수업마다 자존감이 무너진다"라며 "학생도 나도 내가 무력한데 강한 척하는 걸 안다. 학교가 무섭다"라고 전했습니다.
감정받이·심부름꾼이 된 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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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진이 감정노동을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확진·격리자를 관리하는 의료진의 스트레스가 높았죠. 한 의료진은 "사실상 모시고 산다"라고 말했습니다. 격리 기간이 길면 확진·격리자는 감정 기복이 심해지기 쉽습니다. 때문에 장기 격리자를 중심으로 희망이 없다며 울부짖고 통곡하고 뛰어내리려는 등 각종 돌발행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감정과 행동이 충돌적이고 극렬한 만큼 의료진의 감정 소모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한 감염 내과 교수는 "감염 책임을 의료진에게 돌리는 등 의료진의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외에 의료진은 증상이 없음에도 무작정 검사해 달라는 사람을 설득하거나 과일, 간식 등 각종 심부름 요청을 일일이 거절해야 하는 등 각종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 홀로 선 플랫폼 노동자들
전 세계로 확산된 플랫폼 노동자도 제시됩니다.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자는 대리운전기사, 배달기사, 가사도우미, 문화예술 및 정보기술 분야 프리랜서들입니다. 언론은 이들이 한 달 500만 원 이상 번다고 보도했는데요. 최근 화려한 언론 보도와 다른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감정 노동 실태가 알려졌습니다.
플랫폼 노동자의 감정 노동은 플랫폼의 서비스 평점과 리뷰 시스템에 기반합니다. 고객 평가가 소득, 일자리에 직결되는 만큼 소위 '가는 김에 이것 좀 버려주세요', '올 때 생수 2통만요'같은 갑질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일부 플랫폼은 평가 점수 낮은 회원을 탈퇴시키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고객 평가를 중점으로 관리가 진행될수록 플랫폼 노동자의 감정 노동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됐지만...
콜센터, 아파트 경비원부터 플랫폼 노동자까지.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긴 논의 끝에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에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처'가 사업자 의무사항으로 추가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사업주는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하여 고객 응대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조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러나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는 '2019년 감정노동 및 직장 괴롭힘 실태조사'에 근거해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주장했습니다. 해당 조사는 무려 감정노동자의 70.9%가 보호법을 전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전했는데요. 실제로 보호법 시행 후 1년 동안 신고는 9건, 과태료 부과는 2건에 그쳤습니다.
감정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반 직장인 중 자신을 감정 노동자로 생각하는 이들의 수도 5명 중 4명이나 되었죠. 대부분 고객이나 대행사의 폭언에도 대응하지 못하는데 무력감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퇴근 후 자기도 모르게 진상이 된다는 직장인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갑질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가운데,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개선은 요원해 보입니다.
글 박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