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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캐 아닌가요? 본업 의사지만 부업만 두 개라는 이 남자의 정체

바야흐로 n 잡의 시대입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며 투잡, 많게는 쓰리잡까지 병행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자기 계발, 높은 수입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의지가 없으면 부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근무 시간 이외에도 일정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죠. 소위 '전문직'이라 불리는 의사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진료 시간 이외에도 꾸준히 공부를 놓을 수 없기에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의사라는 본업 이외에도 벌써 두 개의 새로운 업에 도전한 남성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이과, 문과, 예체능을 통달한 인재라고 부르죠. "그의 하루는 48시간 같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여태껏 정신적, 체력적 한계에 부딪힌 적이 없다고 하는데요. 놀랍도록 완벽한 그는 대체 누구일까요?

이비인후과 전문의라는 본업을 가진 이낙준 씨(36)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그는 필명 한산이가로 활동하며 <군의관, 이계가다>, <열혈 닥터, 명의를 향해!>, <의술의 탑> 등을 연재한 웹 소설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의학 채널 '닥터 프렌즈'에선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죠. 무려 세 가지의 직업을 가진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이낙준 씨의 어린 시절 / 본인 제공

Q. 의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거창한 이유는 없다. 어머니가 치과 의사여서 친숙한 느낌은 있었다. 고교 시절 성적이 의대에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이어서 가게 됐다. 입학 전에는 사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Q. 의대생, 의사. 학창 시절 우수한 성적을 갖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학생이었나?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고 열심히 하지 않았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고교 진학 후 장래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공부를 해야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어린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탓에 기초가 부족하더라. 그렇다고 중학교 시절 책을 다시 들춰보긴 싫어 무조건 문제집을 풀었다. 남들이 뿌리부터 줄기를 세우고 잔 가지를 친다면 나는 가지를 많이 치다 보니 뿌리가 심어진 셈이다. 목표가 뚜렷해지니 고교 2학년 이후로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이낙준 씨의 20~30대 시절 / instagram@nak0602

Q.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나?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을 9등으로 졸업했다. 서울에 큰 병원으로 인턴을 갈 수 있는 성적이었지만 제일 친한 친구 둘이 인하대병원에 남겠다 해서 함께 남았다. 하고 싶었던 과가 성적이 높기도 했다. 막상 인턴 때 돌고 보니 생각과 달라 고민이 생기더라. 어찌해야 하나 하던 참에 삼성의료원 이비인후과에 간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지원 권유를 받았고 냉큼 받아 삼성서울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수련을 받게 됐다.


Q. 많은 과 중 이비인후과를 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걸 경험해보고 싶었다. 이비인후과는 귀, 코, 목이라는 3개의 장기를 보는 과다. 주로 외과적 처치, 쉽게 말해 수술을 하지만 내과적인 진료 역시 중요한 과다. 그래서 선택했다.

이낙준 씨의 부모님(위), 아내(아래) / instagram@nak0602

Q. 서울대 출신 부모님, 영상의학과 전문의 아내. 온라인상에서 '두뇌 금수저 집안'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


어머니는 치과의사시다. 덕분에 공부를 잘 못할 때에도 어머니를 보며 막상 하면 잘 하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기도 했다. 의료인에 대한 친숙함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음대 출신 목사님이시다. 예술인 같은 면모가 있어 매일 차를 마시고 전시회, 연주회를 즐기신다. 어릴 때 아버지와 했던 경험이 작가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 아내는 과학고 조기 졸업,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되는 걸로도 모자라 현재는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여러모로 저보다 나은 점이 많다. 덕분에 결혼 전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는 듯하다.

Q. 이비인후과 전문의,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어떤가?


단점을 아직 잘 모르겠다. 이비인후과 의사, 참 괜찮은 직업이다. 특히 감기, 비염, 중이염, 편도염 그리고 드물게 두경부 암을 보는 과다. 두경부 암을 제외하면 유병률이 워낙 높고 불편한 질환이다. 지인들에게 질문도 많이 받고 내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낀다. 생각과 달랐던 점도 있긴 하다. 두경부 암 환자들을 볼 때였다. 사실 이비인후과에선 20시간 이상 걸리는 수술을 하는지 꿈에도 몰랐다. 단순히 세밀한 과가 아니라 아주 거친 과더라.

필명 한산이가로 활동하며 꾸준히 웹 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Q. 필명 '한산이가', 어떻게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인가?


필명은 그냥 제가 한산이 씨라 지었다. 아버지가 폭넓은 분야의 독서를 즐기신다. 덕분에 다양한 책을 접했고 그중 장르 소설에 꽂혔다. 한동안 무협지와 판타지를 탐독했다. 그러다 문득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도전했다.


Q. 최근 작품 '중증외상센터 : 골든아워' 가 웹툰으로도 만들어졌다.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사실 웹툰 영역에서 저는 그냥 원작 제공자 역할만 한다. 웹 소설과 웹툰은 아예 다른 분야라 사실 저는 문외한이다. 우연히 발간한 소설이 인기를 얻으며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 영광이라 생각한다.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은 '중증외상센터 : 골든아워' 다. 사실 늘 지금 쓰고 있는 작품에 가장 애정이 깊다.

함께 채널을 운영하는 의사 오진승, 우창윤 씨.

Q. '닥터 프렌즈'라는 유튜브 채널로 대박이 났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웹 소설을 쓰며 생각보다 사람들이 의학에 관심이 많다는 걸 느꼈다. 단순히 텍스트로 전달하기보단 영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하지만 글보다는 영상 쪽이 품이 많이 들고 쑥스럽기도 하더라. 그래서 주변에 있던 친구들 중 하자고 하면 할 거 같은 두 명을 찾아서 시작했다.

Q. 이과, 문과, 예체능을 섭렵한 의사로 유명하다. 세 직업 중 어떤 게 가장 적성에 잘 맞는가?


당연히 의사다. 의대만 6년, 의사로 살아온 지 어느덧 10년이 넘어간다. 작가, 유튜버 활동 역시 본업이 의사이기에 가능한 활동이다. 부족한 적성과 역량을 전문직으로서의 지식과 경험이 메꿔주는 셈이다.


Q. 힘든 적은 없었나?


딱히 없다.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의사가 되기 전에도 큰 굴곡이 있던 삶이 아니었다. 하고 싶었던 과가 생각과 달랐고, 인턴 생활이 힘들어서 '인생이 끝나나'라는 생각도 했다. 근데 지나고 보니 별거 아니더라. 최근에도 힘든 일은 없다. 아주 체력이 좋지도 않지만 스트레스 역치가 높은 편이라 자고 일어나면 리셋이 된다. 그렇지 못한 날에는 아내가 수다 상대가 되어준다. 이외에도 가족들과의 시간은 꼭 빼놓고 계획을 짜는 덕분인 것 같다.

Q. 의사로서 어떤 영향력을 전파하고 싶은지?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꼭 바꾸고 싶은 인식이 있다. 보청기에 대한 인식이다. 안경과 보청기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이 정말 다르다. 사실 보청기도 안경처럼 청각을 보정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일 뿐이다. 심지어 난청 인구에서 적절한 보청기 사용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논문이 쏟아지는데도 여전히 부정적이더라. 보청기를 안경 정도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인식을 바꾸는 것이 목표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나?


우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할 계획이다. 이미 벌려놓은 일이 너무 많다. 새로운 도전은 의료 봉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국경 없는 의사회에 관심이 많아 얼마 전 기부를 했다. 가능하다면 그분들처럼 의사가 없는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인생 중 1년쯤은 의료 봉사를 나가는 것이 목표다.

이낙준 씨는 진료 이외에도 소설, 영상 등으로 다수에게 유익한 의학 지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정보뿐 아니라 선한 영향력 역시 전파 중이죠. 유튜브 채널 개설 이후 구독자들은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고 최근 코로나 사태를 위한 후원금을 전달했습니다. 어쩌면 그가 목표로 하는 보청기에 대한 인식 변화 역시 어려운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전문성을 살려 그만의 방법으로 많은 이들에게 유익함을 전하고 있는 이낙준 씨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글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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