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원수일지라도 여긴 말리고 싶다”며 전직원들이 입모아 말한 회사
유족과 쿠팡의 입장이 판이하게 갈린 가운데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2월 장덕준 씨 부모님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이 조사한 바로는, 장덕준 씨가 포장 부자재만 옮겼다는 쿠팡의 주장과 달리 장 씨는 생전 5kg이 넘는 상자를 하루 100번까지 옮겼으며, 30kg짜리 상자는 40번가량 들어야 했다고 하는데요.
장 씨의 부모님은 아들의 죽음 이유를 밝히기 위해 조사를 거듭한 끝에 자신도 모르는 새 쿠팡의 노동환경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됐습니다. 장 씨의 아버지는 “쿠팡을 조사해보니까 시간당 생산량이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는데요. 예컨대 시간당 150개의 주문서를 소화하는 것도 높은 강도의 업무에 속하는데 만일 시간당 200개의 주문량을 소화하는 직원이 있으면 직원 전체의 목표가 시간당 주문량 200개로 상향조정된다는 것입니다. 장 씨의 아버지는 “최근 쿠팡이 너무 과도한 시간당 생산량을 요구하는 제도는 폐지했다고 하지만 한 시간 단위의 마감은 여전히 있어 크게 바뀌진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쿠팡에는 장덕준 씨처럼 택배로 발송될 물품을 정리·포장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물류센터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포장된 물품을 각지로 배송하는 배송노동자가 있는데요. 일명 ‘쿠팡맨’이라 불리는 쿠팡의 배송노동자들 역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기로 업계에 소문이 자자합니다.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보면 쿠팡이 택배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산재지옥’으로 통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데요. 지난 2020년 쿠팡에 제기된 782건의 산재 신청 가운데 758건이 승인을 받았는데요. 반면 같은 기간 롯데택배는 산재 신청 4건 가운데 4건 승인, 로젠택배의 경우 4건 중 3건 승인에 그쳤습니다.
그간 쿠팡은 노동환경 이슈로 여러 번 뉴스란을 장식한 만큼 그 내용도 다양한데요. 우선 가장 최근에 덕평 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해선 쿠팡의 가혹한 노동자 통제가 화재를 더 키웠다고 보는 주장도 있습니다.
쿠팡 노동조합은 지난 18일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일찍 화재를 발견한 직원이 있었지만, 휴대전화 반입이 안 되는 탓에 신고가 늦었다는 주장도 나왔다”라며 “쿠팡은 그간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앞서 쿠팡 용인 물류센터의 경우 지하에 있는 남자화장실 6칸 중 4칸이 누수공사를 이유로 폐쇄돼 논란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해당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직원 A 씨는 “회사가 노동자들 화장실 가는 시간 아깝다고 화장실 문을 죄다 막아버린 것 같다”라며 “기저귀 차고 일해야 할 판”이라고 자조했는데요.
지난 24일엔 쿠팡에서 일한 경험이 있거나 재직 중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겪은 사례를 밝히고자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은 중간마다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 이용하는 사소한 일조차 관리자의 허락을 받아야 했고, 휴대전화도 반입이 안 돼 위급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외에도 직원을 이름 대신 전화번호 뒷자리로 부른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쿠팡 노동조합 측은 “쿠팡에서 배송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짧게는 석 달 정도 되는 단기 비정규직이 많다”라며 “재계약이 불발될까 봐 항의도 어려워 사측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쿠팡 측은 “화장실 사용 때문에 직원이 경위서를 쓴다든가, 직원을 번호로 불렀다는 것은 허위”라며 맞섰는데요. 과거 일부 근로자들이 익명성 보호를 이유로 연락처 뒷자리로 불러달라는 요청에 잠시 그렇게 했던 적은 있으나, 재작년부턴 ‘000 사원님’으로 호칭을 통일하고 있으며, 화장실 때문에 경위서를 쓴 직원은 여태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