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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이 전부 해결해 줄 거야”라고 생각했다가 낭패보는 이유

골목식당·맛남의 광장까지

백종원 대표, 전국 누비며 상생 강조

예비 창업자 흔드는 '백종원 프랜차이즈'

백 대표 믿고 가게 열었다 부딪힌 현실은

코로나19 창궐 속 외식업계는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이에 백종원이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 측에선 가맹점주들을 위해 2개월 치 로열티를 전액 감면을 결정했는데요. 그뿐만 아니라 폐기 식자재에 대한 비용(임시 휴업 매장 대상) 부담, 커피 원두와 정육, 소스 등 주요 식자재에 대한 공급가를 한시적으로 인하했죠. 이를 본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역시 백종원", "백종원 프랜차이즈 매장을 열 걸 그랬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내고 있습니다.

방송 밖에서도 상생을 강조하는 백종원 대표와 자연스럽게 노출된 더본코리아 소유의 20여 개 브랜드는 대중의 신뢰를 쌓기 충분했습니다. 덕분에 간판에 백종원 얼굴을 건 그의 프랜차이즈 매장에는 '적어도 실패는 안 한다'라는 소문까지 등장했는데요. 소문이 사실인지, 백종원 프랜차이즈 매장의 점주들은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예비 창업자로 붐비는 더본 창업 설명회

더본 코리아 본사와 점주 간담회 / 더본코리아

더본 코리아에선 브랜드 별로 창업 설명회를 개최합니다. 수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몰리는 이곳에선 개점에 필요한 조건들과 과정을 간략히 설명하는데요. 이곳에선 백 대표가 방송에서도 강조했던 '점주의 숙련도'를 강조했습니다. 판매하는 메뉴 전부를 점주가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점주와의 상생을 위해 본사 측에선 비용 절감이 가능하도록 재료 전처리, 메뉴 수 관리 등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프랜차이즈답게 인테리어 및 콘셉트는 대부분 획일화되어 있는데요. 업체 선정에 있어 비용 절감이 가능한 부분은 자율적으로 선택이 가능했습니다. 이외에도 가게 운영이 가능한 점포 확보 및 상권 분석 역시 필수였죠. 예비 창업자 측에서 준비를 한 자료를 토대로 본사 측에서 검토,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모든 사항을 본사 측에서 준비해 주진 않죠. 메뉴 개발, 가맹점 유지 및 관리 부분을 꾸준히 검토하고 체크하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적지 않은 창업 비용, 높아지는 폐업률?

역전우동0410의 예상 창업 비용 / 공정거래위원회

그렇다면 더본코리아 브랜드의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할까요? '착한' 브랜드 이미지와는 달리 생각보다 높은 비용으로 공개됐는데요. 창업설명회 및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홍콩반점 0410의 창업 비용은 총 1억 2,700만 원, 최근 새롭게 생긴 한 브랜드의 창업 비용은 1억 7,000만 원 선이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변수가 생길 수 있으나 동종업계 창업 비용에 비해 적은 비용은 아니었죠.

백 대표가 스스로 낮은 편이라고 언급한 더본코리아 가맹점의 폐점률은 6.7%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이는 높은 편이 아니지만 2019년 기준 더본코리아의 폐점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는데요. 유사 업종의 타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폐점률에 있어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백종원 프랜차이즈 매장 역시 폐업의 위험에서 멀어질 순 없다는 뜻입니다.

창업자 사이 인기... 매장 오픈 대기 필요해

백 대표가 인지도를 쌓기 시작한 2016년을 기준으로 더본코리아의 매장 확대 속도는 오히려 감소해왔는데요. 이는 본사 관리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실제 창업 설명회에서도 매장 오픈 일정이 대부분 정해져 있어 대기가 필수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무작정 점주, 매장을 늘리기보단 관리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몸집을 키워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반면 원하는 상권, 시기에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불만도 있었죠.

싸게, 많이? 과연 점주에겐 얼마나 남을까

백 대표가 극찬을 아끼지 않은 꿈뜨락 몰 파스타 집의 가격

백 대표가 방송 <골목식당>을 통해 가장 많이 강조하는 '박리다매'에 대한 점주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저렴한 가격을 고수하는 더본코리아, 백 대표의 선택으로 점주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죠. 더본코리아의 한 브랜드에서는 40평 매장 기준 평균 매출 6~7천만 원 정도라는 후기가 있었지만 이는 업종, 브랜드별로 상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본사 측에서 식재료 전처리, 원가를 떨어트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식재료 대량 구매 등의 시스템을 확보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더본코리아 연도별 실적

백 대표가 언급한 원가율과 가성비 전략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을 골목 상권은 물론 기존 프랜차이즈 점주들에게 강요할 순 없습니다. 단순히 판매가를 낮게 측정하는 것이 도리어 위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대부분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는 더본코리아의 전체 매장, 점주들의 실적을 알아보았습니다. 2018년 더본코리아의 경영 실적은 101억 원으로 2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는데요. 더본코리아 측에선 다양한 시도를 위한 인력 투자,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설명했죠.

<골목식당>처럼 손님 몰릴 수 없어

백종원 대표의 방송 출연, 시청자들에게 심어진 그의 훈훈한 이미지는 더본코리아에게도, 매장 점주들에게도 확실한 이점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가 직접 나서 광고, 마케팅 비용을 아끼며 다양한 방송을 통해 간접적인 광고 효과를 얻고 있죠. 단순한 프랜차이즈 홍보보단 더본코리아에선 유튜브 등을 통해 요리법을 공유하는 등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광고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대중의 신뢰를 바탕으로 더본코리아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백종원 프랜차이즈니까 한번 먹어볼 만하다'라는 인식이 비교적 쉽게 심어지죠. 실제로 <골목식당>에 출연한 식당들의 성공사례를 기대하는 창업자들도 적지 않지만 쉽지 않죠. 한 창업 유튜버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며 '실패는 없겠지', '백종원이 알아서 해주겠지' 등의 안일한 생각으로 맹목적인 개점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더본 코리아에선 준비 없이 단순히 사장님이 되고 싶어 창업을 하려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백 대표는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 등에서 작은 가게들에 열정을 다해 솔루션을 제시하곤 합니다. 하지만 백 대표가 수천 개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하나하나 신경 쓸 수는 없습니다. 창업 전 철저한 시장조사, 상권분석은 더본코리아에서도, 백종원 측에서도 대신해줄 수 없는 부분입니다. 본사 측에서 어느 정도의 관리, 경영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직접 운영하는 가게이니만큼 누군가의 후광에 기대기보단 스스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글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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