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 열면 옆집이랑 부딪힌다는 하자 논란 아파트의 실 모습
부동산 가격이 펄펄 뛰어오르고 있는 요즘, 큰맘 먹고 내 집 마련을 했건만 입주한 집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면 여간 속상한 일이 아닌데요. 부산 동구 초량동의 한 신축 아파트는 분양 당시 더블역세권에 오션뷰 조망권을 갖추고 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부푼 기대를 않고 입주를 시작한 주민들은 첫날부터 크게 당황했는데요. 조직을 꾸려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설 정도로 입주민을 분노하게 한 이 아파트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부산 동구 초량동에 위치한 A 아파트는 도시철도 1호선 초량역이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데다 KTX 부산역이 도보 15분 거리에 있어 ‘더블 역세권’으로 분양 당시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었는데요. 그뿐만 아니라 부산도시고속도로, 중앙대로, 충장대로 등 부산의 주요 도로와 인접해 있어 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입지에 위치해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외 해당 아파트 인근에는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대형 복합쇼핑시설은 물론 자유시장, 부산진시장 등이 가까이 있고 동구청 등 행정기관도 단지 주변에 밀집해 있어 생활 편의성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는데요. 특히 해양도시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할 수 있는 오션뷰 조망권을 갖추고 있어 기대감을 모았습니다. 분양대행사 측은 해당 아파트를 두고 “북항 재개발 사업의 최대 수혜지여서 향후 미래 가치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교통·생활 편의성, 오션뷰 조망, 개발 호재 등 프리미엄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을 비롯해 향후 집값 상승 노리고 부푼 맘으로 해당 아파트에 입주했던 주민들은 설렘 대신 분노의 감정을 먼저 느껴야 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파트 현관 입구가 이웃과 동시에 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무척이나 좁았기 때문인데요. 알고 보니 해당 아파트의 복도 폭은 1.12미터로 건축법상 최소 규정인 1.2미터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같은 황당한 사건을 맞닥뜨린 해당 아파트 입주자는 “이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보다 꽤나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두세 명이 동시에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복도를 보고 충격받았다”라며 “사람이 지나가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냐”라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문제가 언론에 오르내리며 문제가 되자 시공사 측은 복도 폭을 잘못 계산해서 생긴 문제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는데요. 시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복도 벽면이 아닌 벽 중간을 기준으로 시공해 벽의 일부가 복도 폭에 포함돼 실제 복도가 상당히 좁게 나왔다는 것이죠.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나자 동구청은 해당 아파트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려 최소 규정에 맞게끔 폭도 폭을 조정할 것을 명령했는데요. 이에 건설사 측은 재시공에 착수해 급히 작업을 완료했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녔습니다. 시정 후에도 두 집이 동시에 문을 열면 문이 부딪치는 문제가 반복된 것인데요.
해당 문제와 관련해 입주민과 입주 예정자들은 조직을 꾸려 시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은 기자회견 당시 “문을 열었을 때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는 돼야 하는 게 상식”이라며 “이 문제가 지금 해결되지 않으면 이 건물이 부서질 때까지 부실시공의 억울함을 안고 살아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장장 3개월에 달하는 입주민들이 항의가 이어지자 시공사는 마침내 복도 폭 확장 공사에 착수했습니다. 부실시공 문제가 벌어졌을 때 시공사가 보상금을 지급하는 대신 실제 재시공에 들어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하죠. 이번 재시공을 통해 문제가 된 세대 가운데 66세대는 복도 폭이 1.2미터에서 1.8미터로 넓어졌는데요. 구조상 변경이 복도 폭 변경이 불가능한 일부 세대의 경우 문을 양문형으로 교체해 오른쪽 문만 열리게 하는 방식으로 시공이 이뤄졌습니다. 문제가 처음부터 안 일어났으면 가장 좋았겠으나, 주민들이 지속적인 항의, 언론의 관심이 합쳐져 결국 재시공에 이르게 됐다는 점에서 해당 아파트는 재시공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해당 사례와 같은 부실시공 문제를 줄이기 위해선 감리업체와 시공사 간에 원활한 소통이 필수라고 입을 보습니다. 서울 소재의 한 건축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건축물을 지을 때 설계와 시공을 각각 따로 진행하다 보니 설계를 아무리 잘해도 시공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라며 “이들은 상호 간의 실수를 제어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크로스체크를 통해 이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