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천장에서 물이 뚝뚝’ 10년 차 공공임대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
공공임대 아파트 누수 사례 논란
일부 가구는 누수로 천장 내려앉아
입주민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
전문가 “공급 확대뿐만 아닌 질적 상승에 힘 모아야”
집은 편히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어야 하기에, 조금이라도 하자가 발생하면 여간 짜증스러운 일이 아닌데요. 최근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 아파트의 주민들은 몇 달째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일부 가구의 경우 천장이 내려앉아 위험천만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책임 소재도 불문명해 입주민들의 불만은 점점 극에 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체 이 아파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사진출처_조선비즈 |
지난 2010년 6월 준공돼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는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의 ‘산운13단지 휴먼시아데시앙’은 서너 달째 천장 누수 문제로 입주민들을 속앓이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는 판교택지 개발 지구 내 공공임대 단지 중 하나로 전국 최초로 분양 전환을 내건 아파트이기도 한데요. 분양전환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으로서, 공공임대주택에서 5년 혹은 10년 동안의 거주 기간을 채운 뒤 입주민에게 그 집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분양전환을 앞두고 아파트에 발생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입주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죠. 지난 5일 건설업계에 의하면 해당 아파트의 1396가구 가운데 약 40여 가구에서 천장 누수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휴먼시아데시앙의 관리주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지만, 입주자들은 시공사인 태영건설도 책임을 회피할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사진출처_BBS뉴스 |
LH 측에서는 스프링클러와 함께 설치된 동관이 부식되면서 누수가 발생한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누수 원인을 찾지 못한 가구도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LH 관계자는 “13단지의 하자 보수 신고가 다른 단지보다 많은 것은 맞지만, 현재까지 접수된 누수 관련 피해 신고는 분양전환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책임지고 보수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시공상의 문제로 의심되는 만큼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입주민 김 모 씨는 “수리를 위해 벽지를 뜯어내고 보수공사를 진행했는데 인테리어 업자가 애초에 별로 좋은 자재를 써서 지은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하더라”라며 “아직 10년밖에 안 된 아파트인데 이런 문제가 여러 가구에서 발생한 것이면, LH 와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책임지고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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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게에서도 애초에 공공임대 아파트의 발주 금액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보니 이익을 내기 위해서 저렴한 자재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공임대는 사실 시공사에게 그리 큰 수익을 내주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많이 남기기 위해 자재 단가를 낮추면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본다”라고 전했습니다.
사진출처_시사저널 |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태영건설은 억울하다는 입장인데요. 태영건설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동관에 의한 누수 문제는 인지하고 있지만 해당 자제는 애초에 LH의 시방서(공사 설명서)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며 “보증기간 동안 보수공사도 성실히 이행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우선 이번 논란에 대한 책임은 LH가 지게 될 확률이 더 높은데요. 태영건설에게 하자 보수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선 오시공에 대한 부분이 밝혀져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공임대 아파트의 부실공사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청년,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 계층에게 안정된 보금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공공임대 아파트 사업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입니다. LH 콜센터에는 하자 보수 관련 항의 전화가 수십 통 쏟아지고,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축 공공임대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아파트 변기 물이 안 내려간다는 불만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알려진 바에 의하면 재작년에 입주한 LH 임대주택 1만 2천여 가구 가운데 1년간 발생한 하자는 총 3800여건에 달했습니다. 벽면 등의 균열이 1409건으로 전체하자 건의 40.4%를 차지했으며, 오배수관 고장이 783건으로 뒤를 이었죠. 건설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민간 건설사들이 특화 설계, 입주민 커뮤니티 시설 강화 등을 통해 아파트 품질 향상에 나서는 동안 LH는 사실상 품질 개선에 손을 놓고 있던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사진출처_세계일보 |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하자가 발생해도 이를 해결하는 데까지 수일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통상 LH는 입주민들로부터 하자 접수만 하고 실제 보수공사는 시공사 측에서 진행하는데요.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어렵다 보니 하자 발생부터 보수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 잦은 것이죠. 반면, 최근에 지어지는 민간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단지 내 하자 보수 담당 부서가 아예 단지 내 상주해 있어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기도 한데요.
현재 정부는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늘릴 작정이지만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 관련 정책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품질 개선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지난 9월 김현준 LH 사장은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여섯 번째 ‘LH 혁신위원회’자리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공공 주택 단 1호라도 더 많이, 단 1개월이라도 더 빨리 공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공언하기도 했는데요.
공급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개선도 급선무라는 것은 수치로도 증명됩니다. 감사원에 의하면 서울 주택도시공사가 운영하는 매입 임대주택 1만 2천여 가구 가운데 54.6%에 달하는 6500여 가구가 입주자를 찾지 못해 비어있는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국내 서울 소재의 한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힘을 받으려면 공공임대주택도 민간주택만큼 살기 좋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퍼져야 한다”라며 “지금처럼 하자 관련 문제가 계속해서 논란이 되면 서민들도 공공임대주택을 꺼리게 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천장이 내려앉은 가구가 있을 정도로 심각한 누수 관련 피해를 겪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주민들의 사례를 알아봤는데요. 비슷한 문제가 여러 번 제기된 만큼 현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품질 관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향후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