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취준생들의 고민은 한 층 깊어져가고 있는데요
. 정규직 자리뿐만 아니라 인턴
,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일당을 받는 출장기사로 나서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 도배
, 타일 등 관련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학원에는 모집 정원 보다 훨씬 많은 수강생들이 몰리는 경우도 있는데요
. 최근엔
SKY 졸업생은 대기업을 간다는 공식을 깨뜨리고 도배사로 전향한 여성도 나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 뜨거운 날씨
, 부상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출장 도배 기사로 나선 청년들의 배경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나온 배윤슬 씨는 매일 새벽같이 눈을 떠
5시면 출근길에 나섭니다
. 배 씨가 도착한 곳은 서울의 어느 아파트 공사현장
, 그녀는 휑한 벽에 벽지를 붙이는 도배사로 일하는데요
. 명문대 출신인 그녀가 일명 노가다라는 말로 폄하되기도 하는 도배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원래 배 씨의 첫 직장인 전공을 살려 취직한 노인복지관이었습니다. 그녀는 일 자체는 금방 손에 익었지만, 조직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웠다는데요. 배 씨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하면 너 없어도 이 일 할 사람 많으니 하던 거나 열심히 하라는 소리를 들었다”라며 “누구라도 대체 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어려웠고 결국 퇴사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직장에서 제 발로 나온 그녀는 조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으면서도 정년이 없는 직종을 물색하기 시작했는데요 . 건축 도장사는 피부염이 있어서 , 타일시공사는 타일 무게를 견딜 자신이 없어 포기했습니다 . 이후 이어진 장고 끝에 결국 도배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는데요 .
결과적으로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배 씨는 말합니다. 그녀는 “도배일은 실력이 늘고 성과가 는다는 게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보여 만족감이 크다”라며 “안정적인데다 대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술직은 참 매력적이다”라고 밝히는데요.
그러나 도배사 일이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 배 씨는 평소 추위를 잘 못 견뎌 하지만
, 난방시설이 없는 공사현장에서 겉옷도 입지 못한 채 계속 물에 손을 묻혀가며 일해야 했고
, 손은 갖가지 상처들로 성할 날이 없는데요
. 또한
, 온종일 바삐 움직여야 업무가 제시간에 끝나는 탓에 일을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체중이
7kg 저절로 빠졌습니다
.
도배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역시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배 씨의 부모님은 지인으로부터 “따님이 그런 일을 하는 사람과 눈 맞아 결혼하겠다고 하면 어쩌시겠느냐?”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배 씨는 계속해서 도배 일에 애정을 가지고 일할 예정인데요
. 그녀는
“사회복지사 시절보다 지금 버는 돈이
1.5배쯤 더 된다
”라며
“일 시작하고부터 줄곧
SNS에 도배사 일상을 올리고 있는데 최근 들어 도배사가 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또래 친구들의 메시지를 많이 받고 있다
”고 말했습니다
.
배 씨처럼 청년 도배사를 꿈꾸는 청년들은 날로 늘고 있는데요
. 지난
2019년
5월 기준 구인구직 사이트 인테리어잡에는
138명이 도배 공사를 하겠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 2018년보다 딱
2배 증가한 수치인데요
. 주목할만한 점은 연령대 비율 변화입니다
. 2018년엔
40대가
1위를 차지했다면
2019년엔
30대가
1위를 차지했으며
, 20대 지원자는
9명에서
22명으로 대폭 늘었습니다
.
그렇다면 도배 일에 청년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한 도배 기술학원 관계자는
“도배는 전기
, 타일 같은 종목보단 비교적 단시간에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면서 일당이
20만원 안팎으로 높은 편
”이라며
“최저임금 상승으로 일자리가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기술 배우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
”라고 말했습니다
.
도배 기사들의 일당은 연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데요
. 학원에서 모든 교육을 수료한 후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 초보자의 일당은
6만원 선입니다
. 이들은 도배 현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 및 자재운반 등 일종의 보조 역할을 하는데요
.
이후 실력을 쌓아 벽지를 바르는 등의 실무를 조금씩 하게 되면서부터 13만원~14만원 정도로 일급이 오르게 되며, 더 나아가 경험과 전문성이 더 쌓여 정식 도배사가 된 이들의 평균 일급은 20만원 안팎입니다.
최근에는 학원 등을 통해 정식 도배 기술을 배운 뒤 특정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직접 일거리를 찾아 나서는 청년 도배사들도 많은데요
. 건설 업계에서는 도배기사 일당이 다른 출장기사 일당의 바로미터가된다는 말도 나옵니다
. 도배기사 일당이 오르면 타일
, 에어컨
, 조명 등 다른 출장기사들이 공임비가 오른다는 얘기인데요
.
부산지역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도배기사들은 전국단위의 협회를 갖추고 있어 단합도 잘되고 일자리 알선도 타 출장기사 직군에 비해 잘 되는 편이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 지금까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짐에 따라 청년들에게 최근 각광받고 있는 직업인 도배사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 건설 현장에서 일하려는 청년들이 늘어남에 따라 지금껏 속칭
‘노가다
’라는 이름으로 가치 폄하 당해온 건설 노동직군이 향후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