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원짜리 상품권
실제 판매 가격은 92000원?
상품권 수익구조의 실체
상품권으로 돈 버는 '상테크' 등장
올해 5월 정부는 얼어붙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을 내렸습니다. 현금, 카드뿐만 아니라 지역사랑상품권으로도 돈을 지급해 지역 시장을 되살리려 했는데요. 최근 이러한 상품권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바로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산뒤 현금으로 돌려받아 수익을 내는 것이죠. 이러한 악용 사례는 상품가가 액면가보다 10% 이상 저렴하게 나오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렇듯 기존 가격보다 싸게 팔면서 도대체 상품권 판매 업체는 어떻게 수익을 내는 것일까요?
누구나 발행 가능한 상품권
상품권은 액면 가격에 상당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와 교환할 수 있는 일종의 증표입니다. 백화점이나 기타 상점, 상품권 발행회사 등이 발행 주체가 되며 무기명 유가증권이기 때문에 잃어버리면 돈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죠. 예전에는 상품권 발행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IMF 때 현금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이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상품권 판매업을 하기 위해서는 관할세무서에 신고해야 할 업태와 종목들이 있는데요. 상품권 사업은 한국표준산업분류표상 기타 금융업으로 분류됩니다. 사업장 소재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요. 사업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필요경비에 포함되는 금액은 해당 과세기간의 총수입금액으로 계산되죠.
상품권법시행령에 따르면 상품권 발행자는 파산한 경력이 없어야 하며 정부로부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신뢰성과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는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또한 상품권 매매는 통상적으로 부가가치세가 과세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상품권은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재산가치에 해당되지 않는 거래 품목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선 상품권 발행 기업은 신용카드 매출전표, 세금계산서 등 객관적인 증빙 자료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상품권이 수익이 되는 이유
그렇다면 상품권은 발행업체 입장에서 어떻게 이익이 되는 것일까요? 우선 상품권을 이용해 사용자가 계산하면, 매장은 상품권 판매 업체에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청구하게 됩니다. 그러면 업체는 수수료를 온전히 이익으로 갖게 되죠. 예를 들어 소비자가 1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5% 할인받아 9,5000원에 구매할 때, 수수료를 6%라고 가정한다면 상품권 판매자는 장당 1,000원의 판매수수료를 통한 이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사의 카드 수수료와 비슷한 형태죠.
선매효과로 인한 이자수익도 얻을 수 있습니다. 상품권 거래구조는 소비자가 상품권을 사용 한 다음 매장에서 상품권 판매자에게 대금을 청구하는 방식인데요. 상품권의 실제 제조단가는 불과 몇백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상품권 판매자는 200원 가량의 비용으로 상품권 금액에 해당하는 현금을 보유하게 됩니다. 상품권 판매 후 현금을 매장하는 지불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판매자는 해당 기간동안 막대한 현금을 보유할 수 있게 됩니다.
거기에 훼손이나 분실로 인하여 상품권을 사용하지 못해 생기는 낙전 수입도 있습니다. 낙전수입이란 구매자가 금액 상품을 다 사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부가적인 이익을 얘기하는데요. 문화상품권을 판매하는 한국 문화 진흥의 2017년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낙전 수입이 약 85억 원으로 판매수수료의 20%에 달했습니다. 이렇듯 기업 입장에서는 낙전 수입으로 얻는 수익이 쏠쏠하기 때문에 상품권에 유효기간을 만들어 낙전 수입을 유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소비자에게도 이득? 일명 ‘상테크’
상품권만이 가지는 특이한 수익구조로 인해 소비자들도 득을 보는 사례가 있는데요. 최근에는 상품권과 재테크의 합성어인 상테크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상테크는 온라인으로 상품권을 할인해 산 다음 현금화를 시키는 과정에서 이윤을 얻는 방식인데요. 상품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한 뒤 수수료(8%)를 제외한 금액을 페이코 포인트로 충전한 다음 소액 결제 후 나머지를 계좌로 환불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상품권 10만 원을 지마켓, 11번가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8~1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했다면, 페이코에서 환불 시 수수료 8%를 제외한 92,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충전한 포인트는 1원 이상이라도 사용하면 본인 계좌로 환불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90,500원에 200만 원어치 상품권을 구매하여 92,000원에 환불했다고 가정했을 때, 약 30,000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상테크는 불법일까요?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60% 이하 사용한 상품권은 환불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론 불법이 아닙니다. 현재에는 온라인 폐지 줍기 방식으로 상테크가 자주 쓰이고 있지만 쇼핑몰 비교 시 거래액 기준으로 하지 않거나 액면가와 할인가가 큰 차이가 없다면 더 이상의 상테크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글 이은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