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에게 가장 서러울 때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단연 몸이 아플 때를 꼽을 텐데요. 손 하나 까딱할 기운마저 없을 때 몸을 일으켜 병원으로 향하는 길은 천 리 길보다 더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 굳이 직접 병원으로 가지 않더라도 내 방에서 진료를 보고 약까지 누군가 집으로 배송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평소라면 ‘좋을텐데’라고 끝났을 상상이 실제로 가능한 일이 됐습니다. 본격적인 ‘내 손안의 주치의 시대’가 열린 것인데요. 이를 가능케 한 인물은 누구이며, 어떤 계기로 이 사업에 뛰어들게 됐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한양대 의대에 진학한 장지호 씨는 어릴 적부터 원격진료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습니다. 그는 ‘혼자 잘 살려고 하지 마라, 항상 사회에 베풀려고 해라’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에 따라 학창시절부터 봉사활동을 가까이했는데요.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의료봉사센터에서 5년간 100시간 정도를 일했습니다. 그곳에서 장지호 씨는 사정상 직접 병원에 방문할 수 없는 노숙인과 장애인들을 위해 약 배달을 했는데요. 이 경험은 장지호 씨가 ‘원격진료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필수서비스’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이후 의대 진학 면접을 볼 때 ‘향후 원격진료를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장지호 씨의 목표는 흔들리지 않았는데요. 공부량이 어마 무시 하다고 소문난 의대 전공 진도를 따라가면서도 장지호 씨는 원격진료에 관한 공부를 손에 놓지 않았습니다. 특히 그는 이미 원격진료를 시행 중인 외국계 회사들로부터 많이 배우고자 했습니다.
예컨대 장지호 씨는 지난 2019년경 학교의 지원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그곳에서 해외의 수많은 원격의료 회사들을 보고 올 수 있었는데요. 또한, 그는 동경대에 다니는 친구를 섭외해 일본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직접 찾아가 회사 대표와 의료서비스 사업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이미 선두의 길을 가고 있는 이들과 마주하며 장지호 씨는 “병원 진료가 필요한 사람은 사회 어느 곳에나 있고 이분들을 진료하는 건 의사로서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됐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그는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면 내가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창업을 준비하던 초기에는 전공 공부를 따라잡으면서 디자인, 프로그래밍 수업을 청강하기도 했는데요. 극단적으로 빡빡한 일정에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던 장지호 씨는 40시간 잠을 못자 결국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창업 준비에 본격적으로 집중해야겠다는 필요를 느낀 그는 휴학계를 내고 뜻이 맞는 친구 3명과 함께 열심히 준비한 끝에 지난 2019년 원격의료 서비스 플랫폼 ‘닥터나우’를 세상에 내놓게 됩니다.
닥터나우는 앱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진료과목과 시간대를 선택하면 해당 시간에 의사가 화상 전화 또는 일반 전화를 걸어 진료를 볼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진료 이후 의사가 처방한 약은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어 진료와 약 처방 모두 집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닥터나우는 출시 한 달 만에 의료 앱 부문에서 안드로이드 기준 2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월간 활성이용자수 7만5000여명을 꾸준히 달성중인데요. 앱 재방문율 역시 90%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장지호 씨는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이 높은 수치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꼽습니다.
실제로 현재 닥터나우를 애용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질염, 성 기능 장애, 탈모 등 본인의 증상을 인지하면서도 병원에 방문하는 것은 꺼리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하는데요.
장지호 씨는 “닥터나우를 통해 사실 비아그라를 처방받는 분들도 매우 많은 편이다”라며 “비아그라, 탈모 약처럼 개인적으로 처방받기 부끄러울 수 있는 약 외에도 혈압·당뇨약 같은 정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이 있는 분들에게도 닥터나우가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렇게 쭉쭉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닥터나우에게도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는데요. 현재 닥터나우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본래 불법이던 비대면 진료를 정부가 코로나19 탓에 지난해 2월부터 한시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즉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나면 언제 또다시 비대면 진료가 불법이 될지 모를일 이라는 것이죠. 이에 대해 장지호 씨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법에 가로막혀 국내 원격의료발전이 더뎌지면 안 된다고 단호히 말하는데요. 그는 “이미 원격진료는 시행 중인데 제도화는 안 된 모순적인 상황”이라며 “지금이 원격진료의 제도화 적기”라고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닥터나우를 의료계의 ‘토스’로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라고 하는데요. 사람들이 토스를 많이 찾는다고 해서 은행이 사라지지 않았듯, 닥터나우가 의료계와 상생하면서 보다 편한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그는 말합니다. 원격의료가 현재 합법과 불법의 갈림길에 서 있는 불안정한 상황임에도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나아가는 장진호 대표의 앞으로의 행보와, 닥터나우가 나아갈 방향에도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