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운기 제조업체 사장님이 15만마리 꿀벌과 동거하게 된 계기
한기업의 회장님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려지는 관습적인 이미지가 있죠. 검은색 대형 세단을 주로 타고 다니며, 수많은 수행비서들과 어디든지 동행할 것만 같고, 운동이 아닌 육체노동은 전혀 하지 않을 것만 같다는 등의 이미지를 떠올려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들을 깨고 양복 대신 청바지와 편안한 티셔츠 차림에 얼굴을 막아주는 망사모자를 뒤집어쓴 채로 구슬땀을 흘리는 회장님이 있다고 합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LS엠트론의 구자은 회장은 도시가스업체인 예스코 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LG 창업주인 구인회의 조카인데요. LG엠트론의 주력 사업은 트랙터 제조업으로, 이 회사가 만든 트랙터는 미국 딜러들이 선정한 최고의 트랙터 3위에 꼽힐 정도로 그 기능성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구 회장은 요즘 회사 경영을 제외하고도 푹 빠진 것이 있다는데요. 그것은 바로 ‘양봉’입니다. 구 회장은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꿀벌을 살리고자 작년부터 서울 성북동 자택 뒤뜰에 벌통을 설치하고 손수 도시 양봉에 나서고 있는데요. 약 1년 새 4만 마리에서 15만 마리로 늘어난 꿀벌이 구 회장의 뒤뜰에서 생산해내고 있는 꿀 양만해도 연간 10리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지구를 되살리는 일에 보탬이 되고자 취미 삼아 시작했던 양봉이 예상보다 더 잘 돼 많은 한 가정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꿀이 생산되자 구 회장은 자신의 애정이 가득 담긴 꿀을 이웃과 나누기로 했는데요.
구 회장은 ‘꿀벌의 개체 수를 늘리고자 시작했는데 꿀이 너무 많이 차서 할 수 없이 생산한 꿀’이라는 문구가 적힌 꿀은 가까운 지인들에게 건네며 꿀벌 살리기 운동에 동참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때 벌꿀을 통에 담는 과정에 이르는 벌꿀 채취 및 포장 과정에도 구 회장이 직접 참여한다고 하는데요. 구 회장에 따르면, 벌꿀이 가득 찬 벌통 1개의 무게가 무려 30~40kg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구 회장이 꿀벌 살리기에 나선 이유는 과학자들이 꿀벌이 멸종되면 인간이 재배하는 주요 100대 작물 가운데 70%가 멸종된다고 할 정도로 생태계에서 꿀벌이 지닌 중요성이 절대적이기 때문인데요. 구 회장은 비단 자신의 자택 뒤뜰에서만 꿀벌 살리기 운동에 나선 것이 아닌 기업 차원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LS그룹 연수원인 LS미래원은 지난 7월 경기도 안성시 농업기술센터와 손잡고 토종 꿀벌 육성산업에 나서고 있는데요. 꿀벌 약 40만 마리가 서식할 수 있는 26개의 벌통이 설치된 LS미래원 양봉 장소에서는 오는 11월까지 약 60kg에 이르는 꿀이 생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LS미래원 측은 양봉장에서 생산된 꿀을 향후 나눔 행사를 통해 안성 시내 복지시설 등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한편, LS그룹의 꿀벌 살리기 운동은 요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ESG 경영’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ESG경영은 환경, 사회 책임, 지배 구조의 약자로 돈을 많이 버는 것에만 골몰하는 것이 아닌 환경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을 일컫는 말입니다.
즉 쉽게 말해 기업이 환경과 사회를 위해 ‘착한 일’을 하는 것을 ESG경영이라 할 수 있는데요. 보통 ESG경영은 곧 돈이 되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는 부분적으론 사실이나 멀리 내다보면 ‘ESG경영은 비용이 아닌 돈 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서울 소재의 한 경영학과 교수는 “ESG 경영이 잘 이뤄지면 주가가 오르고 기업의 실적이 성장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며 “위기가 오더라도 ESG 경영을 잘 해온 기업이라면 소비자의 신뢰를 받으며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특히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유통시장에서의 ESG 경영은 향후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최근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표현인 돈과 혼쭐내다의 합성어 ‘돈쭐’이라는 표현도 기업이 가치 경영인 ESG에 더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해 주는데요. 돈쭐이란 선행을 베푼 업체의 제품을 많이 사주는 일명 ‘팔아주기 운동’으로 치킨이 너무 먹고 싶지만 수중에 돈이 없던 형제에게 무료로 치킨을 내준 사연이 알려져 돈쭐이 난 홍대 ‘철인 7호’ 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와 반대로 악독한 노동, 환경 문제가 계속해서 붉어진 쿠팡의 경우 올해 탈퇴,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그저 가성비에 의해서가 아닌, 다양한 사회 이슈를 반영한 가치소비를 하는 성향이 짙기에 당장의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호감 이미지를 획득하고자 ESG경영에 기업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죠.
한편, ESG가 돈을 몰고 다닌다는 사실은 금융시장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요. 국내 금융기관들은 대출심사 기준에 비재무 정보인 ESG를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은행에선 ESG경영이 우수한 기업은 대출 금리를 낮춰주는 상품을 속속들이 출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평가한 환경성 평가 우수기업, 녹색인증 기업에 대해 최대 1.5% 포인트의 대출금리를 감면해 주는 ‘NH친환경기업우대론’ 상품을 출시했는데요.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태양광 기업인 한화솔루션, 풍력타워 제조 기업인 씨에스윈드, 배터리 기업인 삼성SDI, LG화학 등은 현재 투자시장에서 성장이 기대되는 수혜 종목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재무적 지표를 제외하고 ESG 요소를 같이 고려할 때 장기적인 투자 수익률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라고 분석하기도 했죠.
지금까지 양봉에 푹 빠진 기업 회장님에 대한 얘기부터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ESG경영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환경과, 사회를 위한 순수한 의도든, 마케팅을 위한 의도적 활동이든 ESG경영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은 긍정적임에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