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율 100%’ 연예인에게 악플 달면 과연 벌금 얼마나 내야 할까?
무플보단 악플이 낫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과거 악플로 고통을 호소한 연예인들은 주로 선처 위주로 대응해왔지만 도 넘은 악플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관련 피해가 극심해지면서 악플을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는데요.
일각에서는 ‘잡혀봤자 벌금 고작 얼마 안 낸다’ 혹은 ‘해외에 서버를 둔 채로 단 악플은 절대 작성자를 못 찾는다’는 말도 나오는데 과연 이 말은 사실일까요? 보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댓글을 남긴 이들은 키보드를 칼처럼 사용한 대가를 어느 정도로 치러야 하는지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함께 국내 경영진들 가운데 유독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분이 있죠. 바로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인데요. 한동안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대중과의 활발한 소통으로 화제가 되더니 이번엔 자신을 향한 악의적 공격에 대한 칼을 빼들어 또 한 번 뉴스난을 장식했습니다.
최 회장은 자신과 자신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대표에 대한 악의적 내용이 담긴 영상을 게재한 유튜버 A 씨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는데요. 언론에 따르면, 최 회장은 서울 용산 경찰서에 문제가 된 유튜버 A 씨를 비롯한 해당 영상에 악플을 남긴 네티즌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최 회장에게 고소당한 유튜브 채널은 평소 ‘000 회장의 충격 고백’, ‘000의 충격 근황’ 등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유명 인사들의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영상에 담아냈는데요. 최 회장은 유튜버 A 씨가 영상에서 다룬 김 대표의 과거사, 학력, 내밀한 가정사 등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최 회장이 자신을 음해하려는 이들을 상대로 칼을 빼들게 된 원인이 된 영상의 조회 수는 무려 140만 회를 넘어섰는데요.
그간에도 최 회장은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유튜버 및 네티즌들을 상대로 강경하게 대응해 왔는데요. 이전에도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방송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등을 상대로 문제가 되는 영상을 삭제 및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도록 조치를 취한 바 있으며, 2019년 최 회장에게 기소된 네티즌 전원은 모두 벌금형 혹은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이 가운데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 대표에게 지속적으로 악플을 남긴 네티즌 B 씨의 경우 법원으로부터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까지 받았는데요. B 씨는 최 회장의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지인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허위사실, 악의적 비방의 내용이 담긴 댓글을 작성했다고는 하나 악플로 1억 원이라는 높은 금액 배상 판결이 나왔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으는데요. 그렇다면 악플을 쓴 대가로 내야 할 벌금은 평균 얼마 정도일까요?
정치계, 연예계 만큼이나 스포츠 관련 기사 댓글 창에도 수많은 악성 댓글이 난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지환 프로야구 선수는 최근 본인과 본인의 아내를 동시에 모욕한 악성 댓글을 남긴 네티즌을 고소했습니다. 모욕죄로 기소된 네티즌은 법원으로부터 12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고 이에 불복해 현재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인데요.
오지환 선수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의 관계자는 120만 원도 상당히 이례적으로 많이 나온 금액이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2016년부터 1년 6개월가량 온라인상 모욕 사건 판결 376건을 분석한 결과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 가운데 89%가 벌금형에 처해졌으며, 평균 벌금액은 89만 원에 달할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전문가들은 모욕죄 혹은 명예훼손죄에 대한 벌금액이 지금보다 상향 조정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서울 소재 대학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재직 중인 모 교수는 “악플에 대한 사전규제는 기술적으로 어렵지만 사후 처벌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라며 ‘지금은 악플러들이 저지른 행위에 비해 처벌이 지나치게 가벼우니, 이들을 처벌한 판례를 지속해 늘려가 대중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연예인들의 악플러 고소 소식을 다룬 기사의 댓글 창에선 해외에 서버를 둔 악플러는 찾기 힘들다, 해외에선 협조를 잘 안 해준다는 식의 댓글이 꼭 달리곤 하는데요. 그러나 현재 기술상으로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를 저지른 10명 중 7명이 검거될 정도로 관련 수사는 활발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해마다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사건으로 검거되는 피의자들은 1만 명 이상씩 나오고 있죠.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악플 추적 전문 업체는 총 20여 곳에 달하는데요. 한 악플 추적 전문 업체 관계자는 “지금껏 회사로 직접 연락을 취해와 악플 삭제 혹은 추적을 맡긴 유명인이 50명이 넘는다”라며 “최근 들어선 연예인의 팬클럽이 자체적으로 자료를 취합해 악플러를 찾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라고 전했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 개재된 악플은 작성자를 잡기 어렵다는 인식도 있는데요.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주거지를 옮겨 다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악플러의 신원은 대부분 드러나게 돼 있다”라며 “해외에 거주하는 악플러 검거 사례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경찰청 관계자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본사 직원들을 직접 초청해 악플 관련 수사 협조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선처에서 엄벌로 변해가는 유명인들의 악플 관련 대응 및 악플을 남겼을 때 악플러가 책임져야 할 평균 벌금 수준까지 알아봤는데요. ’말이 칼처럼 느껴진다‘라는 말에 공감하는 유명인들이 많은 만큼 댓글을 쓸 땐 모니터 뒤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