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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카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

개성과 낭만으로 다듬어진 튜닝카, 왜 보기 어려워질까요?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튜닝카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자동차 회사에서 출시하는 근사한 신차도 좋지만, 근사한 바디킷을 두르고 괴물 같은 퍼포먼스를 내는 튜닝카 만큼 심금을 울리는 것도 없습니다.


과거에는 내로라 하는 튜너들이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컴플릿 튜닝카를 개발하거나 각종 튜닝 파츠를 선보이는 일이 흔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하만, 로린저, 브라부스, 노비텍, HKS, 어뮤즈 등등 각종 브랜드 전문 튜너들이 잡지 지면을 장식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양산차 급 완성도를 지닌 튜닝카가 많았지만, 요즘은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튜닝카 소식을 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다수는 드레스업이나 약간의 소프트웨어 튜닝 정도로 연명 중이고, 과거처럼 극단적인 튜닝카를 보기 어려워졌는데요. 소비자의 취향이 점점 다채로워지는 시대에, 왜 튜닝카를 보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완성차들의 튜닝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일반 양산차와 고성능차의 성능 격차가 꽤 컸습니다. 일반적인 승용차는 서스펜션 세팅이 훨씬 무르고, 엔진 성능도 매우 보수적으로 세팅된 경우가 많았죠. 그만큼 튜닝을 통해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잠재력도 컸습니다.​

완성차의 성능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고도의 튜닝이 이뤄진 차를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완성차의 성능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평균적인 주행 성능이 대폭 향상됐습니다. 대중적인 소형차도 제법 탄탄하고 고속 안정성이 우수한 서스펜션을 기본 탑재하고, 다운사이징이 대세가 되면서 대다수의 내연기관차는 터보차저 과급을 기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순정 차량의 성능이 크게 높아지면서 퍼포먼스를 원하는 운전자들도 굳이 고도의 튜닝을 찾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고성능차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 튜너들이 훨씬 더 괴물 같은 성능의 튜닝카를 만들 수 있다면 수요는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 또한 녹록치 않습니다. 요즘 차들을 튜닝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설계 고도화로 튜너 단위에서 차를 대대적으로 튜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졌습니다.

완성차의 순정 성능이 높아졌다는 건, 그만큼 튜닝을 통해 성능을 끌어올릴 만한 마진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정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없었기 때문에 내구성 대비 퍼포먼스를 매우 보수적으로 설정하고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첨단 정밀 제어를 바탕으로 최적의 성능을 내기 위한 최소한의 마진을 상정하고 차량을 개발하기 때문에, 튜닝을 통한 성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첨단 전자제어가 엔진은 물론 서스펜션, 자세 제어 등 차량의 거의 모든 부위에 적용되고 자동차 자체의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아진 탓에 완성차 회사 대비 영세한 튜너들이 이처럼 복잡한 전자제어 시스템의 구조를 완벽히 파악하고 차량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성능을 끌어올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또 자동차의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차량에 탑재되는 부품의 구조가 복잡해지는 건 물론이고 단가 또한 높아지기 때문에, 순정 차량의 워런티를 포기하고 튜닝을 하는 건 운전자에게도, 튜너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강화된 안전 및 환경 법규는 튜닝의 문턱을 높이는 요소입니다.

안전 및 환경 법규의 강화와 전동화 또한 튜닝의 문턱을 높이는 요소입니다. 차량의 안전성을 해칠 수 있는 튜닝이나 기준치 이상의 배출가스를 내뿜도록 개조된 차량은 각국의 정기검사를 통과하기 어렵고, 관련 법규가 엄청나게 까다로운 만큼 튜너들이 이러한 법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충족하기란 어렵습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임의로 튜닝하기 힘든 만큼, 앞으로도 파워트레인과 관련된 튜닝에 있어서는 튜너들의 운신의 폭이 점차 좁아질 전망입니다.


이처럼 여러 내·외부적 환경의 변화는 자동차 튜닝의 범위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튜닝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건 아닙니다. 서스펜션이나 브레이크, 배기 시스템, 드레스업 등 파워트레인 외적인 분야에 있어서는 오히려 튜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서스펜션, 브레이크, 배기 시스템 같은 요소들은 제도적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오랜 세팅 노하우가 요구됩니다. 때문에 오랫동안 관련 업계에서 종사해 온 부품 제조사들이 튜닝 전용 제품을 출시하며 파워트레인 외의 성능 향상을 꾀하는 수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의 시대인 만큼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드레스업에 대한 거부감도 과거보다는 덜해졌고요.


자동차 튜닝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튜닝을 양성화하고 제도권에 편입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고도의 퍼포먼스 튜닝보다는 개인의 취향이나 필요에 따라 차량을 개선하는 실용적 튜닝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구조변경 절차를 간소화하고 부품 인증을 통해 안전한 튜닝을 즐길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습니다.

국내에서도 튜닝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튜닝부품 인증제도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자동차튜닝협회(KATMO, 이하 튜닝협회)의 튜닝부품 인증제도가 대표적입니다. 튜닝협회는 정부의 튜닝 산업 장려 정책에 발맞춰 가장 빈번하게 튜닝이 이뤄지는 주요 부품들에 대한 인증 규정을 마련하고 심사를 거쳐 인증을 발급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빈번하게 튜닝이 이뤄지지만 안전과 직결돼 엄격한 품질 관리가 요구되는 배기 시스템, 브레이크, 트레일러용 견인장치, 튜닝용 LED 광원 등의 튜닝 부품에 대한 인증을 통해 소비자들은 복잡한 구조변경 절차 없이 간편하게 품질을 검증 받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증 받은 튜닝부품을 장착한 뒤 별도의 구조변경 절차 없이 인터넷 등록 만으로 합법적인 튜닝을 마칠 수 있으니 합법적일 뿐 아니라 편리하다는 점도 이점입니다.​

과거처럼 극단적인 튜닝카는 보기 힘들어졌지만, 새로운 튜닝카가 또 나타나겠죠?

과거처럼 극단적인 튜닝카를 만나기 어려워진 건 아쉽지만, 각자의 취향에 맞춰 가볍게 선택할 수 있는 튜닝이 수월해진 건 반가운 일입니다. 환경의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는 만큼, 머지않아 새로운 시대에 맞는 매력적인 튜닝카 또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글 · 이재욱 에디터 <피카몰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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