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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피카미디어

윈터 타이어를 반드시 장착해야 하는 이유

윈터 타이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2021년 1월 6일, 수도권에 큰 눈이 내렸던 날을 기억하시나요? 이날 퇴근시간대에 최대 15cm의 눈이 쌓이고, 한파로 녹지도 않는 데다 제설 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도권 일대의 교통이 완전 마비됐습니다. 길가에 차를 버리고 귀가하거나, 심지어 다음날 아침까지도 정체가 이어져 퇴근을 포기하고 차를 돌리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이 날의 대란은 제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까닭도 있었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윈터 타이어를 장착하지 않은 탓이 컸다고 지적합니다. 많은 차량들이 윈터 타이어만 장착했어도 막을 수 있는 사태였다는 것이죠.

지난 1월 폭설로 인한 교통 마비의 원인 중 하나가 낮은 윈터 타이어 장착률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겨울철 강수량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고, 그나마도 강원도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윈터 타이어 사용률이 매우 낮은 편인데요.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윈터 타이어 장착률은 고작 10% 안팎에 불과해 다른 나라(일본 : 50%, 캐나다·유럽 : 90%)에 비해 저조합니다.


하지만 겨울철 윈터 타이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오늘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야기, 윈터 타이어의 특징과 반드시 장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사계절 타이어는 사계절용이 아니다"

사계절 타이어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사계절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승용차의 대다수는 사계절 타이어(올시즌 타이어)를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고성능차를 중심으로 썸머 타이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지만, 아직도 주류는 사계절 제품인데요. 썸머 타이어야 그렇다 치더라도, 명색이 "사계절" 타이어인데 굳이 윈터 타이어를 따로 사용해야 하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미국 운전자들이 종종 하는 이야기 중, "사계절 타이어는 피닉스에서나 사계절용이다(An all-season is only an all-season if you live in Phoenix)"라는 말이 있습니다. 피닉스는 사막 한가운데 있는 도시로, 한여름 평균 기온은 섭씨 40도가 넘고, 겨울철에도 평균 기온이 섭씨 20도에 달하는 곳인데요. 즉, 흔히 이야기하는 사계절 타이어는 추운 날씨에서 제 성능을 내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아메리칸 올시즌 타이어는 미국의 온화한 겨울 기후에 맞는 제품으로, 우리나라의 겨울에는 맞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사계절 타이어는 흔히 '아메리칸 올시즌 타이어'라 불리는, 미국에서 애용되는 제품입니다. 미국의 인구 집중 지역인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이 지역들은 겨울에도 영상의 기온이 유지되고 눈이 거의 오지 않습니다. 이런 계절에 맞춰 제작되다보니 우리나라와 같은 겨울 날씨에는 대응이 불가능한 것이죠.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타이어의 컴파운드와 패턴 때문입니다. 타이어의 주 재료는 합성 고무 컴파운드인데, 기본적으로 연간 운행 시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온 환경에서 최적화된 성능을 내도록 설계됩니다. 이렇게 설계된 컴파운드는, 그러나 낮은 기온에서는 경화 현상으로 인한 성능 저하를 겪게 됩니다.


가령 고무로 된 지우개를 냉장고에 넣어뒀다 꺼내면 딱딱하게 굳어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딱딱해진 지우개는 문질러도 잘 지워지지 않고 미끄러지는데, 타이어 역시 지우개와 같이 접지력이 저하되면서 조향 능력이 떨어지고 제동거리도 길어지는 것이죠.​

사계절 타이어나 썸머 타이어는 구조적으로 겨울에 성능 저하가 발생합니다. 윈터 타이어가 필수인 이유입니다.

사계절 타이어나 썸머 타이어의 컴파운드는 트레드 온도 기준 섭씨 영상 7도 이하부터 경화가 시작됩니다. 11월부터 영하권의 아침 날씨가 시작되는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겨울철 타이어의 성능이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타이어 패턴도 문제입니다. 썸머 타이어는 말할 것도 없고, 사계절 타이어라 하더라도 젖은 노면과 약간의 진흙 정도에만 대응할 수 있을 뿐, 눈과 빙판에서는 제대로 된 접지력을 낼 수 없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일반적인 사계절 타이어는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서 전천후 타이어로 사용하기에 한계가 뚜렷합니다.

겨울에는 윈터 타이어가 필수인 이유​

윈터 타이어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답은 "Yes"입니다.

그렇다면 윈터 타이어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요? 고작 타이어 하나만 바꾼다고 해서 더 안전해질 수 있을까요? 거짓말 같지만 실제로 가능한 일입니다.


윈터 타이어는 우선 컴파운드부터 저온 환경에 특화된 소재로 만들어집니다. 실리카 성분 함량을 높이고, 미세한 기포가 무수하게 생성된 발포 고무를 사용합니다. 덕분에 낮은 온도에서도 경화되지 않고 접지력을 유지하며, 컴파운드 속의 기포가 수분을 배출하는 효과를 냅니다.

윈터 타이어 고유의 패턴은 수분 배출과 눈길 주행에 적합합니다.

패턴에도 차이가 있는데요. 윈터 타이어에는 지그재그 패턴이 무수히 새겨진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이프 패턴은 눈을 움켜쥐어 눈길에서도 접지력을 확보하고, 또 마찰열과 압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분을 빠르게 배출합니다. 눈밭이나 빙판길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주행할 수 있는 건 그런 까닭입니다.


물론 윈터 타이어를 장착한다 해도 마른 노면처럼 조향과 제동이 완벽하게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기본적으로 마찰력이 매우 낮아진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통제력을 잃지 않고 주행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겨울 많은 차들이 통제 불능에 빠져 버려진 걸 떠올려 보면, 조금 불안정하긴 해도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인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윈터 타이어 무용론'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론 상 저온 환경이더라도, 마른 노면에서는 윈터 타이어보다 썸머 타이어나 사계절 타이어의 접지력이 더 우수합니다. 이를 근거로 "눈이 올 때는 운행하지 않고, 눈이 온 뒤 며칠만 조심하면 된다"는 논리를 펼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꼭 눈이 오지 않더라도 겨울철에는 서리가 내리거나, 보이지 않는 블랙 아이스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이상기후로 인해 일기예보 정확도가 낮아지고, 기습적인 폭설이나 한파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윈터 타이어 사용이 보편화된 유럽 국가들의 경우, 겨울철 윈터 타이어 장착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윈터 타이어를 장착하지 않은 차량에 대해서는 사고 시 보험 적용이 불인정되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합니다. 국내에서는 이런 규제까지 적용되지는 않지만, 안전을 생각한다면 윈터 타이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윈터 타이어, 어떻게 고르고 어떻게 쓸까?​

윈터 타이어, 어떤 제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그렇다면 내 차에 장착할 윈터 타이어는 어떤 제품이 좋을까요? 막상 구입을 하려 해도 다양한 제품이 시중에 나와 있어 선택하기 어려운데요. 윈터 타이어의 종류 별 특성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윈터 타이어는 크게 알파인 타이어와 노르딕 타이어로 구분됩니다. 이 중 본디 윈터 타이어로 개발된 건 노르딕 타이어입니다. 깊고 각진 트레드 패턴으로 눈길 주행 성능에 집중하고, 빙판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계 속도가 낮고, 깊은 트레드 패턴 탓에 차가 울렁이며 나쁜 승차감을 냅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북유럽이라면 노르딕 타이어가 필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내륙 산간 지역이 아니라면 굳이 노르딕 타이어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트레드 모서리가 둥글게 말린 알파인 타이어는 국내 환경에서 가장 적합한 윈터 타이어입니다.

알파인 타이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윈터 타이어로, 일반도로 주행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제품입니다. 눈길 및 빙판 주행 성능은 다소 희생하되 마른 노면에서의 승차감과 조종성, 주행 성능, 마모도 등을 고려한 올라운드 타이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도심 및 포장도로 운행이 많은 대다수 운전자라면 알파인 타이어 만으로 충분히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스터디드(studded) 타이어도 있습니다. 노르딕 타이어 패턴 위에 이름처럼 눈이나 빙판에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징(stud)이 박힌 타이어인데요. 포장도로 노면을 파손시키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주로 북유럽이나 러시아 등지에서 사용됩니다.​

해외에서는 저렴하고 무거운 스틸 휠에 작은 치수의 타이어를 장착해 별도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썸머 타이어와 달리, 윈터 타이어는 트레드 폭이 좁은 편이 눈길에서 더 뛰어난 주파 능력을 발휘합니다. 때문에 여건이 된다면 순정 휠보다 작은 치수의 여벌 휠을 마련해 윈터 타이어를 장착해 두는 것이 편리합니다. 이 경우 타이어를 집에 보관하다가 직접 교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게 어렵다면 타이어 샵이나 정비소에서 제공하는 호텔 서비스를 통해 윈터 타이어(겨울철에는 썸머 타이어)를 보관해 두면 됩니다.


만약 여건 상 윈터 타이어를 따로 구매하기 어렵거나, 타이어 교체가 번거롭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에는 겨울 환경에도 대응할 수 있는 올웨더 타이어, 소위 '유러피언 올시즌 타이어'도 국내에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올웨더 타이어는 본격적인 윈터 타이어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동계 주행 성능을 인증 받은 제품으로, 3PMSF 인증을 통해 구별할 수 있습니다.

올웨더 타이어는 사계절 타이어와 윈터 타이어의 적합한 절충안입니다.

일반적인 사계절 타이어보다 주행 소음이 큰 편이고 V-패턴으로 위치 교환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별도의 교체 작업 없이 연중 안정적인 성능을 낸다는 장점 덕에 올웨더 타이어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다만 올웨더 타이어는 사계절 타이어와 윈터 타이어의 절충안인 만큼, 제대로 된 겨울철 주행 성능을 확보하고 싶다면 윈터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이 좋겠죠?


겨울은 사람에게도, 자동차에게도 녹록치 않은 계절입니다. 기계장치인 자동차에게 추위는 그 자체로서도 가혹한 시련이지만, 여기에 더해 날씨 변수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도 큰 편이죠. 특히 겨울철 결빙이나 강설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일반 교통사고 대비 치사율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만큼 겨울철 차량 운행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순위에 둬야 합니다.​

윈터 타이어는 안전하게 겨울을 나기 위한 보험과도 같습니다.

겨울 한 철 쓰는 윈터 타이어를 따로 구매하는 것이 아깝다고 느낄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후에서는 사실 상 11월부터 3월까지, 1년 중 절반 가량 윈터타이어가 필요합니다. 또한 윈터 타이어를 장착하면 기존 타이어는 겨울 동안 소모되지 않으니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결과적으로는 전체 유지비용 차이가 크지 않죠.


비록 약간의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사고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에 비하면 '보험'으로서의 윈터 타이어 구매 비용은 결코 비싸지 않습니다. 아직 윈터 타이어를 장착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꼭 윈터 타이어를 구입해 마음 편한 겨울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글 · 이재욱 에디터 <피카몰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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