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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피카미디어

반짝이는 내 차를 위해, 세차 산업의 역사

세차는 대표적인 자동차 관련 취미 중 하나이자 거대한 산업입니다.

자동차는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지만, 동시에 많은 이들에게 취미 활동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운전을 즐기는 사람, 모터 캠핑을 떠나는 사람, 자동차 사진을 찍는 사람, 직접 고치고 복원하는 사람 등 취미로서의 자동차를 즐기는 방식도 저마다 다양한데요. 차를 공들여 닦고 광 내며 성취감을 느끼는 세차 또한 그 중 하나입니다.​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세차는 어엿한 자동차 문화의 일부입니다.

차를 닦는 것이 취미라니!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죠. 보통 방청소나 설거지, 빨래 등 닦고 치우는 행위를 취미로 하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하지만 애착의 대상이자 동반자, 장난감이기도 한 자동차를 닦고 광내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세차는 어엿한 자동차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고 있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차의 역사는 자동차의 역사만큼이나 깁니다. 오늘은 반짝이는 내 차를 위한 노력, 세차 산업의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100년 전 세차기에는 솔 대신 사람이?

마차 시대부터 세차는 자연스럽게 이뤄져 왔습니다.

1886년 최초의 자동차가 등장하면서부터 세차는 시작됐습니다. 정확히는 마차 시대부터 세차가 자연스럽게 이뤄져 왔는데요. 마차나 초기 자동차는 귀족과 부유층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고용된 마부나 운전기사가 목재 차체와 금속 프레임에 왁스를 바르며 부식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했습니다. 때문에 정작 차주는 세차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죠.

포드 모델 T의 등장은 자동차의 대중화 뿐 아니라, 세차의 대중화도 불러왔습니다.

대중적인 의미의 세차는 본격적인 모터리제이션이 시작된 1910년대에 등장합니다. 1908년 포드 모델 T가 출시되면서 일반 서민들도 자동차를 살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들이 간편하게 세차를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해졌습니다.​

초창기 세차장의 모습. 터널식 세차기와 비슷하지만 모든 작업은 인력으로 이뤄졌습니다.

1914년, 프랭크 맥코믹(Frank McCormick)과 J.W. 힝클(J.W. Hinkle)은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던 미국 디트로이트에 세계 최초의 세차장을 설립합니다. 이 세차장은 오늘날의 터널식 세차기와 비슷하게 자동차가 지나가면 물을 뿌리고, 비누칠을 하고, 씻어내는 방식이었는데요. 차이가 있다면 모든 작업이 인력으로 이뤄졌다는 것이었죠.

윈치로 차를 당기는 반자동 세차장이 등장했지만, 차를 닦는 건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운전자가 내리면 인부가 직접 세차장으로 차를 밀어 넣었고, 안에서 대기 중이던 세차원들이 순서대로 비누칠을 하고 닦아낸 뒤 물기를 말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인력으로 작동하는 세차기였던 셈이죠. 1940년에는 윈치로 차를 잡아당기는 반자동 세차장이 최초로 등장하지만, 이때까지도 직접 차를 닦는 건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자동 세차기의 등장과 오늘날의 세차​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자동화 세차 시스템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자동화된 세차 시스템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도입됩니다. 전쟁이 끝나 민수용 자동차 생산이 재개되고 전쟁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차를 사면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밀려드는 차를 소화할 수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1946년 폴 마라니언(Paul Maranian)은 차를 옮기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스프링클러와 물기를 말리는 블로워가 추가된 자동화 세차기를 처음으로 선보입니다. 비록 차를 닦는 과정은 사람 손으로 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이 세차장은 연간 40만 대를 처리하는 빠른 세차 속도를 자랑했습니다.​

완전 자동 세차기는 1951년 최초로 등장합니다. 그 구조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완전 자동 세차기는 1951년 앤더슨 형제(Anderson brothers)에 의해 처음으로 상용화됩니다. 앤더슨 형제는 시애틀에 자동 세차장을 세웠는데, 물과 거품을 뿌리고, 솔로 문지르고, 헹군 뒤 건조하는 모든 과정이 기계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졌습니다.

자동 세차기의 등장은 세차 산업의 급성장과 더불어 자동차 문화의 발전에도 일조합니다.

완전 자동 세차기가 등장하면서 세차 시스템의 확산도 빨라졌습니다. 최소한의 관리 인원과 설비만 있으면 손쉽게 세차장을 운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댄 한나(Dan Hanna)가 1955년 오레곤 주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자동 세차장 프랜차이즈를 세우면서, 세차는 자동차 문화의 일부로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세차장을 중심으로 운전자들의 커뮤니티가 탄생하고 내·외장 관리의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죠.

자동차가 변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차기 또한 진보해 왔습니다.

이후 자동차의 발전과 함께 세차기도 발전해 왔습니다. 차체 크기가 다양해지고 지상고 높은 SUV가 등장하면서 과거보다 훨씬 큰 차도 세차할 수 있는 세차기가 생겨났고, 초기의 폴리에틸렌 브러쉬가 외장에 상처를 준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1990년대에는 폼 브러쉬가 도입됩니다.​

오늘날에는 터치리스 세차나 출장 세차가 새로운 세차 형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형태의 세차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비율로만 보자면 신속하고 비용도 저렴한 자동 세차장이 가장 많지만, 차량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쓰는 운전자들을 위한 손세차장이나 셀프 세차장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자동 세차와 손세차의 장점을 결합한 브러쉬리스(국내에서는 터치리스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죠) 세차장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한편,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비대면으로 언제 어디서나 세차를 할 수 있는 출장 세차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들 서비스의 경우 스팀 세차기나 워터리스 케미컬을 사용해 물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세차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차용 왁스에서 첨단 화학 소재까지​

세차 기술만큼이나 세차용품도 눈부시게 발전해 왔습니다.

세차의 기술-수작업 세차부터 자동 세차까지-의 발전 만큼이나 세차용품도 눈부신 발전을 이뤘습니다. 비누를 비롯한 계면활성제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목재나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량을 닦는 데에 최적화된 카샴푸가 등장한 건 20세기의 일입니다.


세차 산업 초창기에는 동·식물성 오일로 만들어진 세제가 사용되다가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석유 부산물로 만들어진 화학 세제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화학 세제는 기존의 천연 세제보다 발수성이 뛰어나 이후 카샴푸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습니다.

자동 세차기가 고안되면서 카샴푸에 건조제 성분이 추가되기 시작했습니다.

자동 세차기가 고안되면서 카샴푸에는 큰 변화가 생기는데요. 기존의 계면활성제 성분 외에 건조제(drying agent)가 추가된 것입니다. 건조제는 차에 뿌려진 물의 표면장력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데요. 자동 세차기의 블로워가 보다 효율적으로 물기를 제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1980년대부터는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개발된 카샴푸가 보급되기 시작합니다.

1980년대부터는 화학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효과적인 카샴푸를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이전까지는 중소기업의 '묻지마' 상품이 주류였다면, 80년대부터는 체계적인 연구와 조합을 통해 환경과 건강에 무해한 카샴푸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죠. 특히 2000년대 이후 셀프 세차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개인용 세차용품 붐이 일어나 오늘날에 이릅니다.


한편, 차량을 깨끗하게 닦는 것만큼 광택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초기 자동차는 마차와 같이 왁스로 광택을 내며 관리했는데요. 그래서 광택용 왁스와 연마재는 훨씬 오래 전부터 사용돼 오고 있었습니다.

세차용품 회사인 맥과이어스도 첫 시작은 가구용 연마재였습니다.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광택제는 1800년 독일 비쇼프스하임에서 최초로 고안된 마차용 왁스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목재로 만들어진 마차는 가구와 비슷한 연마재를 사용했는데요. 1901년 창업한세계적인 세차용품 회사 맥과이어스(Meguiar's)도 처음에는 가구용 연마재를 만드는 회사였을 만큼, 이 시기에는 차량용품과 비차량용품의 경계가 모호했습니다.​

다양한 광택제의 등장과 관련 장비, 도장 기술 발전으로 누구나 "광 내는 맛"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세차 산업이 등장하면서 차량용 광택제도 본격적으로 분화하기 시작합니다. 야자수 잎에서 유래한 카나우바 왁스는 1910년 최초로 상용화되고, 액상형 왁스는 1944년에 출시됩니다(이 최초의 액상 왁스는 훗날 터틀 왁스(Turtle Wax)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 됩니다). 하지만 이 시절 자동차 도색은 단층 페인트였기 때문에 광택을 유지하기 매우 어려웠는데요. 1970년대 유럽과 일본에서 클리어 코트 도색이 도입되면서 비로소 많은 운전자들이 "광 내는 맛"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20세기 후반에는 오늘날 사용되는 대부분의 외장관리용품이 개발됐습니다. 차량용 광택기, 디테일링 클레이, 극세사 타올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21세기 들어서는 세차용품 산업이 커 지면서 차량 관리를 위한 제품도 더욱 세분화됩니다.

오늘날 글로벌 세차 산업 규모는 53조 9,500억 원에 달합니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세차 산업은 세차장 부문이 353억 달러, 용품 부문이 116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둘을 합치면 469억 달러, 우리 돈 53조 9,500억 원 규모의 거대 산업이 됐죠. 앞으로는 차량의 도장면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차량의 광택을 손쉽게 유지해 주는 첨단 설비 및 용품의 개발과 더불어 수질 오염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세차 산업이 대세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간편한 세차가 있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최신식 설비와 편의시설을 갖춘 세차장에서 첨단 화학 기술이 적용된 세차용품을 사용해 세차하는 것이 너무나 간단한 일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간편한 세차가 있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던 것이죠. 이제 저녁 공기가 제법 선선해졌습니다. 오늘은 세차 산업의 족적을 되짚어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내 차를 닦아보면 어떨까요?


글 · 이재욱 에디터 <피카몰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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