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故 박지선 비보가 유독 애통한 이유
[OSEN=곽영래 기자]박지선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youngrae@osen.co.kr |
만인의 스타로 사랑을 받았던 코미디언 박지선이 하늘의 별로 돌아갔다.
햇빛 알레르기도 매서운 악플도 박지선의 사람 좋은 미소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랬던 그가 모친과 함께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연예계 동료도 대중도 큰 슬픔에 잠겼다.
박지선은 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모친과 숨진 채 발견됐다. 구체적인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빈소는 서울 양천구 목동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5일 오전 7시이며, 장지는 벽제승화원이다.
박지선은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코미디언 박지선의 삶은 시작부터 화려했다. '개그콘서트'에서 다수의 코너에 출연해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쳤고, 톱 여성 코미디언으로 꼽히며 대단한 인기를 구가했다.
박지선은 2007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여자 신인상을 거머쥐는 것을 시작으로, 2008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여자 우수상, 2010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여자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걸출한 22기 동료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성과였다.
이런 박지선도 처음부터 코미디언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한 박지선은 착실하게 엘리트 코스를 밟던 중, 친구들을 웃기는 게 마냥 좋았던 때를 떠올리고 덜컥 개그맨 시험장을 찾았다. 이후 개그계에 입문한 박지선은 자신의 외모를 치켜세워주는 분위기 속에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박지선은 대중 앞에서 자신을 풀어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EBS1 '지식채널 e'를 통해 "저는 제가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긴 얼굴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잖아요"라고 밝히는가 하면, '청춘페스티벌'에서 오진으로 얻은 피부질환으로 인해 화장을 할 수 없는 처지를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박지선의 모든 언행에서는 그의 높은 자존감과 유쾌한 에너지가 묻어났다. 특유의 위트도 빼놓을 수 없다. 평소 앓던 질병으로 방송 활동을 하지 못하고, 제작발표회와 쇼케이스 MC로 얼굴을 내비칠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중은 그런 박지선을 사랑했다.
방송 관계자들도 동료들도 박지선의 죽음을 믿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박지선 씨가 부정적인 분도 아니고, 긍정적인 분이신데 이런 선택을 하셨다고 해서 충격이 더 크다"고 말했고, KBS 개그맨 동료들은 박지선에 대해 "밝고 착하고 배려심이 깊은 친구"라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박지선은 모두에게 열정적이고 밝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박지선의 비보는 더욱이 충격적이다. 자신의 삶을 빌려 타인을 다독일 줄 알았던 박지선. 정작 자신은 황망하게 숨을 거두고 말았다. 박지선의 따스함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느껴본 사람들은 그를 진심으로 애도하고 있다.
"저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던 박지선. 이는 그의 바람이자 모두의 바람이 됐다. 비록 고인은 우리의 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는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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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심언경 기자] notglasse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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