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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담비가 곧 '동백꽃' 향미였다

“안녕하세요.”

첫 만남에 으레 하는 인사지만, 이 다섯 글자 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손담비가 곧 ‘동백꽃 필 무렵’ 향미라는 것을. 성격도 급하고, 말도 빨리 하는 손담비지만 아직 ‘향미’의 여운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렇게 향미가 가고 싶어 했던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향한다는 손담비는 끝까지 ‘향미’ 그 자체였다.

손담비, ‘동백꽃 필 무렵’ 향미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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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손담비는 가수로서 음반을 준비 중이었다. 이미 녹음까지 마친 상태였다는 손담비는 “원래는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동백꽃 필 무렵’ 제안이 오면서 내지 못했다. 녹음까지 마친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렇게 운명적으로 찾아온 ‘동백꽃 필 무렵’의 향미. 손담비는 향미에 대해 “공효진 언니의 추천도 있었고, 연기하기에는 어렵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캐릭터 같았지만 잘 해내면 내게 좋은 시너지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놓치고 싶지 않았고, 들어왔을 때 무조건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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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담비의 말처럼 ‘향미’는 어려운 캐릭터임이 분명하다. 맹한 표정, 느릿한 말투, 한껏 꾸민 듯 하지만 촌스러운 패션 등 외형적인 부분부터 동백(공효진)에게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 소외 당하는 이들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 등 내면까지, 표현할 게 적지 않았다. 때문에 손담비에게 ‘향미’는 도전이었다. 손담비는 “향미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다.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새로운 도전이었고 모험이었다. 그런 모험들이 맞아서 시너지가 났다. 내게 향미는 그런 의미다”라고 말했다.


모험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수인 법. 손담비는 향미를 위해 철저히 준비, 또 준비했다. 손담비는 “맹한 표정, 흐리멍텅한 초점, 어눌하고 느릿한 말투를 가지고 있는데 눈치는 빠르고 모든 걸 꿰뚫고 있다. 말투부터 많이 고쳤다. 초점, 표정 연습을 계속 하면서 향미와 싱크로율이 같아졌다. 초반까지는 불안했지만 조금 지나고 나니까 향미와 내가 완전히 붙었다.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손담비는 “겉은 맹하지만 모든 걸 꿰뚫고 있는 게 향미다. 옹산에서 제일 정보가 빠르고, 아무렇지 않게 ‘팩트 폭력’을 날린다. 이런 것들을 잘 살리면 향미가 살고, 작품에 잘 녹아서 시너지가 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손담비의 생각은 정확했고, 시청자들은 향미를 보면서 ‘배우’ 손담비를 느낄 수 있었다. 손담비는 “‘향미는 싱크로율이 똑같다’는 반응을 봤을 때 내가 잘못 봤나 싶었다. ‘향미는 손담비 그 자체’, ‘연기 정말 잘한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그때부터 실감이 났다. 내가 진짜 올바르게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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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의뭉스럽고도 덤덤한 표정으로 감정선을 이어가기도, 참아왔던 감정을 툭 하고 터트리기도 하며 시시각각 변주하는 디테일한 감정 연기를 보여준 것은 물론 뿌리 염색을 하지 않은 머리와 촌스러운 컬러의 다 까진 네일 등 외형적인 부분, 시선 처리와 제스처, 대사 톤까지 캐릭터를 높은 싱크로율로 그려낸 덕에 의심 아닌 의심도 받았다. 향미가 연쇄 살인마 ‘까불이’가 아니냐는 것.


손담비는 펄쩍 뛰었다. 손담비는 “향미를 둘러싼 여러 설이 많았다. 까불이가 아니냐, 트렌스젠더가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그런데 어떻게 향미를 용의선상에 올렸는지 의아하다. 왜 향미를 의심했는지 나도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어 이해가 되는데, 향미는 전혀 그런 인물이 아니지 않느냐”고 웃었다.


‘향미 까불이설’이 있을 만큼 손담비는 온전히 향미에 녹아들어 몰입도를 높였다. 그 몰입도는 향미가 동백의 따스한 마음에 새 삶을 살아보려 했으나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으며 안타까움을 자아낸 것. 손담비는 “많은 분들이 몰입해주셨다. 나도 슬펐는데, 내 마음을 대변해주듯이 시청자 분들이 같이 슬퍼해주셨다. 이입해주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너무 행복하다. 큰 사랑을 받아서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다”고 이야기했다.

‘향미’가 된 손담비, 시청률 20% 주역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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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흔한 조연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중심 캐릭터로 들어설 수 있었던 건 손담비의 물오른 연기가 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공효진, 강하늘, 오정세 등 동료들과 호흡이 시너지를 발휘했다.


손담비는 “시너지 효과가 이렇게 무섭다는 걸 많이 느꼈다. 잘 될 거라는 예상은 했는데 20%가 넘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대부분 10% 대를 예상했는데, 20%가 넘었을 때는 난리가 났다. 말 그대로 이런 시청률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손담비는 임상춘 작가의 탄탄한 대본을 극찬했다. 손담비는 “작가님이 정말 천재라고 생각한다. 따뜻한 드라마 안에서 스릴러를 쓸 생각을 해는지 의아하면서도 신기했다. 스릴러가 없었다면 이만큼의 인기는 없었을 것 같다. ‘신의 한 수’가 ‘까불이’다. 대본이 정말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연기 구멍이 없었다. 다 연기 베테랑이다. 같이 하면서 배운 점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엄청 났다”고 덧붙였다.

‘배우’ 손담비, ‘가수’ 색안경을 벗기까지 걸린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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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담비가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기까지는 짧지 않은 기간이 있었다. 2007년 싱글 ‘크라이 아이’로 데뷔한 손담비는 ‘크라이 아이’, ‘배드 보이’, ‘미쳤어’, ‘토요일 밤에’, ‘퀸’, ‘눈물이 주르륵’ 등의 히트곡을 냈다. 특히 ‘미쳤어’ 의자 퍼포먼스와 ‘토요일 밤에’ 핑거 스냅 안무로 ‘섹시 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여자 비’로 불리며 그 퍼포먼스를 인정 받았다.


손담비는 2010년 발매된 디지털 싱글 ‘디비 라이더(db rider)’ 이후 음반을 내지 않고 연기자 변신을 시도했다. 드라마 ‘드림’, ‘빛과 그림자’, ‘가족끼리 왜 이래’, ‘미세스 캅2’ 등과 영화 ‘탐정 : 리턴즈’, ‘배반의 장미’ 등에 출연하면서 가능성을 보였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내공을 쌓았다.


‘동백꽃 필 무렵’은 손담비에게는 3년 만에 선택한 복귀작이었다. 그만큼 부담감도 컸다. 손담비는 “너무 오랜만에 드라마를 해서 감을 잃었으면 어쩌나 했다. 첫 촬영 때 굉장히 많이 얼어있었다. 그래도 무대에 선 경험이 있어 아닌 척을 잘한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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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로 쌓은 이미지는 연기 활동에 제약 아닌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손담비는 개의치 않았다. 손담비는 “섹시 이미지가 강해서 그 이미지 탈피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금에서야 훌훌 털어버린 것 같지만 꽤 오랜 시간이 들었다. 대중들이 봤을 때 가수 활동했던 게 크게 자리 잡았다고 생각하니까 오래 걸린 것 같다”며 “그렇다고 가수 활동에 후회는 없다. 너무 즐겁게 했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게 가수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손담비는 “지금까지 많이 노력했다. 많은 작품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때도 색안경은 있었다. 연기 논란은 없었지만 칭찬을 받아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언젠가 색안경도 벗겨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단순히 몇 작품 한다고 해서 나에 대한 의문과 이미지, 색안경이 벗겨지지 않겠다 싶었다. 당연히 힘든 점도 있었지만 내게 기회가 왔을 때 무조건 잡으려고 했고, 그게 ‘동백꽃 필 무렵’이라고 생각한다. 들어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잡았고,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향미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동백꽃 필 무렵’은 손담비에게 인생작이었다. 손담비는 “예전부터 드라마는 계속 하고 있었지만 가수의 벽은 허물어지지 않았다. 섹시 이미지가 남아 있었고, 무대에 섰던 모습들을 지워내기 힘들다는 걸 느끼면서 연기를 했다. 향미를 연기하면서 단 한 번도 시청자들이 ‘가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연기로만 봐주셨다. 옛날의 나를 언급하시는 분들이 없다는 것에 있어서는 ‘인생작’이 맞다”고 말했다.


그리고 손담비는 “다들 내가 ‘동백꽃 필 무렵’의 최대 수혜자라고 하는데,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추리’→‘할담비’→‘동백꽃’, 2019년 가득 채운 손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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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손담비는 2019년을 꽉 채웠다. SBS 예능 ‘미추리 8-1000 시즌2’로 2019년 문을 연 손담비는 강한 승부욕과 의외의 허당기 있는 매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예능으로 친근한 매력을 보인 손담비는 ‘할담비’ 지병수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화제가 됐다. KBS1 ‘전국노래자랑’에서 지병수 할아버지가 손담비의 ‘미쳤어’를 추면서 ‘할담비’로 주목을 받았고, 원곡 가수 손담비도 소환됐다. 손담비는 ‘할담비’ 지병수 알아버지와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펼치면서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그리고 하반기, 인생작이라고 할 수 있는 ‘동백꽃 필 무렵’을 만났다. 향미 역을 연기한 손담비는 ‘손담비가 아닌 향미는 생각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체 불가능한 열연을 통해 손담비는 ‘배우’로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손담비는 “예능, ‘할담비’, ‘동백꽃 필 무렵’까지, 올해는 좋은 것들만 오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특히 ‘할담비’ 이슈 때 ‘동백꽃 필 무렵’ 캐스팅이 왔었다. 이 세 가지 일이 올해 안에 일어난 일이라서 내게 큰 선물을 주시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특별한 해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손담비는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자 한다. 체력은 워낙 강하니, 쉴 틈 없이 활동하겠다는 게 손담비의 각오다. 손담비는 “도전은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 않으면 제자리일 뿐이지 않느냐. 그 자리에 머물 수는 없다”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듯이 한 번도 쉬지 않고 일하려고 한다. 쉬지 않고 ‘열일’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장우영 기자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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