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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엄마’ 라미란의 몹쓸 팔자?..잘못된 사랑 방식이 문제!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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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팔자 도망은 독 안에 들어서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사나운 팔자 피해 독 안에 숨어도 그 숭한 팔자는 독 안까지 파고 든다는 의미다.


JTBC 수목드라마 ‘나쁜 엄마’의 진영순(라미란 분)을 보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런 팔자일까 싶다. 그냥 선하게 살아왔을 뿐인데 뭔 인생을 할퀴는 파도가 저리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


아들 강호(이도현 분)를 앞세워 남편 최해식(조진웅 분)의 무덤을 찾았다. 소풍 온 것 같다던 강호는 김밥이 없어 소풍은 아니라고 정정한다. 그 말이 훅 끼치는 회한 하나. “이 나쁜 엄마가 남들 다 가는 소풍 한 번을 안 보내줬지!”


진영순의 오랜 트라우마가 드러난다. “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삼촌이 엄마가 싸준 김밥 들고 소풍을 가다가 돌아가셨어. 그리고 아빠도 엄마가 싸준 김밥을 들고 나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았고. 그게 좀 무서웠어. 그래서 그랬어.”


그렇게 김밥 들려 소풍 한번 못보내면서 악착 떨었던들 뭐할까. 지긋지긋한 팔자란 놈이 끝까지 따라붙어 귀한 아들 저 지경을 만들어 놨는데.


팔자 탓할 것도 없다. 전적으로 모지리 진영순 탓이다. 힘있는 판검사 되면 강호 인생 팔자 필 줄 알았다. 그래서 검사 만들었다. 무슨 영화를 보겠단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강호 지 인생 힘들지 않기만 바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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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에미노릇인 줄 알았다. 한창 클 때 밥도 양껏 안먹였다. 배부르면 졸립고 졸리면 공부 못하니까. 그렇게 제 품에서 하루하루 커가는 아들 강호의 하루하루를 제 손으로 지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정작 검사가 된 아들은 제 손에 쥔 그 힘으로 억울하게 죽은 제 애비처럼 힘없는 이들을 핍박했다. 안고 싶은 아들 제대로 한번 안아주지도 못해 가면서, 사랑받고 싶은 아들에게 사랑 한 번 못줘가면서 아들 인생, 제 인생을 희생한 결과가 괴물이 된 검사 아들 최강호였다. 그저 인생의 피해자가 되지 않길 바랐을 뿐인데 남의 인생을 헤집는 가해자를 만들었다.


그 아들이 사고를 당했다. 살아나기만을 바랐다. 큰 욕심내면 죄 받을까 그저 살아나기만 바랐다. 딱 그만큼의 기도는 들어줬다. 회생한 강호는 하반신마비였다. 정신연령은 7살로 돌아왔다.


강호가 7살 그 무렵의 선한 눈빛으로 밥 먹길 거부했다. “밥 먹으면 안돼. 밥 먹으면 졸립고 공부 못하니까”라고 이유를 말했다. 억장이 무너졌다. “나 나쁜 사람이었어요?”라 물어올 때는 숨이 턱 막혔다. ‘앞날에 뭐가 되든 사랑 줄 수 있을 때 맘껏 사랑해 줄 걸’ 싶은 후회에 몸부림쳤다.


희망도 있다. 강호는 7살이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이번엔 맘껏 사랑해 주겠노라 마음 먹었다. 그런데 위암 4기라니. 수술도 못받을 정도란다. 하아~ 인생!


이대로 못죽는다고, 강호 두고 못간다고 아등바등도 해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목울대로 피 넘기는 일이 잦아졌다. 돼지농장이라도 밥벌이 삼게 가르칠랬더니 구제역이 닥쳐와 엄한 생명들을 살처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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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그래 팔자야, 이 진영순이 졌다.’ 뒷정리에 나섰다. 변호사 만나 사후 일처리를 부탁했다. 강호도 요양병원에 맡겼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강호 두고 가기 싫었지만 이제 남편 곁으로 갈 때다.


목줄에 체중을 실었을 때다. 숨이 막혀 까무룩 정신을 놓을 즈음 강호 목소리가 들린다. 체중을 받치는 손길도 느껴진다. 눈떠보니 거기가 어디라고 요양병원부터 달려온 강호가 보인다. 그리고 그 강호는 두발 딛고 일어서서 에미 살리겠다고 용을 쓴다.


아들은 자신을 살렸다. 아들은 두 발로 설 수 있음을 보였다. 다 끝난 것 같았던 진영순의 인생에 아직 할 일이 남았었던 것이다. 한 번 섰는데 두 번은 못설까. 마침내 최강호가 두 발로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즈음 전해진, 사고 전 강호가 보낸 편지. ‘비록 몸은 이렇게 떨어져 있지만 제 마음만은 늘 아버지, 어머니와 셋이 함께 했던 그 추억 속에 고스란히 머물러 있어요’라니. 아들 강호는 한 번도 이런 말투를 쓴 적 없다. 게다가 유복자인데 제 아빠와의 추억이 있을 리 만무하다.


문득 눈에 들어온 액자. 진영순이 아들 강호와 함께 찍은 사진에 남편 최해식(조진웅 분)의 생전 모습을 오려 같이 담았던 액자다. 그리고 진영순은 그 액자 속에 남겨진 메모리카드를 발견한다. 사고 전 아들의 행동은 마치 진영순이 죽음을 준비했듯 자신에게 닥칠 불행을 예견하고 준비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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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 수능 날, 응원 온 이미주(안은진 분)가 사고를 당했다. 강호는 미주를 병원에 후송하기 위해 그 해 수능을 포기했었다. 영순은 그런 아들에게 절규한 적이 있다. “니 아빠가 왜 억울하게 죽었는지 그것 좀 가르쳐 달라고!” 아들은 답했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아무래도 착한 아들 최강호는 나쁜 엄마 진영순에게 그 답을 알려주려고 제 인생, 제 행복, 제 사랑 이미주를 포기하고 송우벽(최무성 분), 오태수(정웅인 분)에게 접근한 모양이다. 나쁜 엄마의 나쁜 영향력이다. 몹쓸 팔자 탓할 필요 없다. 잘못된 사랑의 방식이 아들 인생까지 수렁으로 밀어넣었을 뿐이다.


과연 자신에게 닥칠 불행을 예견해 최강호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 메모리카드엔 어떤 경천동지할 내용이 들어있을까?


죽으려던 엄마를 구하고 미주와 마주쳤을 때 강호는 눈물이 터졌다. “엄마가 나를 버렸어요. 나를 모르는 데다 두고 혼자서 좋은 데 간다고 도망갔어요.” 미주가 말했다. “혹시라도 그랬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 지금은 말할 수 없지만 나중에 너도 알게 될거야.” “미주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나도 버려져 봤거든.” “미주씨를 버려요? 왜요?” “그러게. 나도 그 이유를 알고 싶은데 이제는 들을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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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엄마에게 물었다 “이유가 뭐예요? 엄마가 나를 버린 이유요. 미주씨가 그랬어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진영순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경으로 답했다. “강호야, 엄마는 너를 버린 게 아냐. 사실은 엄마가 좀 아파. 배가 좀 아파. 아프면 약도 먹어야 하고 병원도 가야하고 아프면 누군가 엄마를 돌봐줘야 되는데 엄만 강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진영순은 이유라고 말 했지만 강호는 이해가 안된다. “내가 아파서 엄마한테 짐이 됐어요? 엄마는 나한테 우리 엄만데, 난 엄마한테 짐이었나 봐요.” ‘그럴 리가!’ 부정하면서 진영순은 깨달았다. “그러게. 나는 강호 엄마고 강호는 우리 아들인데 바보같이 무슨 생각을 한거야.”


작가는 사랑을 얘기하고 싶었단다. 하지만 사랑이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자식을 향한 엄마의 사랑이라도 그렇다. 사랑하는 사이기 때문에 잘못된 방식의 사랑은 더 심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병치레로 그나마 있는 재산 까먹으면 강호에게 남겨줄 게 줄어들까 극단적 선택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우리 엄마’를 잃은 강호는 행복할까? 사랑이 공감과 배려를 부른다지만 공감과 배려가 제대로 된 사랑의 방법일 수 있다.


“그러게. 나도 그 이유를 알고 싶은데 이제는 들을 수가 없네.”란 미주의 넋두리. 사랑하는 사이에 이유도 모르고 그래서 동의할 수도 없다는 사실은 참 잔인한 일이다. 그 와중에 이도현의 순진무구 7살 연기는 참 보석같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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