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그들이 예술을 사랑하는 방법
해를 거듭할수록 문화예술계에 스타들의 다양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브라운관에서 익숙하게 만나보던 스타들은 이제 예술이라는 활동을 통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작품 제작을 통한 스타들의 미술계 진출은 기존에도 있어왔지만, 대중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경험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스타들의 활동 또한 다방면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스타들의 미술계 진출에 대한 동향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스타들의 이러한 활동이 일상 속에서의 문화예술 향유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함께 살펴볼 것입니다.
1. ‘아트테이너’가 된 스타들의 동향
예술 활동을 하는 연예인을 칭하는 신조어인 ‘아트테이너’를 아시나요?
스타들이 작가로 활동하는 일은 미술계에서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순수미술과 대중문화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서로 자유로이 왕래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현대미술은 대중문화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익숙한 이미지나 기법을 차용하거나 다양하게 표현하는 자유를 더하면서,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미술에 있어 테크닉이 중시되었던 과거보다 개념 및 아이디어가 훨씬 중요한 개념이 되면서, 현대미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분야로 인식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개방적으로 변한 현대미술은 스타들의 미술계 입문에 한몫을 더했고, 그 결과 현대미술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일반인들까지도 스타의 작품에 호기심을 갖게 되면서, 미술시장 저변을 확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냈습니다.
국내 스타들의 경우 하정우를 비롯하여 솔비, 김혜수 등은 독학으로 미술계에 입문했습니다. 그 밖에도 가수가 되기 이전부터 회화 전공을 하여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나얼,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오마주한 이혜영, 동양화를 그리는 심은하, 구혜선, 정려원, 강석우 등이 '아트테이너'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하정우 : Drive de Cartier 화보 | 2. KIAF 2011 출품작 ; 하정우 'keep silence=""' | 3. 이혜영 인스타그램 | 4. 김혜수 싸이월드 미니홈피'/keep' |
해외 스타들의 중에서는 미술학도 수준이라는 평을 들었던 브리티시 락(British rock)을 대표하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피카소를 떠올리게 되는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 그로테스크적 그림을 그리는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 젊은 시절 바스키아와의 염문을 뿌린 후 작가이자 컬렉터로 활동 중인 마돈나(Madonna) 등을 대표적인 아트테이너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들의 작업은 때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작가들에 비해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평을 받기도 합니다. 진정성이 있는 작품을 하는 연예인도 있지만, 때로는 대중들의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기성 작가들의 활동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이전에 열린 서울오픈아트페어(SOAF)에서 진행했던 «스타예술프로젝트» 특별전에서는 김혜수, 심은하 등 6명의 연예인들의 작품이 출품되는 바람에 컬렉터와 더불어 페어의 또 다른 주인공인 기성 작가가 본의 아니게 소외를 받게 되는 부작용이 있었으며, 최근 가수 조영남의 대작 논란 사건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렇듯 오랜 고민과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 작업하는 작가들에 비해, 스타들의 예술 작업은 여러 이슈들이 발생함에 따라 점차 제작보다는 향유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 직접 표현하는 예술을 넘어서, 향유에 기여하는 스타들
최근 스타들은 기존부터 이어져 오던 개별적인 작가 활동을 넘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미술계에 입문하고 있습니다.
전시장의 오디오 가이드에서 친숙한 스타의 목소리를 들어보셨나요? 대중들이 접하는 전시에 목소리로 등장하는 스타들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한 전시해설은 많은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고, 미술을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더불어 전시나 미술관의 홍보대사 활동 및 게스트 큐레이터, 아트디렉팅까지 다채롭게 변주되는 스타들의 모습을 통해 더 이상 뮤지엄은 낯선 공간이 아닌, 바쁜 일상 속에 잠깐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1) 스타들의 목소리와 함께 전시 감상하기
최근 미술계와 연예계의 교류가 확대되면서 전시회의 오디오 가이드에 스타들을 기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뮤지컬 배우이자 연기자인 지창욱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되었던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 전시회 «앤디 워홀 라이브»의 오디오 가이드 녹음에 참여했고, 배우 이제훈은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전에 목소리로 재능기부를 하였으며, 마찬가지로 배우 송혜교는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궁전과 뉴욕의 MoMA에 한국말 오디오 가이드 녹음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배우 이정재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의 홍보대사로서 미술관의 에티켓 홍보 및 덕수궁관에서 열린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의 오디오 가이드 녹음에 참여했으며, 수익금을 전액 기부했습니다.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
전통적으로 전시회에서 서비스되는 오디오 가이드는 정확한 내용 전달을 위해 전문 성우들이 해왔지만, 방송이나 영화 등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대중성을 고려해, 미술 전시에서도 발음이 좋고 감정 표현도 좋은 스타들을 기용하는 추세입니다. 이렇듯 실제로 스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함께 전시를 감상했을 때 대중들의 호응도는 높아지고, 자연스레 예술과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 취향대로, 끌리는 대로 ; 컬렉팅, 큐레이팅을 하는 스타들
1~3. 사진제공 : 서울시립미술관 / 2.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I promise to love you / 3. 서울시립미술관, 제이슨 마틴(Jason Martin), Fetish |
지드래곤 (GD) :
아이돌을 대표하는 빅뱅의 지드래곤(이하 GD)은 지난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국내외 현대미술작가 14팀과 함께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여 자신의 컬렉션을 포함한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전을 진행했습니다.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GD의 감각적인 취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는데요, GD가 직접 컬렉팅한 작품 중에는 자신이 쓴 가사의 내용과 닮아 구입했다는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의 네온 설치 작품 'I promise to love you'나, 캔버스 대신 알루미늄판위에 한 가지 색상으로 그린 소용돌이 문양이 관능적인 영국 작가 제이슨 마틴(Jason Martin)의 'Fetish' 등이 있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게리트 리트벨트(Gerrit Rietveld)의 <적청의자 목각본>을 사들여, 배명주 장인과 함께 나전칠기 양식으로 재탄생시킨 <운중쌍용문 의자>의 설치작품에서는 단순히 예술작품을 보고, 사고, 즐기는 걸 넘어서, 대중문화와 현대미술의 접점을 고민하는 GD의 예술에 대한 깊은 사랑이 느껴집니다.
1. 사진제공 : Sotheby’s | 2. 사진제공 : TOP Instagram, 코헤이 나와(kohei Nawa), PixCell-Deer | 3. 사진제공 : TOP Instagram, 제여란, Usquam Nusquam, 182x227cm-Oil on Canvas-2015 |
최승현 (TOP) :
최근 떠오르는 컬렉터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한 최승현(이하 TOP)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가족 친지 중에 미술 전공자가 많아,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외할아버지의 외삼촌이 김환기 화백(1913~1974, 한국 추상 회화의 선구자)이며, 이모부의 아버지는 이인성 화백(1912~1950, 한국 근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이처럼 대대로 집안에 전해져 오는 미술에 대한 관심을 이어받아, 최승현은 가구, 회화, 조각 등 장르에 치중되지 않고 여러 작품들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작품 컬렉팅을 위해 수입 95% 이상을 투자한다고 알려진 TOP은 얼마 전 방송에서 앤디 워홀부터 김환기 화백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작품들을 보존하기 위한 냉장시설까지 설치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약 58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그의 인스타그램(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는 일본의 신예 작가 코헤이 나와(Kohei Nawa)의 <픽셀 디어(Pixcell-deer)>, 추상화가 제여란의 <어디든, 어디도 아닌(Usquam Nusquam)>등이 공개되었습니다. 더불어 최근 TOP은 소더비 홍콩 이브닝 경매 «#TTTOP»에 큐레이터로 참가하여 1740만 달러(약 193억 원)에 이르는 높은 판매 기록을 기록을 세우며, 예술계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3) 예술의 벽을 허물다
사진제공 : Studio Concrete |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오픈형 종합 창작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콘크리트’를 아시나요? 이곳은 배우 유아인이 직접 마련한 복합문화예술공간입니다. 배우 유아인은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패션업계에서도 놓칠 수 없는 아이콘임에 분명합니다. 이러한 명성에 걸맞게 유아인과 그의 친구이자 아티스트인 권바다, 김재훈, 권철화, 캐스퍼강(Casper Kang) 등 동시대의 크리에이터들 6명과 함께, 그림, 사진, 디자인, 조형, 그래픽, 음악, 아트디렉팅, 크리에이티브 컨설팅까지 폭넓은 예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설립자이자 아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맡고 있는 유아인은 재능이 있어도 빛을 보지 못하는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을 모아, 그들이 함께 뭉쳤을 때의 시너지에 기반을 둔 활동을 펼칩니다. 정기적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 판매 및 브랜드의 애디토리얼(논설형 광고 ADitorial)을 대행하는 일을 하며, 패션 상품을 디자인해 판매하기도 하며, 대중문화와 예술의 접합점을 찾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진제공 : Studio Concrete |
예술의 벽을 허물고, 예술을 통한 사회 환원을 모티브로 하여 개설된 이 공간에서는 대중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힘으로써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어 하는 그들의 바람이 여실히 드러나는 있는데요, 이러한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모습을 통해 스타 유아인의 또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진제공 : Studio Concrete |
3. 키워드로 살펴보는 스타들의 예술 취향
지드래곤 (GD)
지드래곤(GD)은 개념미술의 차원에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회화부터 설치미술까지 폭넓고 다양한 상업적 오브제들을 선호합니다.
- GD의 키워드: #혁신적 #실험적 #개념미술 #설치미술 #오브제 #패션
사진제공 : 서울시립미술관 |
1. 제임스 클라(James Clar), 'Thermal Energy'
2. 마이클스코긴스(Michael Scoggins), 'Rainbow last Forever & I'm Trying'
3. 권오상, '무제의 GD, 이름이 비워진 자리'
4. 손동현, '힙합음악연대기'
5. 박형근, '피스마이너스원의 풍경, 그세계로의 여행'
6. 방앤리, '(깊은한숨) TV에 나오지 않는, 바퀴 달린 혁명'
7. 파비앙 베르쉐르, '30개의 파편화된 환상'
8. 콰욜라(Quayola), '포로'
※ GD의 취향, 한국 작가로 살펴 보기
최승현 (TOP)
최승현(TOP)은 앤디 워홀부터 김환기 화백까지 다양한 화풍의 유명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장르의 제한 없이 현대미술 작품을 즐기면서 특히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나 액션페인팅이 된 추상 회화 작품을 선호합니다.
- TOP의 키워드: #추상적 #액션페인팅 #자유분방 #파워풀 #컬렉팅
사진제공 : 1-4. Sotheby’s / 5. 네이버 지식백과 |
1.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ABSTRAKTES BILD'
2. 고키타 토무(Gokita Tomoo), 'divorce'
3. 김환기, '비상'
4.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 'INFANTRY'
5. 제여란, '어디든, 어디에도 아닌 (Usquam Nusquam)'
※ TOP의 취향, 한국 작가로 살펴 보기
배우 유아인
유아인은 주로 컬러감이 돋보이고 일러스트적인 팝아트 작품과 추상 회화 작품을 선호하며 그 밖에도 패션, 뉴 미디어, 미술, 사진, 그래픽, 퍼포먼스, 음악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폭넓게 선호합니다.
- 유아인의 키워드: #팝아트 #일러스트레이션 #컬러감 #감각적 #소통
사진제공 : Studio Concrete 공식 사이트, 공식 Facebook |
1. 줄리안 장(Jean Jullien), «Concretisation»
2. 노상호, 'Daily Fiction - Tracing'
3. 김환, 신선혜, «Vastness : Energy Something»
4. 허재, 'Eyes Back'
5. CCRT X AEROSPACE Project 화보
6. 김참새, 'L’EMOTION'
7. 캐스퍼 강(Casper Kang), '원앙'
※ 유아인의 취향, 한국 작가로 살펴 보기
각양각색의 개성 넘치는 스타들은 현대미술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를 포함한 모든 문화예술을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시선으로바라보고 있습니다. 회화, 팝아트, 일러스트레이션, 미디어아트, 사진, 설치미술, 상업적 오브제들까지 폭넓게 선호하고 있는 그들의 취향은 앞으로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끊임없이 격변할 것입니다. 이렇듯 연예인의 친숙한 문화예술 활동을 동경하고 함께 향유하면서 예술의 대중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그들 컬렉션과 취향을 따라가기보다는, 우리도 그들처럼 직접 예술에 관심을 갖고 나만의 미적 취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2012년 한국과 프랑스의 중산층 개념 차이에 대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중산층의 개념이 집의 크기, 차의 크기 등 과시적인 정의라면, 이에 대해 프랑스의 전 대통령 퐁피두가 말한 프랑스식 중산층 개념은 향유하는 문화가 척도가 되어 ‘중산층이라면 외국어 하나쯤 자유롭게 구사하여 폭넓은 세계 경험을 갖추고, 스포츠를 즐기거나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하고, 별미 하나 정도는 만들어 손님 접대를 할 줄 알며 사회 정의가 흔들릴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설 줄 알아야 한다.’라고 언급하였습니다. 프랑스의 중산층의 기준은 부유함의 정도가 아니라 문화예술의 향유와 휴머니즘의 실천입니다 이처럼 우리집 거실의 그림 한 점은 어쩌면 삶의 질을 더욱 윤택하게 하는 또 다른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참고문헌
- 서울시립미술관 sema.seoul.go.kr
- 국립현대미술관 http://www.mmca.go.kr / https://www.facebook.com/mmcakorea/photos/
- 소더비 http://www.sothebys.com/en/auctions/2016/tttop-hk0701.html
- 스튜디오 콘크리트 http://www.ccrt-stores.com/ / https://www.facebook.com/studioccrt
- 주간조선 - 유경희(미술평론가·예술처방연구소장)
- 헤럴드경제 - 이영란 선임기자
- GRAZIA 매거진 – 유아인 인터뷰
- W 매거진 - http://www.wkorea.com/201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