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야. 불 꺼"..스크래처 안에서 인형 꼭 껴안고 잘 준비하는 고양이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나 장난감, 이불 등을 안고 잤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자세는 다소 불편할지 몰라도 존재만으로 큰 힘이 돼 혼자 자는 게 익숙해지기까지는 품에 꼭 안고 잤을 텐데. 간혹 반려동물들 중에서도 애착 인형, 이불 등과 함께 누워야 꿀잠을 자는 아이들이 있다. 고양이 '오미'에게 있어서 돼지 인형도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다.
평소 근엄한 편이지만 알고 보면 집사 껌딱지 오미. |
매일 밤 집사 별이 씨가 자려고 방에 들어가면 오미는 제 발로 뒤를 따라와 침대 옆에 있는 스크래처에 자리를 잡는단다. 이 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잘 준비를 한 뒤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던 별이 씨. 한참 폰을 만지다 오미가 누워 있는 스크래처를 보곤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안 그래도 좁은 스크래처 안에서 오미가 돼지 인형을 꼭 껴안고 자고 있었던 것.
"돼지야. 잘 자. 냥 꿈꿔. 집사도~" |
불편할 법도 한데 세상 평온한 얼굴로 잠을 자는 오미의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 별이 씨는 이렇게 사진을 남기게 됐단다.
별이 씨 : 딱히 저 돼지 인형을 좋아한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저렇게 안고 자고 있더라고요. 스크래처에서 잠은 자야 하는데 빼기는 귀찮아 꾸역꾸역 들어가다 보니 저런 자세가 나온 게 아닐까 싶었어요.
올해로 3살이 된 오미는 별이 씨의 러시아 유학 시절을 함께 한 반려묘다.
"검역소 생활은 힘들었지만 나도 나름 유학파다냥!" |
2년 전 유학을 끝내고 한국으로 들어올 때 검역소에서 1달가량을 보내며 고생한 오미만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별이 씨 : 성인이 된 제가 처음으로 거둔 고양이라 진짜 제 자식 같고 성격도 저랑 잘 맞아서 더 애착이 가요.
별이 씨 네의 첫째 냥이라는 오미는 도도하고 카리스마가 있는 고양이란다. 동생들이 너무 난리를 친다 싶으면 한 번씩 혼내주기도 하고 애정을 담아 그루밍도 열심히 해주는 천상 맏이라고.
"오해할까 봐 하는 소리인데 우리 지금 아주 기분 좋은 상태다옹~" |
다른 냥이들이 애교를 부리고 난리를 쳐도 뒤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집에 온 손님들은 오미를 어렵게 생각하지만 사실 가장 정이 많고 순정파라고 한다. 오미가 좋아하는 것은 비닐봉지와 박스.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 비닐봉지 소리를 내는 것에 더 반응을 할 정도로 관심이 많단다. 불러도 대꾸를 잘 하지 않는 오미 때문에 한 번은 집이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다는데.
"하도 소란스러워서 일어나 보니까 가족들이 날 찾고 있었다고 했다옹~" |
오미가 아직 어렸을 때 별이 씨 가족은 오미를 데리고 할머니 댁에 갔다. 잘 지내다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 날, 낮잠을 자고 일어나 오미를 찾았다는 별이 씨. 하지만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봐도 오미를 찾을 수 없었단다. 온 가족들이 나서서 집 안뿐 아니라 동네를 몇 바퀴를 돌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별이 씨는 자꾸 안 좋은 생각이 들어 암담했다는데.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오미를 찾은 곳은 다름 아닌 별이 씨가 낮잠을 자던 방 옷장 밑이었다.
"더 잘 수 있었는데 아쉽.." |
별이 씨 : 분명 옷장 밑도 확인을 했었는데 상자에 가려서 안 보였던 거였어요. 난리 통에 혼자 평화롭게 자고 일어나 눈을 꿈뻑거리는 게 너무 어이없어서 다들 허탈하게 웃기만 했었네요.
둘째인 '단지'는 별이 씨 어머니의 지인분이 키우시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재작년 9월 별이 씨의 집으로 오게 됐다. 전 집에서 오냐오냐 사랑만 받았던 탓에 처음에는 오미에게 많이 혼나 주눅이 들어 있었다는 단지.
"내 동생 단지다옹~ 쭈그리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이가 아주 좋다옹!" |
다행히 지금은 잘 적응해서 가족들에게 애교도 부리고 말도 엄청 많은 수다쟁이가 됐단다.
별이 씨 : 관심을 안 주면 발로 툭툭 치고 쳐다보면 냥냥 하면서 뭐라고 하거든요.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니까 매번 이것저것 다 해보게 돼요.
단지는 졸졸 쫓아다니면서 관심을 받고 싶어 하다가도 안아주려고 하면 선을 긋는 밀당의 귀재란다.
츄르 중에서도 종류 가리는 편, 물도 흐르는 물이 최고! |
눈치가 빨라 조금이라도 싫은 것을 할 것 같으면 냉큼 도망가고 간식도 가려서 원하는 것을 주지 않으면 쳐다도 안 본단다. 원래는 까탈쟁이 단지 밑으로 동생을 들일 생각이 없었다는 별이 씨. 하지만 구조묘 봉사 중 만난 '탐이'에게 마음이 빼앗겨 결국 막내를 들이게 됐다고 한다.
임시보호 냥이로 왔다가 막둥이가 된 애교쟁이 탐이. |
별이 씨 : 처음에는 힘없고 몸이 안 좋은 탐이를 임시 보호할 생각으로 집으로 데려왔는데 데려갈 사람도 없고 저희 엄마도 탐이의 특급 애교에 빠져서 결국 가족으로 들이게 됐어요.
이렇게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탐이는 건강을 되찾았고 사람들을 잘 따르고 뽀뽀와 그루밍도 아낌없이 해주는 개냥이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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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려서 그런지 오미, 단지를 따라 하는 따라쟁이라는데 누나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꾹꾹이를 해준다는 것이다. 별이 씨는 "회사에 다니면서 전보다 관심과 사랑을 많이 못 주는 것 같아서 미안해"라며 "너희 사료값 벌려고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까 잘 먹고 건강하게 나랑 오래오래 함께 하자. 오미, 단지, 탐이 사랑해"라고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서윤주 기자 syj13@inb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