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가 전기차 천국 된 진짜 이유
북유럽 겨울왕국, 전기차 천국이 되다 (2)
전기차 보급을 고려하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충전소일 것입니다. 어떤 종류를 몇개나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지 정부와 지자체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요. 전국에 350여기 (15년 9월 기준) 충전소가 설치되었지만 이 충전소만 믿고 무작정 장거리 이동을 시작하는 것은 정말 모험입니다. 노르웨이도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와 다른 거주, 생활방식으로 인해 적은 숫자의 충전기로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활성화 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전기차가 노르웨이에서 활성화 될 수 있는 그 숨은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전기차가 진짜 친환경적일까?
나라마다 다르지만, 노르웨이에서는 Yes!
가솔린 엔진차량의 80%가량의 에너지는 대부분은 열로 사라집니다. / 출처 fluxauto.com |
일반적으로 가솔린 자동차의 연료효율은 20% 전후이며 나머지 80%의 에너지는 엔진에서 연소된 후 열로 배출되거나 이동에 따른 손실로 사라지게 됩니다. 전기자동차의 경우 연소과정이 없고 전기의 충전/방전 및 주행에 사용되는 모터의 효율이 합쳐서 약 80% 수준으로 상당히 높기에 친환경이라고 이야기 됩니다만 전기차를 충전하는데 사용하는 전기를 석탄이나 가스로 생산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 약간 복잡해집니다.
대한민국의 전력생산량 중 약 60%를 차지하는 화력발전설비의 효율이 송전기준 약 36.4%(2015년 한국전력통계 - 한국경제경영연구원 통계자료) 이므로 전기차는 전력생산부터 주행까지를 계산 시 대략 29%의 연료효율을 갖게 되네요.
우리나라의 경우 수치로만 봐서는 전기차가 가솔린차에 비해 50% 이상 화석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디젤엔진이 30~35%의 연료효율을 갖고 있으니 에너지 소비측면에서 봤을 때 전기차는 디젤엔진에 비해 화석연료 절감매리트는 적죠. 다만 도심에서의 이산화탄소, 질소화합물등의 배출가스가 Zero라는 큰 이점이 있으므로 친환경차라고 하는 건 제한적으로 유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르웨이에서 전기차는 의심할 여지없이 100% 무공해 자동차입니다. 그 이유는 노르웨이의 전기생산현황을 보면 답이 나오는데요. 96%에 이르는 전기를 수력발전을 통해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생산을 위하여 화석연료에 상당부분 의존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노르웨이에서는 전기가 청정에너지입니다.
노르웨이 전기생산량의 96%는 수력발전으로 생산된다(좌), 전 국토에 빼곡하게 위치하고 있는 수력발전소 현황(우) / 출처 http://www.ssb.no |
노르웨이를 여행하다보면 곳곳에 호수가 참 많다고 느끼실텐데요. 보이는 호수마다 수력발전소가 한두개씩은 다 있다고 보셔도 될 정도로 많은 수력발전소가 위치하고 있으며 규모는 우리나라의 댐과 같이 큰 발전소도 일부 있지만 2015년 한해 건설허가된 123기의 발전소 가운데 10MW 이하의 발전소가 92개일 정도로 중소규모 수력발전소 위주로 건설을 합니다.
외부에서 볼때 주택이나 창고같은 노르웨이의 수력발전소들 http://www.statkraft.com |
전기 생산에 무공해 수력발전설비가 사용되다보니 전기자동차 보급율이 증가할수록 화석연료의 사용량 및 CO2의 배출 감소로 이어지기에 전기차가 친환경적이냐 아니냐하는 것은 노르웨이에서 의미가 없는 논쟁거리입니다. 물론 배터리 생산/폐기시 발생할 중금속으로 인한 오염, 처리비용에 대해서는 글로벌한 관점에서 논의가 되어야겠지만요.
노르웨이가 전기차 천국이 된 진짜 이유 3가지
Life Style 이 다르다는 점 확실하게 이해해야
전기차 보급에 성공한 선진국 case를 참고
혹시 전날 전기차 충전을 하는 걸 깜빡했어도 남아있는 전기로 출근할 수 있다면 회사나 학교에 가서 전기차를 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 학교 주차장에는 전기차 전용 주차장과 충전용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기에 일상 생활에서 전기차 충전이 문제가 되지 않죠. 물론 회사와 학교에서 충전하는 전기요금은 무료입니다.
그러면 “아파트에 사는 노르웨이 사람들의 경우 개인 충전시설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게 되나요?” 라고 물어보신다면 대부분 “예!” 라고 대답드릴 수 있습니다. 아파트의 경우 세대별 주차장이 지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전기 충전시설까지 제공되지는 않기에 개인비용으로 전기차 충전용 전기선로 및 단자를 설치해야 합니다. 이 비용이 좀 비싸다보니 아파트 거주자들은 개인 충전단자를 설치하지 않고 전기차 구입을 포기합니다. 또한 노르웨이 사람들은 거주지로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다보니 아파트 거주자는 대부분 노인이나 단기 임차인인 경우가 많은 탓도 있습니다.
두번째, 한가구에 2~3대의 차량을 소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니 150km 이상 장거리 이동은 일반차량을 이용합니다.
거의 모든 가정이 맞벌이를 하다보니 부부가 각각 차량을 소유하게 되기에 1대는 전기차를 구입해도 다른 한대로 가족의 이동에 문제가 없습니다. 단거리와 일상 출퇴근은 전기차, 장거리 여행은 일반차량으로 용도에 따라 구분이 확연하게 되는 거죠.
대부분의 가구가 차량 1대만 소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차로 장거리 이동까지 전기차를 이용한다는 것은 어렵죠. 그래서 장거리에는 대중교통이나 렌트카의 이용등을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전체 이동거리가 200km 남짓인 제주도가 전기차 활성화로 좋은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번째,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도 누진제 요금이 적용되지 않기에 전기차 사용에 부담이 없습니다.
전기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석탄/석유 수입량이 증가되어야 하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노르웨이는 난방수요가 집중되는 한겨울 2~3달을 제외하고 수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가 항상 남아서 스웨덴과 덴마크 등으로 수출하기까지 합니다. 이동이 많은 여름철에는 강우량이 상대적으로 많고 난방 수요가 감소하기에, 겨울에 비해 전기요금이 최대 40~50%까지 저렴해 지기도 합니다. 전기요금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가는 거죠.
매월 발전량에 따라 변하는 전기요금(좌), 전기차부터 시작해서 전기 오토바이와 전기 자전거까지 노르웨이는 진정한 전기차 천국!(우) |
오히려 심야에 남는 전기의 소비촉진을 위하여 전기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요금이 저렴해지기에 일반 가정에서도 전기차 충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1kW당 전기요금도 지역과 계절마다 편차가 있으나 세금과 전기망 사용료를 포함하여 약 150원 수준으로 비싸다고 소문난 노르웨이 물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그렇기에 충전을 주로 야간에 하는 전기차는 전력 수급측면에서 보면 전기공급량 부족의 위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주간/야간 발전부하 편차를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다가 많이 쓰면 쓸수록 누진제로 치솟는 우리나라의 가정 전기요금 고지서을 보면 좀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세계 Top 수준의 전기차 보급율을 자랑하는 노르웨이에서 실생활에 녹아있는 전기차 사용을 경험하면서,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의 전기차 보급 노력에 대해 많은 부분에 아쉬움을 느낀 바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시급하게 해법을 찾아야 할 문제는 대도시, 아파트 등의 밀집 거주지역의 전기차 충전을 위한 시설 및 공간 마련과, 어떤 정책적 지원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전기차를 가지고 이마트나 홈플러스에 가서 충전할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심야시간에 전기차를 안전하게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나라 전기차 보급에 가장 큰 숙제로 생각됩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화석연료에 집중된 전력생산을 어떻게 하면 친환경 전력생산으로 바꿀 것인지, 과연 원자력 발전이 친환경적인지 등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접근이 필요하겠지요.
전국에 급속충전기 몇기를 언제까지 추가 설치하겠다는 계획은 전기차 구입을 고려중인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해법일 수 있으니까요… 사실 있는 충전기도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