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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사건의 지평선' 역주행, 윤하가 맞은 반가운 사건

핵심요약

좋았던 날의 안녕과 새로운 시작의 응원 담아, 재생 시간 5분 달해

윤하가 작사하고 손준호와 공동 작곡, 숀이 편곡 참여

대학 축제와 각종 페스티벌에서 불리며 '명곡'으로 입소문 나

나온 지 222일 만에 멜론·벅스·지니·바이브 등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일간 1위 달성

노래와 무대의 힘으로 차트 거슬러 올랐다는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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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부터 언급량이 많아지더니,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 주간 차트에 들었다. 가수 본인은 "내 생에 이렇게 사랑받는 순간 또 있을까?"라고 자문했다. 고공 상승하는 음원 사이트 추이 그래프를 두고 "마이크 예열 중에 보는 그래프는 큰 힘이 되고 참 감사합니다"라고도 했다.


어디까지 가나 했더니, 결국 1위를 차지했다. 정규 형태로는 오랜만에 나온 정규 6집 '엔드 띠어리 : 파이널 에디션'(END THEORY : Final Edition) 타이틀곡 '사건의 지평선'은 7일 기준 멜론·벅스·지니·바이브 등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일간 1위에 올랐다. 애플뮤직에서는 2위, 스포티파이에선 4위였다.


3분도 길게 느껴 2분대로 분량을 끊는 추세라는 가요계에서 데뷔 18주년을 맞은 가수의 5분이나 되는 긴 노래가, 이른바 '붙박이'라고 할 만큼 순위 변동이 잘 일어나지 않는 음원 차트의 장벽을 깨고 역주행에 성공한 것은 드문 일이다.


팬들에게 '새 명곡 탄생'을 알렸던 시작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은 외부에서는 물질이나 빛이 내부로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으나, 내부에서는 원래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경계를 말한다. 윤하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오랜 시간 공연하지 못해 '나의 존재는 무엇인가' 고민하다가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사건의 지평선'이란 개념을 접한 후 관심이 생겨 이 곡을 쓰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도입부의 기타 소리가 인상적인 '사건의 지평선'은 좋았던 날의 안녕과 새로운 시작의 응원을 경쾌한 포크 록의 톤에 얹은 모던 록 장르다. 아련하면서도 벅차오르는 특유의 분위기가 돋보이는 노래로, 윤하가 직접 가사를 썼다. 작곡은 윤하와 손준호(JEWNO)가 함께했고, 편곡은 손준호와 숀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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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주행의 비결은 '좋은 노래의 힘'이 바탕이 되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발매 직후부터 팬들 사이에서는 윤하의 명곡이 또 나왔다는 감상이 쏟아졌다. 윤하와 그의 곡, 무대 등을 소재로 유튜브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윤토피아는 "처음 들었을 때부터 엄청나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어 없는 가사도 좋았고, 가장 큰 매력은 5분짜리 곡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윤하 무대를 촬영해 올리는 크리에이터 씨게이트는 "30초 정도 티저 영상이 나왔는데 그것마저도 너무 좋아서 30초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다. 라디오 DJ 시절 윤하가 '세기의 명반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 말이 생각났다"라며 "가사만 보고 있어도 노래가 예쁘구나 생각이 드는 점, 중독성 짙은 멜로디"를 매력으로 꼽았다.


윤하의 또 다른 팬 유튜버인 청순향아는 "역주행의 가장 결정적이고 근본적인 이유는 '노래가 좋아서'"라며 "초기 일본 감성이 느껴지는 곡이어서 그런지 기존 팬들도 잡을 수 있었고 곱씹을수록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가사와 멜로디 덕분에 신규 고객님(새로운 팬층)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록과 팝이 섞인 앨범인데 그 자체로 서정적이면서도 예쁘게 잘 만든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윤하 정도의 지명도가 있는 가수가 좋은 곡을 낸다고 해도 소셜미디어든 방송이든 붐업이 같이 일어나지 않으면 작품 완성도만큼의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에 쌓아온 오랜 팬층, 꾸준히 대학 축제 등에서 무대를 하면서 스스로 결과를 이뤄낸 좋은 사례라고 본다"라고 바라봤다.


소셜미디어 통해 퍼진 라이브 영상, 역주행에 큰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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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D(이엑스아이디) 하니의 '위아래'와 브레이브걸스 '롤린'(Rollin)이 그랬듯 이번 '사건의 지평선' 역주행도 온라인에서의 관심이 음원 차트 상승세에도 영향을 주었다. 윤하는 '청춘페스티벌 2022' '썸데이 페스티벌' '2022 서울 파크 뮤직 페스티벌' '2022 조이올팍페스티벌' 등 여러 페스티벌은 물론 숱한 대학교 축제에 초대받아 '사건의 지평선'을 노래했고, 현장에 있던 이들은 짧거나 긴 영상을 찍어 공유했다.


씨게이트는 "거리 두기가 점차 완화되면서 봄에 대학 축제 두 곳(공주교대, 고려대) 무대가 있었는데 그때도 조회수가 제일 높은 노래는 '사건의 지평선'이었다. 그때도 '아, 이 노래가 팬 아닌 사람들한테도 먹히는구나' 느꼈다"라며 "축제와 행사 영상 조회수가 달라지는 걸 보고 (노래) 역주행에 도움이 되긴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청순향아 역시 "제 유튜브에도 '제가 다니는 대학교에 오셔서 처음 뵀는데 노래도 잘하시고 멘트도 잘하셔서 팬 됐어요' '페스티벌에서 처음 봤는데 그 이후로 노래 찾아 듣고 있어요' 같은 댓글이 많이 달린다"라고 전했다.


물론 축제의 단골손님인 윤하가 부지런히 여러 현장을 찾은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윤토피아는 "아무래도 가수 본인이 직접 열심히 노래를 부르러 여기저기 다닌 게 제일 큰 것 같다"라며 "가수 본인이 노래를 잘 만들고, 잘 부르고, 열심히 한 게 이번 역주행에 제일 크게 기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가요 홍보 담당자 A씨는 "다수의 대학 축제를 통해 완벽한 라이브를 보여주며 오직 실력과 노력으로 이룬 값진 역주행"이라며 "소셜미디어 위주의 홍보와 번뜩이는 아이디어, 대형 기획사가 아닌 라이브를 통한 역주행의 주인공이 나와 중소 기획사를 주로 홍보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매우 반가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가수 윤하'를 재조명하는 계기 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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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지평선' 역주행은 단지 한 곡이 큰 사랑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정규 6집 수록곡인 '오르트구름'도 입소문을 타고 음원 차트 순위가 오르는 중이고, 윤하의 명곡을 모은 플레이리스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한 윤하라는 가수를 다시 주목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가요 홍보 담당자 A씨는 "오랜 기간 활동 중인 윤하의 음악이 아이돌 음악을 즐기는 10대부터 세대 불문 다양한 연령층에게 사랑받는 걸 보니 이를 계기로 세대 간 음악의 폭이 많이 허물어진 게 아닌가 하고 느꼈다"라며 "인기 아이돌 중심의 음원 차트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박희아 대중문화 저널리스트는 "윤하는 항상 수요층이 있었다. 직캠 영상도 도움이 됐겠지만 꾸준히 후배 가수들이 곡을 커버하는 가수로, 대중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아티스트"라며 "이번 역주행으로 소위 'K팝'이라 불리는 음악을 듣는 층에 윤하라는 음악성 있는 아티스트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여러 가지 긍정적 요인이 맞물려 좋은 작품이 인정받는 것 같아서 의미 있게 다가온다. 자기 자신에게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자기 음악 세계를 치밀하게 구상, 구현하려고 노력하는구나 하고 느꼈다"라며 "이번 앨범이 아티스트 윤하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해서, 싱어송라이터이자 보컬리스트로서의 앞날이 더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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