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아내, 당신은 무엇을 할수 있나요?
요양보호사 시험..매일 8시간 공부
"합격하셨어요" 전화받고 울컥
결혼한 지 50년, 고운 아내 생각하면..
"서로 의지하며 오래오래 삽시다"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대식 (아내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91세 할아버지)
여러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어떤 도전이라도 해 볼 자신 있으십니까? 충남 예산에 사는 한 할아버님은요. 치매에 걸린 아내를 더 잘 보살피고 싶어서 직접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따셨어요. 그런데 올해 연세가 무려 91세. 요양 보호사 자격 시험 합격자 명단에 91세 어르신이 오른 건 이게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는데요. 도대체 이 노부부의 사연은 뭔지도 궁금하고 할아버님의 소감도 좀 듣고 싶어서 저희가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봅니다. 충남에 사는 최대식 어르신입니다. 할아버님, 안녕하세요?
◆ 최대식 : 수고하십니다.
◇ 김현정 : 축하드립니다.
◆ 최대식 : 감사합니다.
◇ 김현정 : 시험 공부를 얼마 동안 하신 거예요, 학원 다니시면서?
◆ 최대식 : 학원 다니면서 하루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 쉬는 시간 30분. 그래서 하루 8시간을 20일 했어요.
◇ 김현정 : 20일 동안 하루 8시간씩?
◆ 최대식 : 네. 20일 하고 나서 그다음에 실습이 있더라고요, 실습.
◇ 김현정 : 실습도 있죠, 그렇죠.
◆ 최대식 : 실습이 열흘 있는데 5일 동안은 어느 개인 집에 가서 90살 할머니를 간호하는 것으로 실습을 하는 건데 그때 5일 동안 돌봤어요.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 4시에 끝나서 또 학원에 가서 그날 한 걸 일지를 또 써야 돼요.
◇ 김현정 : 일지 쓰고. 실습 나갔다가 일지 쓰고.
◆ 최대식 : 일지 쓰고 나면 보통 6시까지 돼요. 그럼 이제 집에 오죠.
◇ 김현정 : 할아버님, 그러니까 그거 안 힘드셨어요? 필기 시험 공부, 실습까지. 그 연세에 하시기 괜찮으셨어요?
◆ 최대식 : 힘든 건 모르고 나는 다만 오직 가족을 위해서 내가 간호해야 되겠다는 그것밖에 없어요.
◇ 김현정 : 그거밖에. 그러시다가 시험에 딱 합격했다는 소식 듣고는 어떠셨어요, 기분이?
◆ 최대식 : 기분이 당연히 될 줄 알았죠. 설마? 했는데 학원 부원장이 전화가 왔대. 부원장 하는 소리가 ‘축하드립니다.’ 그러고 ‘어르신 합격이에요.’ 그러더라고요. 알았네, 고맙다고 말이야. 그래서 마음이 울적해지더라고요.
◇ 김현정 : 울적. 합격했는데 왜 울적하셨어요?
◆ 최대식 : 그게 갑자기 합격 소리를 들으니까 그러지.
◇ 김현정 : 아, 울컥. 울컥하셨다고요? 아, 울컥.
◆ 최대식 : 집에 할망구가 있으니까 할머니한테 전화로 연락을 했지. 할망구도 설마했던 모양이에요. 그래요 그러고 실제야? 그래요. 그럼 실제지 무슨 거짓말하겠냐고. (웃음)
◇ 김현정 : 실제냐고. (웃음) 여러분, 그러니까 우리 최대식 할아버님이 이 시험을 치르시게 된 동기가 이 할머님 때문이신 거예요.
◆ 최대식 : 네, 집에 할망구 때문에. 집에 식구가 없고 단 두 식구인데.
◇ 김현정 : 할머님이 치매 증상을 보이시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예요?
◆ 최대식 : 한 6개월 전에요.
◇ 김현정 : 6개월 전. 지금은 24시간 계속 정신이 없으신 게 아니라?
◆ 최대식 : 네. 그때는 치매 초기인데 뭘 깜빡하고 잊어버리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 김현정 : 그러니까 따로 자녀 없으시고 단 두 분이 사시는데 할머님이 더 힘들어지시면 이거 내가 어떻게 하나 싶어서 내가 이 자격증을 좀 따놔야겠다 하고 공부에 도전하셨다는 말씀이에요.
◆ 최대식 : 네, 그래서 도전한 거예요.
◇ 김현정 : 이 얘기를 듣고는 아내 분은 얼마나 또 고마워하고 미안해하고 그러셨을까 싶은데요.
◆ 최대식 : 뭐 별 말은 없고 그냥 고맙다는 그 얘기 외에는 뭐. 도전해서 합격이 돼서 나 돌본다고 하니까 고맙다고.
◇ 김현정 : 고맙다고. 그러니까 이게 뭐 쑥스러워서 어쩌니 저쩌니 긴 말씀은 안 하시지만. (웃음)
◆ 최대식 : 이제 나이 먹어서 사랑한다 어쩌고 그런 소리가 나올 수가 없지.
◇ 김현정 : 사랑한다고. 속으로는 다 그런 마음 안고 있는 거 아시죠? 알고 계시죠, 할아버님.
◆ 최대식 : 그럼 물론 알고 있지.
◇ 김현정 : 물론 알고 계시고.
◆ 최대식 :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걸 외부로 표현하지는 않지.
◇ 김현정 : 그렇죠. 할아버님, 두 분 결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최대식 : 한 50년이 넘지.
◇ 김현정 : 어떻게 만나셨어요, 할머니?
◆ 최대식 : 직장 가졌을 적에 친구 소개로 해서 만났어요.
◇ 김현정 : 직장 생활하시다가 친구 소개로?
◆ 최대식 : 네.
수업받는 중인 최대식 할아버지 |
◇ 김현정 : 첫눈에 딱 보니까 이 사람이 내 사람이다 싶으시던가요?
◆ 최대식 : 아니, 그것보다는 며칠 사귀어 보니까 사람이 괜찮대요.
◇ 김현정 : 며칠 사귀어보니까. 어떤 점이 그렇게 꼭 마음에 드셨어요, 사모님?
◆ 최대식 : 어떤 점이냐면 마음씨 쓰는 게 저거 하지 않고 어지간히 내가 얘기하면 그걸 잘 받아들이고 따라주니까.
◇ 김현정 : 따라주니까.
◆ 최대식 : 덩치도 그렇고 체격도 빼빼하지 않고. (웃음)
◇ 김현정 : 체격도 좋으시고 얼굴도 고우시고.
◆ 최대식 : 마음씨도 곱고. (웃음)
◇ 김현정 : 마음씨도 곱고. 아유.
◆ 최대식 : 그러니까 한 50년 여태 잘살고 있잖아, 별탈 없이.
◇ 김현정 : 별탈 없이. (웃음) 그런데 그 곱고 마음씨도 곱고 얼굴도 곱고 그러던 아내가 가끔가끔이지만 엉뚱한 소리 하고 이상한 행동하고 이러면 좀 속 많이 상하시겠어요.
◆ 최대식 : 많이 속상하고 그동안 몇 십년 동안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내 마음에 자꾸 우러나요.
◇ 김현정 : 이제 생각이 나요.
◆ 최대식 : 미안하게 생각해요.
◇ 김현정 : 그래서 아마 내가 잘 돌봐야겠구나.
◆ 최대식 : 그렇죠. 아내를 위해서는 내가 봉사하고 내가 노력해야 되겠다는 그 생각이에요.
◇ 김현정 : 그런 생각으로 도전하셨고요.
◆ 최대식 : 그렇습니다.
◇ 김현정 : 그래요, 할아버님. 지금 할머님이 이 방송을 들으실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마는 들으신다 생각하시고 할머니한테 한 말씀하시겠어요?
◆ 최대식 : 여태 한 말이 그 얘기가 그 얘기지 뭐. 사랑합니다. 앞으로 계속 잘 살아갑시다. 편안하게 삽시다. 그런 얘기일 테지 뭐 딴 얘기할 게 없잖아요.
◇ 김현정 : (웃음) 할아버님 말씀 술술술 잘하시다가 이 말씀 부탁드리니까 좀 쑥스러워하시네요.
◆ 최대식 : 쑥스럽지. (웃음) 이제 와서 나이가 얼마인데 사랑한다 어쩌고 할 저것이 되나, 안 되지, 그게. 그냥 마음적으로 서로한테 의지하고 살면 되는 거니까.
◇ 김현정 : 그럼요, 그럼요. 할아버님, 대단한 일하셨고요. 할아버님처럼 치매 환자가 가족 중에 생겼는데 누구 하나 전담해서 돌보기가 어려운 이런 상황에 있는 많은 가족들이 이번에 할아버님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끼셨을 거예요. 이런 치매로 고통받는 가족들을 위해서 한마디 해 주신다면?
◆ 최대식 : 환자는 더군다나 치매 환자는 가급적이면 본인이 이해해 줘야 돼. 환자가 별의별 소리 다 하고 엉뚱한 소리해도 본인이 이해하고 넘어가야지, 웃으면서 넘어가야지 같이 맞대응하면 안 돼요. 내가 학원에서 배운 것이 그거예요. 그래서 내가 그걸 많이 응용하고 있어요, 현재.
◇ 김현정 : 치매 환자가 조금, 그러니까 24시간 그런 건 아니죠. 초기의 환자들은 그렇지만.
◆ 최대식 : 순간적으로 잠깐 잠깐이에요. 그때를 넘기면 한 20-30분 있으면 도로 돌아와. 그러니까 조금만 참으면 돼요.
◇ 김현정 : 조금 참으면서 이해하라. 이해해 줘야 된다. 그래요. 할아버님, 다시 한 번 요양보호사 자격증 따신 거 축하드리고요.
◆ 최대식 : 감사합니다.
◇ 김현정 : 할머님, 할아버님 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할머님도 약 열심히 드시고 열심히 간호하셔서 건강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 최대식 :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 고맙습니다. 우리나라의 최고령 요양 보호사 자격증 합격자십니다. 91살 최대식 어르신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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