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로 얼룩진 강정마을에 내민 대통령의 손
전세계 해군력 절반 모인 관함식에서도 강정마을 상처 언급
"가다 되돌아오더라도 꼭 참석하겠다" 상처 치유 정면 돌파
강정마을 최우선 대상지 꼽힌 2007년 당시 비서실장 '미안함'
사진=청와대 제공 |
"정말 야단 많이 맞을 각오하고 왔는데 따뜻하게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상처로 얼룩진 강정마을을 찾아 주민들에게 건넨 첫 마디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강정마을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적잖았다.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된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계획은 지난 2007년 5월 제주도가 강정마을을 최우선 대상지로 선정하면서 구체적으로 표면화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지 두달 여 됐을 때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실효성을 둘러싸고 지난한 법적다툼이 벌어졌고, 최종 승인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에 이뤄졌지만, '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문제를 놓고 제주도민은 찬반 양갈래로 큰 상처를 입었다.
강정마을에 대한 국책기관의 해군기지 타당성 조사, 김태환 당시 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청구 서명운동,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마을 주민들의 찬반 대립과 갈등을 모두 지켜봤던 문 대통령이었기에 두고두고 마음 한켠에 미안한 마음이 자리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에도 "강정마을에 대한 해군의 구상금청구소송을 철회하고 사법처리 대상자를 사면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큰 관심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정마을 주민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제 강정마을에 치유와 화해가 필요하다. 깊은 상처일수록 사회가 함께 보듬고 치유해야 한다"며 "마을 주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마을 공동체가 다시 회복되어야 정부에 대한 신뢰도 살아날 것이다. 정부는 믿음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주민 여러분과 소통하겠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강정마을 주민의 첫 간담회는 오후 4시 35분부터 약 1시간 20분간 진행됐다.
사진=청와대 제공 |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12개국 19척의 외국 군함과 46개국 대표단이 참가한 국제관함식 사열행사에서도 "제주는 평화의 섬이다. 이념 갈등으로 오랜 시간 큰 고통을 겪었지만 강인한 정신으로 원한을 화해로 승화시킨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세계 상당수의 해군력이 모인 장소였지만 문 대통령은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서 제주도민들이 겪게 된 아픔을 깊이 위로한다.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진심도 표현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관함식을 상처가 온전히 치유되지 않은 제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열 것을 검토했지만, 이번 기회에 이념갈등을 뛰어넘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관함식을 제주도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고, 설사 (반대 시위로) 가다 되돌아오더라도 꼭 참석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며 "참여정부 때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만드는 문제가 처음 결정됐고, 주민들이 많은 고통과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이를 치유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CBS 노컷뉴스 박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