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택시기사 유족 "사람 죽었는데...가해자는 '배그' 게임?"
사과는커녕 평온한 일상 보내는 가해자
대기업 면접에 SNS로 게임 인원 모집
평소 건강 문제 없어, 스트레스가 원인
신고만 바로 했더라도..."엄벌 처해달라"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피해자 아들)
택시기사가 쓰러질 당시 CCTV 영상 |
지난해 12월 8일 인천에서 택시를 몰던 70대 택시 기사 A씨. 30대 승객과 실랑이가 붙었는데요. 이 30대 승객은 70대 택시 기사에게 반말을 하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어대다가 끝내 택시에서 내려서 운전사에게 동전을 집어던집니다. 이 70대 기사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스트레스성 심근 경색으로 숨졌습니다. 당시 70대 택시 기사와 30대 승객의 대화는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저희가 유족의 동의를 얻어서 잠시 일부분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그날의 택시 안 분위기를 느껴보시죠.
[승객 : “가라는 거 아니에요?”]
[택시 기사 : “뭘 가요?”]
[승객 : “가요, 앞으로 가. 가. 가라고.”]
[택시 기사 : “욕하지 말고요.”]
[승객 : “가. 가, 이 개XX. 씨X. 열받게 하네, 씨X. 좋게좋게 얘기하니까. 가. 우회전해.”]
[택시 기사 : “왜 욕을 합니까?”]
[승객 : “왜 자꾸 툴툴거려, 이 씨X. 가라면 가지. 가. 좋게좋게 얘기하는 줄 알아, 이 X끼야. 내가 택시를 타면서 내가 이런 적은 처음인데.”]
[택시 기사 : “이봐, 이봐.”]
◇ 김현정> 택시가 운행되는 내내 이런 식이었습니다. '가. 가라면 가.' 이런 식. 삐 소리가 난 부분은 다 욕설입니다. 경찰은 이 승객에 대해서 폭행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는데요. 유족들은 할 말이 많다고 합니다. 택시 기사분의 아들 연결해서 자세한 얘기 좀 나눠보죠. 아드님 나와 계세요?
◆ 피해자 아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실 음성 변조가 됐다고는 하지만 아버지가 수모 당하는 장면을 다시 듣는 게 상당히 고통스러우셨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를 해야겠다 결정을 하셨네요.
◆ 피해자 아들> 네. 이 일이 이렇게 묻히고 조용히 넘어가는 게 저희도 스스로 참을 수가 없고 그래서 공개를 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 김현정> 사실 사건이 발생한 건 두 달 전이에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세상에 도움을 청하시게 된 어떤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까?
◆ 피해자 아들> 네. 일단은 가해자 쪽에서 진심 어린 사과나 반성하는 이런 걸 기다려왔는데 사건이 일어나고 두 달이 지났는데 지금 이 시점까지도 그런 내용이 전혀 없거든요.
◇ 김현정> 사과 한마디가 없었어요?
◆ 피해자 아들> 네, 네. 저희도 우연치 않게 그 가해자의 SNS 같은 걸 우연치 않게 보게 됐는데 이 사람이 너무 일상적인 생활을, 자기 일상을 즐기면서 살고 있는 모습만, 이런 걸 보게 되니까 저희도 더 화도 나고 막 이러다 보니까 이제 공개를 하게 된 거죠.
◇ 김현정> 사과 한마디 안 한 사람이 너무나 평온하게 살아가더라. 예를 들면 어떤 부분을 SNS 보면서 느끼셨던 거예요?
◆ 피해자 아들> 여기 대기업에 면접을 보러 다닌다. 그리고 풀려나자마자 SNS상으로 게임을 할 사람을 같이할 사람을 구한다든가.
◇ 김현정> 게임할 사람이요?
◆ 피해자 아들> 네.
◇ 김현정> 12월 8일날 그 택시 기사분이 그렇게 자기 눈앞에서 돌아가셨는데 게임할 사람을 며칠에 구해요?
◆ 피해자 아들> 제가 확인한 걸로는 12월 12일날 거기다 '배그 할 사람'이라고 해서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있는데 그거 같이할 사람. 이렇게 해서 올려놨더라고요.
◇ 김현정> 세상에...
◆ 피해자 아들> 그런 것부터 보다 보니까 이제 저희가 좀 화가 많이 나는 상태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러분, 다시 한 번 그날 밤 상황으로 돌아가봐야겠습니다. 12월 8일 밤. 처음에는 2명의 손님을 태우고 1명을 먼저 내려준 다음에 남은 승객이 이 30대 남성이었던 거죠?
◆ 피해자 아들> 네.
◇ 김현정> 도대체 어쩌다가 시비가 붙게 된 거예요?
◆ 피해자 아들> 가해자가 처음에 아버지 말투를 가지고 시비를 걸기 시작해요.
◇ 김현정> 아버지가 뭐라고 그러셨는데요?
◆ 피해자 아들> 아버지가 '어디를 가냐?' 목적지를 물어봤는데 가해자가 몇 번을 대답을 제대로 안 했나 봐요, 그냥 가라고만 하고. 그러니까 아버지도 좀 툴툴거리셨나 봐요. 그걸 가지고 시비를, 문제를 삼은 거죠.
◇ 김현정> 그리고는 방금 전에 우리가 들었던 그런 식의 욕설이 계속된 겁니까?
◆ 피해자 아들> 네. 욕설을 시작하고 그것을 아버지가 쓰러지실 때까지 계속 욕설하는 거죠, 아버지한테.
◇ 김현정> 그런데 가요. 쭉 가다가 보니까 장면이 어느 아파트에 지하 2층 주차장이더라고요. 보통 택시를 타고 가서 아파트에 내린다고 그러면 아파트 지상층에 내리는 거지. 그런데 어떻게 지하 2층 주차장까지 택시가 내려간 거죠?
◆ 피해자 아들> 가해자가 자기 차 있는 데까지 운전을 시킨 거예요, 아버지한테 끝까지. 그래서 자기 차에서 동전으로 계산을 하려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가 봤을 때는 아버지한테 좀 골탕을 먹이려는 식으로 일부러 동전을 갖고 와서 계산을 하려고 그랬던 것 같이 느끼고 있죠, 지금.
◇ 김현정> 동전으로 4200원 그 요금을 가지고 온 거예요.
◆ 피해자 아들> 그러고 나서 아버지가 그냥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힘들고 욕설 자꾸 듣는 것도 힘드시니까 그 가해자한테 그냥 가라고 말씀을 하세요. 그러고 나서 차에 딱 타려고 가시는데 이 가해자가 택시 쪽으로 막 뛰어와서 택시 못 타게, 못 가게 막으려고 택시 문을 열고 아버지한테 동전을 던지죠. 그리고 나서 아버님이 경찰에 신고를 하세요. 신고하시고 나서 쓰러지시는 거예요.
◇ 김현정> 전화기를 붙잡고 신고를 하고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신. 그런데 저는 제일 기가 막힌 부분이 사람이 눈앞에서 쓰러졌으면 얼른 가가지고 119에 신고를 해 준다든지 뭔가 조치를 취해야 되는 건데 쓰러진 사람을 앞에 두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요, 이 30대 남자?
◆ 피해자 아들>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나서도 영상을 보면 자기 차에 가서 목도리를 가지고 나와요.
◇ 김현정> 아, 목도리도 가지고 나왔습니까?
◆ 피해자 아들> 추웠는지 자기 목에 목도리를 두르고 그리고 아버지 근처에서 서성거리죠, 계속.
◇ 김현정> 112 올 때까지 계속?
◆ 피해자 아들> 그러고 나서 자기 가족한테 연락을 해서 가해자 어머니인가 하시는 분이 내려오세요. 그분이 내려오시고 나서 상황이 이상하니까 그때서야 119 신고가 이루어지는 거죠. 그런데 이미 5분에서 10분 정도 사이가 이미 소요가 된 상황이죠.
◇ 김현정> 그런데 지금 이게 심근 경색 아닙니까? 스트레스성 심근 경색. 갑자기 심장이 콱 하고 조인 건데. 골든타임이라는 게 있잖아요. 빨리 조치를 하면 그나마 희망이 생기는 시간. 그 일분일초가 굉장히 중요한데 그 시간 동안 멀뚱멀뚱 목도리 가지고 오고 자기 가족한테 전화 걸고 이러면서 시간 다 보낸 거예요.
◆ 피해자 아들> 제가 아버님께 그 전화를 받고서 병원에 갔을 때는 의사 선생님이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이미 한 30분 정도를 심정지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이 됐다. 일어나셔도 뇌사. 근데 좀 못 일어나실 가능성이 더 크다.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 그렇게 말씀을 해 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유족들 입장에서는 그 부분이 제일 마음 아프시겠어요.
◆ 피해자 아들> 그렇죠. 아무래도 그 가해자가 자기가 화가 아무리 났다고 해도 아무런 구호 조치를 안 하고 그냥 가만히 멀뚱멀뚱 있었다는 것도 진짜 저희는 너무 화가 나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그 아버님이 70대. 이렇게 알려져 있는데 정확히 몇 살이셨던 거예요?
◆ 피해자 아들> 정확하게 48년생이시고요.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72세 되신 거죠.
◇ 김현정> 혹시 그전에 건강에, 심장 쪽에 문제가 있거나 그러셨던 겁니까?
◆ 피해자 아들> 아니, 그런 부분은 전혀. 건강 검진했을 때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나온 적도 없고 되게 건강하셨어요, 아버님.
◇ 김현정> 병원에서는 뭐라고 그래요? 결국 동전 던지는 거 받고 이 스트레스 때문에 그렇게 심근 경색이 갑자기 올 수도 있답니까?
◆ 피해자 아들> 부검 결과를 보게 되면 극심한 스트레스에 의해서 심근 경색이 발병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라고 명시가 돼 있거든요.
◇ 김현정> 참 이 기막힌 일을 당하셨는데. 그 30대 승객. 혹시 만취 상태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 피해자 아들> 저희가 봤을 때 그 사람이 조사받았을 때도 정확하게 답변했다고 들었고. 그리고 그 영상에서도 인지 능력이 충분히 있다는 게 보이거든요. 자기 차에도 가서 동전을 갖고 나오고 동전을 세는 모습도 보이고. 그리고 자기 가족한테도 연락을 할 정도가 됐을 정도면 저희는 인지 능력은 충분히 있었다고 보거든요.
◇ 김현정> 경찰은 지금 폭행죄로 이 승객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은 폭행 아니다. 폭행 치사죄를 적용시켜달라 이렇게 요구하고 계시죠.
◆ 피해자 아들> 아니, 아버님이 이 사람의 모욕적인 언사와 그런 행동들. 그거에 의해서 스트레스를 워낙에 많이 받으셨고 그걸로 인해서 심근 경색이 오셔가지고 돌아가신 건데 단순히 폭행죄로만 넘어가는 것에 대해서 그 부분에 불만이 있는 거거든요.
◇ 김현정> 그 사람 만나면, 그 30대 가해자. 그 사람 지금 만나지도 못하고 사과 한마디도 못 들으셨다고 하는데 얼굴 보면 뭐라고 묻고 싶으세요?
◆ 피해자 아들> 왜 그렇게까지, 끝까지 그렇게 아버지한테 뭐가 그렇게 화가 나서 그랬는지.
◇ 김현정> 왜 그랬는지...
◆ 피해자 아들> 그렇게 말투 그 하나가 그렇게까지 화가 나서 그런 건지. 그걸 한번 들어보고 싶어요. 왜 그 나이 드신 분한테 그 추운 날에 그렇게까지 몰아세웠는지.
◇ 김현정> 제대로 된 사과라도 한번 듣고 싶다. 왜 그랬는지 이유라도 한번 붙잡고 묻고 싶다. 이 이야기를 그 30대 가해자가 좀 새겨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피해자 아들> 일단은 강력한 처벌을 좀 받았으면 좋겠는 마음이에요, 저희는. 그래서 더 철저하고 공정한 처사와 더 강력한 처벌을 좀 내려주시기를 원하는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 고맙습니다.
◆ 피해자 아들> 감사합니다.
◇ 김현정> 30대 승객과 시비가 붙은 70대 운전 기사. 결국 스트레스성 심근 경색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기사의 유족 아들 직접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