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겨냥했다 미완이 된 경찰의 우병우 수사
우병우-최재경 4차례 압수수색 영장, 검찰서 반려
수사팀 "영장 있었으면 그걸로 수사 해 출석요구라도 했을 것"
우병우 기소의견 송치하는 '반쪽 결론' 일단락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자료사진=박종민 기자) |
검찰을 겨냥했던 경찰의 '우병우 수사'가 끝내 미완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변호사 시절 거액의 성공보수를 약속받고 검찰 고위급 수사책임자를 만났던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압수수색 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연거푸 반려되면서, 전·현직 검찰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사건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1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변호사였던 지난 2014년 가천대길병원 관련 사건을 맡아 3억원을 받았다.
유명 로펌에 사건을 맡겼던 길병원 측이 당시 최재경 인천지검장과 친분이 있는 변호사로 우 전 수석을 찾은 것이었다.
길병원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우 전 수석이 '3개월 안에 할 테니 착수금 1억, 성공보수 2억을 달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우 전 수석은 돈을 받고 석 달 뒤 최 지검장을 찾아갔다. 이후 일주일 만에 수사결과가 발표됐고, 사건은 '부실 수사' 논란과 함께 종결됐다.
경찰은 "성공한 청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천 가천대길병원(자료사진=김광일 기자) |
이런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금융거래 내역, 통화내역, 검찰청사 출입기록,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모두 4차례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4월, 6월, 7월, 9월 잇달아 반려했다.
거액의 성공보수, 우 전 수석과 최 전 지검장의 친분 등이 의심스러웠지만 수사는 사실상 거기까지였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치소 접견조사, 최 전 지검장을 참고인으로 면담조사 한 것 외에 다른 검사 등과는 통화도 하지 못한 건 경찰의 한계였다.
우 전 수석의 인천지검 출입기록조차도 계속 받지 못하다가 지난 6월 지검장이 교체된 뒤에야 단 1차례 공문으로 받았다.
금품과 청탁이 오갔다면 뇌물죄, 금품이 없었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 여러 죄명을 검토했던 경찰로서는 우 전 수석만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반쪽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수사팀 관계자는 "영장이 있었으면 그걸로 수사를 해서 출석요구라도 했을 텐데 당시 담당 부장검사는 통화도 안 되더라"고 푸념했다.
인천지검장을 지냈던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노컷뉴스 자료사진) |
검찰은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우 전 수석이 최 전 지검장에게 청탁을 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이나 증거를 경찰이 확보하지 못했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이 최 전 지검장과의 친분에 관해 묻는 길병원 관계자에게 "친하다면 친하고 안 친하다면 안 친하다"고 말했다는 진술도 '친분을 과시했다'고 보기에 애매한 대목이다.
앞서 우 전 수석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이 선임계 미제출, 세금 탈루 등에 관한 별도의 사실관계 확인이나 법리 검토를 이미 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법조계에서는 최 전 지검장이 박근혜정부에서 우 전 수석의 후임 민정수석을 지냈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그다지 가깝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측은 "경찰이 조사한 사안과 보완수사를 충실히 살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여지 없이 수사권 조정에 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청의 한 고위간부는 "이런 식의 무소불위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수사권, 나아가 영장청구권에 대한 논의까지도 언젠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우 전 수석이 현대그룹 측에서 6억5천만원, 4대강 입찰비리 연루 업체로부터 1억원을 받은 사건을 두고도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해당 사건들은 2~3개월 뒤 각각 무혐의 처분, 내사 종결됐다.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 확대방지나 수사정보 파악 등으로 돈을 받는다. 그걸 청탁 명목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전 수석은 경찰 조사에서 정당한 변호사 활동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CBS노컷뉴스 김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