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판 밑·장롱 안에 혹시 ‘이것’ 두지 않았나요?
불타고 찢기고 삭고. 온갖 방법으로 훼손돼 버려지는 돈만 매년 수조원대에 달하는데요. 2020년에는 이렇듯 손상으로 폐기된 화폐의 규모가 어느 때보다 컸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중 손상화폐 폐기 및 교환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버려진 손상화폐는 총 6억 4,260만장(은행권+주화), 액수로는 4조 7,64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09년 이후 최대 기록입니다.
폐기된 화폐의 대부분은 은행권이 차지했는데요. 권종별로는 만원권이 4억 760만장(67%)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천원권(27.6%), 5천원권(4.1%), 5만원권(1.3%) 순서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유난히 폐기가 많았던 만원권. 실제로 전년 대비 23.9%나 폐기 물량이 늘었는데요. 그 이유는 2007~8년 발행된 물량의 유통수명이 다한데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적극적인 폐기가 이뤄진 탓이었습니다.
손상된 화폐는 훼손 정도에 따라 은행에서 교환해 주기도 하지요. 지난해 교환된 손상화폐는 전년보다 48% 증가한 4,720만장(은행권+주화, 106.9억원)으로, 은행권 중에는 5만원권(41.8%)의 비중이 제일 높았습니다.
이렇듯 많은 돈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은행으로 돌아가야 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봤는데요. 가장 주된 손상 사유는 장판 밑 눌림, 습기에 의한 부패 등 부적절한 보관(52%) 때문이었습니다.
은행이 아닌 집안에 각가지 방법으로 보관해둔 지폐가 있다면 상태가 어떤지 한번쯤 들춰보고 싶게 만드는 결과지요. 이밖에 화재(34%)와 세탁·세단기 투입 등 취급 부주의(14%)에 따른 손상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로는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 탓에 은행권을 전자레인지나 세탁기에 넣고 돌려 손상된 사례도 나왔는데요. 이런 방법으로는 바이러스가 사라지기는커녕 돈의 가치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
다양한 이유로 은행권의 일부가 훼손된 경우 남은 면적에 따라 교환 액수가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남은 면적이 원래 면적의 3/4 이상=전액 교환 ▲남은 면적이 원래 면적의 2/5 이상 3/4 미만=반액 교환 ▲남은 면적이 원래 면적의 2/5 미만=교환 불가 ▲주화는 모양을 알아보기 어렵거나 진위 판별이 불가하면 교환 불가
소중한 돈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자칫 손상으로 뜻밖의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박정아 기자 p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