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동생에 3억 주고 허위진술 지시"
대학교수 폭행사건 풀스토리
지난 11월 15일,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의 대학교수 폭행사건에 가담한 네 남자를 카카오톡 대화방으로 불러 모았다. 먼저 ‘단톡방’ 개설 취지를 설명했다.
이제부터 회의를 합시다. 어떻게 (대학교수) 폭행을 무마했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솔직히 말합시다. 양진호가 폭행을 교사했고, 모두가 대학교수를 잔인하게 때렸지요? 이 중에서 용기있게 진실을 말해줄 분 있습니까?
- 양진호 사건 취재기자
네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 명이 대화방을 뛰쳐나갔다.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의 친동생 양OO였다. 그를 단톡방으로 다시 초대했다.
양OO 씨, 사람 때려놓고 왜 나가십니까? 위증 교사 누가 했습니까? 솔직히 말해 주세요.
- 양진호 사건 취재기자
양 씨는 다시 단톡방에서 나갔다. 뒤이어 임OO, 이OO, 윤OO이 줄줄이 퇴장했다. 대화창엔 기자만 남았다.
이 공동보도하는 ‘양진호 사건’의 시발점은 대학교수 A씨 집단 폭행사건이었다. 공익신고자는 양진호 회장 문제를 폭로하면서 A 교수 사건을 가장 먼저 거론했다. 지난 10월 만난 A 교수는 피해사실을 이렇게 증언했다.
양OO 씨가 회장실로 들어와 발로 차서 제가 넘어졌어요. 그런 저를 발과 손으로 때려서 제가 굴러다니면서 맞았어요. (중략) 제 머리채를 잡고 때리면서 얼굴에 가래침을 수차례 뱉었어요. 그러면서 ‘빨아먹어’ 이러더라고요. 안 먹으면 죽을 거 같았어요.
여기에 등장하는 폭행, 가혹행위 당사자가 양진호 회장의 동생 양OO 씨다. 양진호 회장은 부인과의 외도를 의심해 A 교수를 자기 사무실로 불렀고 집단폭행을 교사했고, 동생인 양OO 씨는 다른 직원 3명(임OO, 이OO, 윤OO)과 함께 A 교수를 때리고 협박했다. 2013년 12월 2일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18년 12월 현재, 여러 불법행위가 벌어진 그 사건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양 회장 동생 한 명뿐이다. 양진호 회장 등 위디스크 관계자들은 조직적 위증으로 수사를 방해했고, 여기에는 회삿돈 수억 원이 쓰였다. 불법을 불법으로 덮은 셈이다.
양진호 회장, “동생 혼자 벌인 사건”으로 위증 교사
집단 폭행으로 크게 위축된 A 교수는 2017년 6월에야 양 회장 등 8명을 공동상해, 공동감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양 회장 회사와 자택이 있는 성남분당경찰서가 조사를 했다. 이때부터 양 회장과 위디스크 법무총괄 임OO 대표를 중심으로 대책회의와 위증 교사가 이뤄졌다.
양 회장은 ‘이미 동생과 이야기를 다 끝냈다’고 대책회의 때 말했습니다.
- 위디스크 직원
위디스크 내부 관계자의 말이다. 이야기를 끝냈다니, 무슨 뜻일까.
자신은 폭행과 무관하며 모든 건 동생 양 씨 혼자 한 일로 정리했다는 뜻입니다. 이후 임 대표를 중심으로 대책회의가 수차례 열렸고 ‘양 회장 지시는 물론이고 집단 폭행도 없었다’는 취지로 폭행 가담자들이 입을 맞췄습니다. 분당경찰서에서도 다들 그렇게 진술했습니다.
- 위디스크 직원
이 내부자의 말은 사실일까? 이번엔 A교수 폭행에 가담했던 B씨의 말을 들어보자. B씨는 위디스크 고위직으로 일했다.
진실과 달리 양 회장 동생이 모든 죄를 뒤집어 쓰기로 했습니다. 임 대표 주관으로 (위증) 대책회의가 열린 것도 맞습니다.
- 위디스크 핵심 임원 B 씨
많은 위디스크 직원들이 목격한 사건이었지만, 수사는 이상하게 진행됐다. 혐의자 8명 중 4명만 소환조사를 받았고, 그나마도 폭행을 당한 A 교수와 다른 주장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대질조사를 하지 않았다. 폭행현장을 목격한 위디스크 직원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는 양 회장 측의 각본대로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 2월 양 씨만 상해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지난 5월 양 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했다. 양진호 회장 등은 처벌받지 않았다. A교수는 충격을 받았다.
돈의 힘일까요? 어떻게 대질 한 번 하지 않고 경찰이 그런 수사를 하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 양진호 폭행 피해자 A 씨
A교수는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그리고 이때 예기치않게 ‘양씨 형제의 난’이 벌어졌다. 유일하게 실형을 받은 양OO 씨가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양 회장과 동생 양OO 씨 관계가 여러가지 이유로 틀어졌습니다. 결국 동생이 서울고검에 ‘양 회장은 물론이고 여러 직원이 폭행에 가담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검찰에 냈죠. 결국 서울고검에서 ‘다시 수사하라’는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죠. 지난 4월의 일입니다.
- 위디스크 핵심 임원 B 씨
양진호 각본대로 진행된 경찰 수사 … “대질조사도 없었다”
양 회장 처지에선 일이 복잡하게 꼬인 셈이다. 양 회장은 B씨에게 “양OO의 의중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동생 양OO가 얼마를 요구하는지 알아보라는 뜻이었다.
양 회장에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렸습니다. 돈 얼마를 주면 진술을 다시 번복할 수 있는지 동생에게 물어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직접 양 회장 동생 양OO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위디스크 핵심 임원 B씨
거짓말로 혼자 처벌 받았던 동생 양OO 씨. 그럼 양 씨는 다시 거짓말을 하는 대가로 양진호 회장에게 얼마를 요구했을까.
10억 원에서 12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면 수사기관에 가서 다시 거짓말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 위디스크 핵심 임원 B 씨
동생 양OO 씨와의 협상이 어려워지자, 양진호 회장은 측근인 임모 법무대표를 투입했다. 임 씨는 양진호 회사에서 주로 대외업무를 맡던 일종의 해결사였다. 취재진은 11월 30일 임모 대표를 만나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물었다.
(양진호 회장의 동생 양OO 씨가 돈을 요구했나?)
그렇다.
(진술 번복 대가로 양OO 씨에게 얼마를 줬나)
내가 3억 원을 갖다 줬다.
(양 회장이 주라고 했나?)
그렇다.
양진호, 검찰 수사 피하려 가짜 초청장 만들고, 비행기표도 구매
동생 양OO 씨는 돈을 받은 뒤 검찰에 가서 또 거짓말을 했다. “고검에 냈던 진술서는 격분한 감정에서 쓴 거짓이며, A 교수는 내가 혼자 때린 게 맞다”는 취지였다.
재수사에 착수했던 성남지청은 여러차례 양진호 회장을 불렀다. 하지만 양 회장은 “외국에 나간다”, “업무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검찰 출석을 미뤘다.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양진호 회장은 온갖 짓을 다 했다.
양 회장은 계속 거짓말을 했죠. 저희가 일본 거래처 쪽에 부탁을 했어요. 양 회장을 행사에 초청한다는 거짓 초청장을 하나 만들어서 보내 달라고, 그걸 받아서 비행기 표랑 같이 검찰에 내는 방법으로 소환 조사를 피했죠. 그래도 뭐 별 문제가 없더라고요.
- 위디스크 핵심 임원 B씨
그럼 이 사건에서 양 회장은 변호사 비용을 얼마나 썼을까. 줄잡아 수억 원을 이미 썼거나 쓰려 했다는 말이 나온다.
성공보수까지 포함해서 1억2000만 원 책정됐다. 선수금 외에 아직 지급되지 않은 금액도 있다. 양 회장은 ‘검찰 공포증’이 있다. 어떻게든 검찰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 위디스크 핵심 임원
A 교수 폭행사건에 가담한 사람들은 의 보도 이후 일괄 기소됐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취재 한상진 강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