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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원인 몰라" VS "정상수리했다"...랜드로버·차주 갈등 고조

주말 저녁 가족여행 가는 길에 갑자기 엔진 멈춰...2차 사고로 이어질 뻔

차주 "센터에서 '신속한 수리 위해 원인 파악은 중요치 않다'는 말 들어"

사측 "차주 주장 사실 아냐...원인 모두 확인하고 정상적으로 수리 마쳐"

"고장원인 몰라" VS "정상수리했다

지난 7월 가족여행을 위해 아내와 8살 아이를 태우고 강원 속초로 가던 중 엔진이 멈춘 레인지로버 차량을 고속도로 갓길에 세워둔 모습(사진 제공=레인지로버 차주·제보자)

【서울=뉴시스】박민기 기자 = 랜드로버 차주 임모(46)씨는 지난 7월 운전 중 아찔한 경험을 했다.


강원 속초로 가족여행을 가기 위해 아내와 8살 아이를 태우고 시속 120㎞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터널 안에서 갑자기 차가 멈춘 것이다.


주말 저녁, 이미 자정에 가까운 늦은 시간대라 도로가 한산해 다른 차들 역시 120~130㎞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임씨는 "사전 경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주행 중에 갑자기 속도가 줄면서 엔진이 멈춰버렸다"며 "다행히 가족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2차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랜드로버를 향한 운전자들의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화면 꺼짐', '카메라·센서 꺼짐'과 같은 잔고장 역시 자주 발생하지만 주행 중 차가 갑자기 멈춰서는 등의 엔진 문제는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더 불안하다는 것이 랜드로버 차주들의 설명이다.


임씨는 "아는 사람들 중에 랜드로버를 타는 사람이 4명 있는데 모니터와 좌석 등과 관련된 잔고장이 굉장히 많다고 한다"며 "한 지인은 잔고장 때문에 1년 사이에 서비스센터를 5번 이상 방문한 것으로 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3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임씨는 "계속되는 고장도 문제지만 이에 대응하는 랜드로버측의 방식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6년 4월 1억500만원을 주고 2015년식 '레인지로버 스포츠' 중고 모델을 구입했지만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도 임씨는 잦은 잔고장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해당 차량의 신차 가격은 1억3800만원이다.


그는 "배기가스 후처리장치(DPF)와 좌석 고장으로 서울 성수에 있는 서비스센터를 20번은 넘게 방문했다"며 "배기가스 후처리장치 경고등이 뜨면 분당 회전수(rpm)가 2500까지 밖에 안 올라가 최대 70㎞로만 달릴 수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았다"며 "서비스센터에서 차를 출고하라고 해서 가져간 뒤에도 이상 증세는 계속됐다"고 말했다.


임씨가 자주 겪은 배기가스 후처리장치 고장에 대해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배기가스 후처리장치의 경우 일반적으로 12~20만㎞ 정도를 달리면 재가 많이 쌓여서 단순한 수리가 아니라 교환을 해줘야 하는데 경고등이 계속 떠도 교환이 되지 않는 경우 배기가 막히면서 차가 멈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서비스센터에서 경고등이 들어오지 않게 조치만 해줬을 뿐 배기가스 후처리장치를 교체해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임씨에 따르면 서비스센터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임씨가 "그동안 배기가스 후처리장치 고장도 자주 있었고, 엔진이 멈췄는데 어떻게 수리됐는지 운전자가 알아야 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자 서비스센터에서는 "차량 수리는 고객이 차를 빨리 사용해야 되기 때문에 신속성에 초점을 두며 원인 파악을 정확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임씨는 불안한 마음에 출고를 거부하고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에 공식 답변을 요청하는 서면을 보냈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


그는 "적지 않은 금액을 주고 차를 살 때는 그에 합당한 성능과 안전은 물론이고 서비스까지 기대하며 구입하는 것인데 랜드로버는 문제가 있는 차를 팔아놓고 해결을 안 해주니 고객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만 하다"며 "마치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서도 랜드로버 차량에 대한 차주들의 불만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랜드로버를 검색하자 부품 고장과 허술한 대응방식을 비판하는 동영상 20여개가 화면을 채웠다.


한 차주는 "비싼 가격 값을 할 줄 알고 랜드로버를 샀는데 고장도 많고 서비스가 이럴 줄 알았으면 절대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또 다른 차주는 영상을 통해 "최근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랜드로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사실 랜드로버 정비사들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차량의 부품 고장이나 기술적 문제라면 정비사들이 고치면 되는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결함이라 본사에서 업데이트를 해줘야 고치거나 수정을 할 수 있다"며 "어쩌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본사가 나서지 않으면 인포테인먼트 불량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차주는 "럭셔리한 디자인과 내부 인테리어도 중요하지만 랜드로버는 엔진 성능,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기본기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향한 운전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시장 매출액 1조원을 기록했다.

"고장원인 몰라" VS "정상수리했다

전문가들은 랜드로버가 평균 1억 이상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임에도 부품 고장이 잦은 이유로 '부실한 마감 처리'와 '복잡한 차량 구조' 등을 언급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가 출시되기 전 브랜드에서 품질 제고나 검증을 확실하게 해야 하는데 랜드로버의 경우 부품 마감이 완벽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며 "운행 중에 엔진이 멈추는 것은 운전자 입장에서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요즘 차량들은 커넥티비티·스마트 기능 등이 많아지면서 전기·전자제어가 3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는 연계성이 높기 때문에 단순히 부품 한 두개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회사가 신경 써서 차량의 완성도를 높이지 않으면 소비자 이탈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이와 관련 "서비스 과정에서 불편을 겪으신 부분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임씨가 제기한 문제와 서비스센터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서비스센터에서 해당 차량의 고장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며 "해당 차량은 고장 원인을 모두 확인하고 정상적으로 수리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또 "고객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서비스 질을 강화해 고객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랜드로버 차주 임씨는 지난 8월 백정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와 사측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min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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