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대규모 시위로 몸살, 싱가포르는 웃고 있다…왜?
홍콩에서 중국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했다. 홍콩이 대규모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가 남몰래 웃음을 짓고 있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의 허브가 홍콩과 싱가포르다. 세계적 다국적 기업들은 아시아 본부를 대부분 홍콩 또는 싱가포르에 두고 있다. 양국 모두 ‘법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당국이 중국으로 범인을 인도할 수 있는 중국 송환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자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면서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홍콩의 대체재가 바로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홍콩만큼은 아니지만 아시아의 교두보로 각광 받고 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금융허브라는 타이틀을 놓고 홍콩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 왔다. 그러나 중국에 더 가까운 홍콩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에는 1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가 싱가포르의 2배를 넘는 853명이다.
그러나 중국 송환법을 계기로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자 싱가포르가 대체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미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자금이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홍콩 재벌들이 중국 송환법 제정 우려가 높아지자 개인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기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금융가·은행가·변호사들을 인용, 홍콩의 자산가들이 싱가포르로 자산을 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이 중국 공산당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한 재벌은 홍콩 씨티은행 계좌에서 싱가포르 씨티은행 계좌로 1억 달러 이상을 송금했다고 한 금융계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제 시작일 뿐이다. 다른 자산가들도 이런 일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대부분 자산가들이 싱가포르를 도피처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자산가들뿐만 아니라 다국적 기업들도 홍콩을 빠져나와 싱가포르로 아시아 본부를 이전할 경우, 싱가포르는 엄청난 반사익을 얻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14일 중국 송환법이 제정되면 홍콩의 자치권이 크게 훼손되기 때문에 자본이 대거 이탈, 홍콩의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홍콩에서 이탈한 자금이 싱가포르로 유입될 경우, 싱가포르는 신용등급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인 것이다.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