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의 선생' 문학평론가 황현산이 남긴 말말말
문단의 어른이자 활발한 트위터 활동으로 많은 사랑 받아
고(故) 황현산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 News1 |
담낭암으로 8일 별세한 황현산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73)은 깊이 있는 안목과 정연한 논리, 뛰어난 문장으로 평단 안팎에서 존경을 받는 문학평론가다.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을 펴내 일반 독자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고인은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트위터에서도 일상, 문학, 정치 분야에 관해 빛나는 단문을 남긴 바 있다.
고인은 예술과 번역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앞날을 내다봤다.
"예술이 지향하는 이상 가운데 하나는 아름다우면서 쓸모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오해하지 말 것은 이 쓸모없다는 것은 '지금은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 그것의 쓸모를 찾아내는 것이 문화의 발전이기도 하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취준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미래에 없어질 직업에 첫 번째로 번역가를 꼽았다고 한다. 이런 생각은 번역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하겠지만, 영혼 없는 번역들이 이런 생각을 부추기기도 했을 것이다."
고인은 정치적 문제에 관해서도 생각을 감추지 않았다.
"광주더러 '이제 그만 좀 해라'하던 인간들이 세월호 유족들 보고도 '이제 그만 좀 해라'라고 말한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라. 어떻게 그만 둘 수 있겠는가. 사실 오늘의 이 민주화는 불행했던 사람들의 덕택이다."
"독재는 자주 비장한 폼을 잡고 시작해서 지저분하게 끝난다. 독재자 앞에 모이는 것은 언제나 단순한 두뇌와 단순한 감정을 지닌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순한 것 뒤에서는 모든 것이 지저분한 것이 된다."
또한, 그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 보다 본질적인 무엇을 연결하기도 했다.
"목욕탕에서 일하는 허리 굽은 노인이 거울을 깨끗이 닦아놓고 흐뭇해서 바라본다. 주인집 빨래를 해도 내 발굼치 희어지는 재미로 한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어디서나 자기를 실현할 기회를 찾지만 존중되어야 할 그 열망이 자주 착취되기도 한다."
"'씨'는 원래 높여 부르는 말이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사용하다보니 격이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식모'도 대접하는 말이었지만 하는 일이 대접받는 일이 아니어서 천칭이 되었다. 높은 말을 찾을 것이 아니라 말이 높아져야 한다. 결국 민주의식의 문제."
한편, 빈소는 고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205호(8일) 301호(9일부터)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0일 오전 10시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