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생일 준비에 몸서리"…대한항공 직원들의 이유있는 반대
'갑질' 중심 조 전 부사장 경영개선 요구 설득력 없어…줄잇는 비판
왼쪽부터 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뉴스1DB)© 뉴스1 |
"제대로 된 전문경영인일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인 블라인드에서 강성부 펀드(KCGI)와 반(反) 조원태 연합을 구성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주장을 반박하는 직원 의견 중 하나다. KCGI의 먹튀와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는 직원들은 조 전 부사장이 내세운 명분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W(조원태), A(조현아)로 나눠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을 개인 회사로 생각한다고 지적한 게시물에는 이에 동조하는 댓글이 대다수다.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에서 한진그룹을 나락으로 떨어트린 장본인이 경영개선을 주장하는 건 적반하장이라는 강경한 목소리가 나온 것과 비슷한 분위기다.
일반직 노조와 익명 게시판 일부 의견이 임직원 입장 전부를 대변한다고 볼 수 없지만 내부에 조 전 부사장 행보에 곱지 않은 시각이 상당한 건 사실이다.
5일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그녀를 원치 않습니다"는 게시물에는 총 26건의 댓글(댓글의 댓글 제외)이 달렸다. 이중 조 회장을 지지하는 의견은 11건에 달했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비판과 전문 경영인 체제의 신뢰성에 의문을 드러낸 목소리는 8건이다. 이를 더해 26건 중 70% 이상이 조 회장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낫다는 의견은 있었지만 조 전 부사장의 경영권 위협을 직접 지지하는 댓글은 한건도 없었다.
출처=블라인드© 뉴스1 |
한진그룹의 경영개선을 주장한 조 전 부사장을 바라보는 시각의 현 주소다. 다른 주요 주주였다면 명분이 있었겠지만 조 전 부사장이기 때문에 설득력을 잃었다.
한 게시물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생일축하를 위해 일과 후 한달 동안 재롱잔치를 준비했던 기억에 몸서리 친다는 직원이 있을 정도다. 땅콩회항 때 드러난 조 전 부사장의 갑질에 임직원이 시달려 왔다는 유추가 가능한 대목이다.
이는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신뢰위기의 시발점이라는 비판과 맞닿아있다.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 역시 비정상 경영 장본인이 경영개선을 주장하는 일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일갈한다.
실제 한진가 갑질 논란은 2014년 말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태로 전면에 불거졌다. 땅콩회항 사건 이후 대한항공 브랜드 가치는 단기간에 급락하는 부침을 겪었다. 2015년 3월 브랜드 가치평가 회사인 브랜드스탁 조사 결과 대한항공 브랜드 가치는 전년 6위 대비 무려 39계단 떨어진 45위를 기록했다.
땅콩회항 과정에서 발생한 폭언·폭행으로 조 전 부사장은 집행유예 판정을 받았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사건이 사법처리 대상이 아닌데도 여파가 컸던 것도 이런 전례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출처=블라인드© 뉴스1 |
조 전 부사장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연루된 밀수(관세법 위반혐의) 및 불법가사 도우미 고용혐의는 한진그룹 신뢰위기의 정점이다. 이를 계기로 11개 정부 부처가 한진그룹을 전방위에서 압박했고 관세탈루, 밀수 등 혐의가 알려지며 기업가치가 급락했다.
2018년 4월 2만5000원선을 오가던 한진칼 주가는 해외명품 밀반입 수사가 본격화된 7월 1만6400원선까지 폭락했다. 같은해 10월까지도 1만8000원 안팎까지 떨어졌고 이는 KCGI가 지분을 매입, 그룹 경영권을 위협하게 된 단초가 됐다.
사모펀드가 한진그룹을 흔들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반(反) 조원태 연합을 구성한 것은 회사를 개인소유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원태 회장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도 외부세력에 대한 경계와 함께 방관으로 일관하다가는 내부에서부터 그룹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한항공 직원은 "내부 신망을 잃은 건 그동안 회사에서 보여준 모습과 회사 위기를 자초한 갑질로 스스로 판 무덤"이라며 "경영개선을 주장하기 전에 조 전 부사장이 그동안 벌어진 일들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게 상식적인데 이를 기대하는 것조차 우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haezung22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