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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女아이돌 딥페이크' 텔레그램방 확인…경찰 "엄정 수사"

취재서 4개 전용방 확인…최대 2000명 회원도

소속사 "텔레그램서는 처음 확인"…경찰 "뿌리뽑을 것"

텔레그램 상 여성 아이돌 딥페이크 사진 리스트 © 뉴스1 황덕현 기자

성착취 영상을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n번방' 등에 대한 사법당국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연예인들의 얼굴 등을 성인 비디오(AV) 배우 등과 합성한 사진, 영상을 공유하는 이른바 '성인 딥페이크물' 전용 텔레그램 비밀방이 다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포털사이트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나 사이트 자체적으로 불법 딥페이크물을 관리·삭제하고, 국내 메신저 프로그램은 음란, 도박, 청소년 유해 활동이 확인되면 계정을 정지하고 있지만 텔레그램은 딥페이크 범죄에 있어서도 무법지대였다. 이중에는 국내 대표 아이돌 그룹과 관련한 전용방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취재 결과 텔레그램에서 연예인을 소재로 한 '성인 딥페이크물' 전용방을 4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중 여성 아이돌 가수를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물이 올라와 있는 방에는 최대 2000명 넘은 회원들이 딥페이크 사진과 동영상을 올려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전용방은 모두 복잡한 가입 주소를 직접 확보, 입력해야만 들어갈 수 있어 초대 등으로 유입되는 n번방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에 올라온 사진과 영상들은 사진편집 전용 프로그램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을 본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는 "얼굴 음영이나 그림자 위치 등을 보면 실제처럼 만들기 위해 (사진 1장당) 최소 수시간 이상 작업이 걸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인원이 많은 채팅방에는 500여개의 성인 딥페이크물이 올라와 있었다. 방 이름에는 'Ver.4'가 붙어서 폭파와 재결집이 이뤄진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해당 채팅방은 지난 13일 새로 개설됐다. 지난 16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검거되는 등 경찰의 수사망이 한창 좁혀지고 있을 당시다. 3번째 방에 해당하는 'Ver.3'은 지난해 6월부터 약 9개월간 유지됐다.


텔레그램 특성상 문제의 사진과 영상을 직접 발견해 삭제를 요청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음란물을 걸러낼 모니터링 수단이 전혀 없다. 국산 메신저 카카오톡 등은 금칙어 모니터링 등을 하고 있고, 음란 정도가 심할 경우 계정 정지나 삭제 조치 등을 하고 있다.

아이돌 합성 성인 딥페이크물이 올라온 텔레그램 채팅방에 이주를 지시하는 문구가 작성돼 있다. © 뉴스1

경찰청 관계자는 “텔레그램에 불법촬영물을 삭제해달라는 메일을 보내면 2~3일 뒤에 해당 사진·영상이 삭제되지만, (수사를 위해) 게시자 인적사항을 제공해달라는 요청에는 응답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딥페이크 사진에 이용된 여성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기획사 관계자는 "텔레그램에서 딥페이크물이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됐다"며 "알고도 사실상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악성 댓글 등은 법무팀의 고소·고발로 실제 처벌이 이뤄지게 하고 있으나 텔레그램의 딥페이크물은 채팅방 이동이 잦고, 생산자·유포자를 특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강경 대응을 언급할 경우 해당 가수가 받게 될 이미지 타격도 문제라 여러모로 골칫거리"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n번방 관련 국민청원으로 25일 출범한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에서 유명인 합성 성인 딥페이크물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취재 내용을 전달받은 디지털성범죄 특수본 관계자는 "엄정 수사로 척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갑룡 경찰청장도 "(디지털 성범죄 관련) 모든 불법행위의 접촉과 흔적을 찾아서 철저하게 불법 행위자를 퇴출하고 그 행위에 상응하게 엄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딥페이크 유포자나 관람자를 잡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지법 얀양지원은 지난 2018년 여성 아이돌 그룹과 배우 등의 사진을 나체사진과 합성한 사진 100여장 등 1.8GB 가량의 사진을 파일공유 사이트를 통해 유통한 20대 남성에게 징역 10개월의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어린 나이로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딥페이크 처벌과 관련한 규정인 성폭력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10만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국민동의 청원 1호 법안으로 본회의를 통과되면서 처벌 강화의 움직임은 일부 있다.


해당 개정안에는 연예인 등의 사진을 합성해 불법 영상물을 만드는 '딥페이크' 처벌 규정을 추가됐다. 하지만 당시 여성단체들은 'n번방'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과 실질적 처벌 강화책이 빠진 졸속 입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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