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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즐기는 '새 루트'…靑·경복궁·도심·남산 한눈 '최고 뷰'

청와대 경내~북악산 5.4km…경내 산책, 권력자 된듯 '으쓱'

백악마루 올라서면 '아파트 도시' 감싼 거대 정원도시의 진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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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의 청와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풍경. 북악산-청와대-경복궁-광화문으로 이어지는 도시경관의 끝에 남산이 있다 © 뉴스1

 뉴욕의 상징인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조경가가 "공원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장소"라고 했다. 권력자와 부자들만 이용했던 장소를 모든 사람에게 내주는 공간이란 뜻이다. 당시의 어떤 사람은 "오늘 이만큼의 공원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이만큼 한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공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청와대 '궁궐'이 누구나 갈 수 있는 '공원'으로 개방되었다는 것은, 어찌 되었든, 좋은 뉴스임에는 틀림없다.


세계의 도시공원 중에서 가장 풍경이 좋다는 센트럴파크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거대한 정원'이고, 가장 규모가 큰 궁궐인 베이징의 자금성(紫禁城)에서는 나무 한 그루 보기 힘들다. 숲이 울창한 산, 역사적 건물과 아름다운 정원, 격조 높은 궁궐. 이 삼박자가 함께 연결된 도시공원은 북악산~청와대~경복궁으로 이어지는 이곳이 세계적으로 유일할 것이다. 주변의 북촌, 광화문, 창덕궁 등 한국적인 장소와 연계돼 곧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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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개방된 청와대…기품 넘치는 건물, 아늑한 정원, 우아한 반송과 낙락장송의 숲

청와대는 900년 전의 고려시대에 별궁이 있던 자리고, 조선시대에 경북궁의 후원(後園)이 되었으며, 일제강점기 때 총독의 관사, 그리고 해방 이후 역대 대통령의 집무실과 숙소로 이용되었다. 해방 이후 74년 만의 개방이라고 하지만, 사실상은 900년 만의 개방이다. 청와대는 혼잡을 막기 위해 당분간 예약제를 한다. 시간대별로 하루에 3만9000명만 입장하는데, 이미 수백만 명의 예약자가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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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녹색 소나무 사이로 빛나는 푸른 지붕의 격조 © 뉴스1

본관-입장객들은 우선, 입구에서 가까운 청와대 본관으로 몰려 인증사진을 찍는다. 뷰포인트인 현관에 기다란 줄이 선다. 청기와 15만 개를 올렸다는 푸른 지붕과 궁전 모양의 건물은 '대통령궁'답게 중후한 기품이 서려있다. 봉긋한 북악산-중후한 본관-넓은 잔디밭으로 이어지는 경관축은, 잔디밭을 물로 보면,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전형이다.

파란 덧신을 신고 실내에 입장하면, 넓은 현관에서 육중한 중앙계단으로 깔린 빨간 양탄자에 압도된다. 내부의 핵심은 대통령집무실이다. 황금빛 봉황 문양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는 뷰 포인트다. 영부인의 접견실도 인기다. 미색 양탄자와 베이지색 벽체, 빛나는 샹들리에가 은은하다.


소정원, 수궁터-팜플렛에 그려진 추천경로를 따라 관저(官邸)로 가면서, 길 아래에 정자와 연못이 있는 소정원을 바라본다. 아늑하고 조용한 작은 숲이다. 이어서 예전의 병사들이 머물던 수궁터(守宮)를 지나는데, 744년 되었다는 주목 한 그루가 '간신히' 서 있다. 나무기둥이 갈라지고 구멍이 나고 주름투성이다. 본래 높은 산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나무인데, 어쩌다 이곳에서 홀로 역사의 격동을 지켜보게 되었을까? 이 노목의 나이테에 엄청난 스토리가 담겨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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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년 된 주목. 주름투성이 나이테에 격동의 역사가 담겨있을 것이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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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언덕 위의 푸른 지붕 집, 대통령 숙소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 © 뉴스1

관저-작은 언덕길을 올라 대통령 숙소인 관저에 도착한다. 기다란 한옥 두 채가 ‘ㄱ’자 형태로 붙어있는 청기와집이다. 햇빛이 푸른 기와와 밤색 기둥을 밝게 쪼여 건물 전체가 따듯하게 느껴진다. 유리창 문을 통해 개인공간을 살짝 엿보는 사람들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오운정, 미남불-관저 뒤로 숲길의 나무계단을 올라서니 오운정(五雲亭)이라는 정자가 단아하게 앉아 있다. 관람객이 너무 많아 '오색구름에 뜬 정자'의 분위기를 체감하기 어렵다. 조금 더 가면, 길에서 청와대와 서울시내가 조망되고, 곧 정자 밑에 좌정하신 '돌 부처님'을 만난다. 유명한 미남불(佛)이다. 살이 조금 찐 얼굴에 뭉툭한 코, 무심한 표정, 무게감 있는 몸매다. 지금 기준이 아니고, 신라시대의 미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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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불이라 불리는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의 얼굴. 고향인 경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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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원, 반송-귀한 손님들을 맞이했던 침류각과 상춘재 한옥을 구경하고, 야외행사를 하던 녹지원으로 내려선다.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잔디밭 가운데에 우아하게 서있는 반송(盤松)에게 몰려 탄성을 지른다. 높이 12m에 달하는 기다란 반원 형태로, 사방으로 퍼진 가지가 흐트러짐 없이 고고하다. 170세를 넘은 반송 옆에 높이 15m가 넘어보이는 적송(赤松) 네 그루가 호위 무사처럼 서있다.

녹지원을 벗어나자 기자들이 상주하던 춘추관이 있고, 그 앞의 넓은 잔디밭에 설치한 수십 개의 간이텐트에서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다. 관람을 마친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이 구중궁궐에서 '그 대통령'이 고생을 했느니 호강을 했느니 편이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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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송과 적송. 우아하고 기품있는 소나무 풍경에 사람들이 경탄한다 © 뉴스1

담장 산책로-춘추관에서 산등성이를 따라 본관 뒷산까지 이어지는 약 1.5㎞의 -담장 밑 산책로를 천천히 '종주'했다. 높은 담장을 따라 나무데크 길이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고, 군데군데 시내를 조망하는 전망대가 나온다. 주변은 대부분 '낙락장송'급 소나무 숲이고, 떨어진 솔방울 사이를 청설모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이 숲은 북악산이 내려오다가 담장으로 분리된 '작은 북악산'이다. 이 길은 역대 대통령들이 건강관리를 하거나 사색을 할 때 한바퀴 도는 명상길이었을 것이다.


가장 멋진 풍경은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다. 이런 특권, 특별한 풍경을 즐기다니!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권력자가 된 기분일 것이다. 이제 또다른 풍경, 북악산의 새로 개방된 등산로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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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내 산등성이의 산책로에서 바라본 ‘낙락장송 위 서울풍경’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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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칠궁~북악산~삼청동~경복궁 5.4㎞…서울 최고의 전망, 소나무 숲길 등산, 북촌·경복궁 소풍

칠궁-청와대 경내를 나와, 북악산으로 오르는 입구에 칠궁(七宮)이 있다. 왕을 낳았으나 왕비가 되지 못한 일곱 명의 후궁을 기리는 곳이다. 정문 앞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말에서 내리라(大小人員皆下馬)'는 돌비석이 있다. 숙연한 분위기의 일곱 개 전각 중에서 장희빈을 기리는 대빈궁(大嬪宮)앞에 사람이 많다.


칠궁 정문에서 등산로 표지를 따라가면 칠궁 뒤편의 오르막에 등산로 입구가 있다. 검정색 철문, 검정 철책과 철조망, 회색무늬 참호, 검은색 아스팔트 등 모두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다. 막 떠들며 갈 분위기가 아니다. 처음부터 꽤 경사가 있는 아스팔트길의 왼쪽은 3중 철책이고, 오른쪽 담장은 군데군데 철조망이 올려졌다. 개미 한 마리 침투할 수 없는 경비시설이다.

지그재그로 설치된 계단을 올라서며 칠궁에서 20분쯤 걸려 백악정에 도착한다. 나무 그늘에서 '조금 열린' 시내 경관을 바라보는 작은 정자다. 반대편 길은 금융연수원에서 올라오는 아스팔트길이다.


청와대전망대-백악정 뒤의 육중한 철문을 통과해, 일방통행으로 가라는 '순환 동선'을 따라 평탄한 데크길을 5분쯤 걸어, 갈림길에서 약간의 계단을 오르면 청와대 전망대다. 데크길에 붙여 만든 전망대는 십여 명이 들어서면 꽉 찰 정도로 좁다.

남산이나 인왕산에서 서울풍경을 보아왔지만, 이 방향에서 청와대와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를 관통하는 뷰는 '첫 경험'이다. 거리상으로 서울 중심부를 가장 가까이 보는 지점이다. 시선의 아래 33%는 숲(북악산)이고, 중간 33%는 청와대와 경복궁이며, 위 33%는 도시와 하늘이다. 시선의 끝 1%는 남산이다. 이 풍경을 어떻게 묘사할까. 자연과 도시, 궁궐의 수평과 빌딩의 수직, 과거와 현재의 조합이다. 조화의 미와 대비의 미가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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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전망대 풍경. 가까운 숲과 궁궐은 선명한데, 멀리 도시경관은 미세먼지로 희미하다 © 뉴스1

북악산-전망대로 올랐던 갈림길에서 직진해 왼쪽의 돌계단을 10분쯤 오르면 만세동방(萬世東方)이라는 약수터를 만난다. 국가의 번영과 임금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15분쯤 산허리길을 내리락 오르락 돌아 북악산 능선에 오른다. 여기는 인왕산~남산~낙산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길(18.6㎞)이다. 남쪽으로 돌계단을 올라 청운대(293m) 표지석 앞에 서니 아카시아 꽃무더기 너머로 시내 전망이 확 트인다. 길 건너의 데크 전망대에서는 북한산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서울은 '아파트 도시'지만, 여기서 보는 서울은 산 곁에 들어선 '정원도시'다.


1·21사태 때 총에 맞은 소나무를 지나 북악산의 정상인 백악마루(342m)에 오른다. 얼마 전만 해도 경찰이 고정근무하던 곳이다. 청와대와 경복궁에서 보면 멋진 봉우리지만, 막상 정상은 전망이 나무에 가리고 협소하다. 몇몇 사람이 옆에 있는 좁은 바위에 올라, 하체에 단단히 힘을 주고 인왕산 쪽 시내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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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대 데크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양도성 성곽과 북한산. 오른쪽 가장 높은 봉우리는 보현봉 © 뉴스1

백악마루에서 남쪽의 창의문으로 내려서서 세검정, 경복궁으로 가거나, 북쪽으로 숙정문, 혜화동으로 갈 수 있다. 어느 길을 가든 성곽을 따라 울창한 숲과 탁 트인 전망을 즐기는 길이다. 기자는 삼청동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왔던 능선길을 10분쯤 되돌아 가, 갈림길에서 삼청안내소 표지를 따라 10분쯤 내려서니 법흥사터 설명판이 있다. 전 대통령이 문화재 위에 걸터 앉았다고 논쟁이 되었던 주춧돌 10여 개가 공터 둘레에 놓여 있다. 그곳에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그랬는지 로프로 출입금지 시설을 해놨다. 사람들이 그곳을 바라보며 "나도 앉아보고 싶다"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눈 여겨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갈 평범한 풍경이다.


북촌과 경복궁-때죽나무 꽃이 조롱조롱 흔들리고 황매화 꽃이 노랑노랑한 길, 딱따구리가 나무를 드르륵~ 쪼는 소리가 들리고 골바람이 시원한 산길을 10분쯤 내려와 삼청안내소에 도착한다. 도로를 건너면 곧 삼청공원이고, 조금 더 가면 버스정류장과 북촌 거리가 나온다. 고만고만한 한옥과 현대건물이 예쁘게 뒤섞인 '퓨전 거리'를 쭉 내려가면 국립현대미술관과 경복궁 옆문이 나온다. 북촌과 경복궁에는 한복을 입은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그들이 주인공인 서울의 거리, 한국의 왕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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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과 경회루. 북악산-청와대-경복궁으로 이어지는 풍경에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자연과 문화, 그리고 긴 역사가 담겨 있다 © 뉴스1

런던은 몇년 전부터 '런던국립공원'을 표방하고 나섰다. 시내의 여러 정원과 녹지를 하이드파크와 버킹검궁과 같은 큰 공원과 연결시켜 런던을 거대한 공원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런던은 이를 위해 도시의 녹지율을 높이고, 각 공원을 '도로망'처럼 연결시키고 있다.


서울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공원도시가 될 수 있다. 북한산, 관악산, 남산, 한강 같은 녹지축을 거점으로 주변의 야산, 동네공원, 하천을 네트워크화 하면 세계최고의 도시자연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청계천~광화문~경복궁~청와대~북악산으로 이어지는 도심의 광장과 녹지를 제대로 연결시키고, 주변의 관광상권을 활성화하면 자연과 문화, 환경과 경제가 어우러진 도시낙원을 만들 수 있다.


엊그제 지방선거로 훌륭한 지역정치가들이 당선됐다. 정치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일이다. 전염병과 기후변화시대에서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는 비법의 하나는 공원을 만드는 일이다. 마침 이번의 청와대 개방을 계기로 런던국립공원에 버금가는 '서울국립공원'이 만들어지기 바란다. 전국의 회색도시를 초록도시로 바꾸는 것에 백성들의 세금을 펑펑 쓰기 바란다.


(서울=뉴스1) 신용석 기자​stone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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