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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곡옾눞' '띵작'…청소년·노인 모두 "신조어로 세대차이

청소년 84% '신조어 부정적'…직장인 96% "신조어 몰라 검색"

1920년대부터 생긴 신조어…노인 40%·청년 90% "소통 안 돼"

뉴스1

2018년 신조어 테스트(SNS 갈무리)© News1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엄마 아빠 아들이라서 오지고 지려요."


지난 6월 14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은 김모씨(43·여)는 배꼽 인사를 하며 축하를 건네는 아들 이모군(11)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런 말을 어디에서 배웠느냐"고 다그치자 이군은 다시 '갑분싸' '갑분띠'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이군이 말한 '오지다' '지리다'는 마음이 흡족하거나 감탄했을 때 쓰는 말이다. '갑분싸' '갑분띠'는 각각 '갑자기 기분이 싸해진다' '갑자기 기분이 띠용'이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모두 신조어로 통한다. 일부는 '급식체'(청소년들이 즐겨 쓰는 문체)로 불리기도 한다.


이른바 '통신 언어'로도 불리는 신조어는 이름 그대로 인터넷이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생산되고 확산하기 때문에 기성세대보다는 젊은세대 위주로 퍼진다. 신조어도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신조어' 1920년에도 있었다…언어 발전시키지만 역기능도 많아


사실 신조어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신세대'는 늘 있었으니 당연한 얘기다. 언어학자들은 '신조어가 원활하고 풍부한 의사소통 문화를 만든다'고 평가한다.


한글학회장을 맡은 권재일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교수는 "신조어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있었던 것"이라며 "신조어는 주로 젊은이들이 주도적으로 사용했는데, 신조어가 많이 쓰일수록 새로운 어휘와 표현이 풍부해져 언어문화를 발전하는 보탬이 됐다"고 전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신조어는 1920년대에도 나타난다.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 전시된 1920년대 사전을 살펴보면 '모보' 와 '모걸'이라는 말이 있다. 각각 '모던 보이'(Modern boy·현대 남성)와 '모던 걸'(Modern girl·현대 여성)의 준말이다.


하지만 역기능도 있다. 신조어의 남용은 올바른 한글 문법을 파괴하거나 세대 간 의사소통 장애를 일으킨다.


권 교수는 "신조어는 그 사회의 언어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반면 한글의 '조어법'을 무시한 약어(줄임말)나 외래어의 무분별한 합성은 한글체계를 파괴하는 역기능이 나타난다"고 경고하면서 "세대 간 의사소통 장애뿐 아니라 같은 젊은이끼리도 의사소통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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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0대 '최애'(가장 좋아하는) 신조어 TOP 7(잡코리아·알바몬 제공)© News1

◇청소년·직장인·노인 이구동성 "신조어로 세대 차이 느낀다"


실제로 과도한 신조어는 전 세대에 걸쳐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2030대 청년 10명에게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10개 (Δ좋페 ΔTMI Δ렬루 Δ톤그로 Δ롬곡옾눞 Δ발컨 Δ문찐 Δ법블레스유 Δ혼노코 Δ혼모노)의 뜻을 물은 결과 정답률은 40%를 밑돌았다.


신조어 뜻 대부분을 맞히지 못한 A씨는 "나의 신조어는 '버카'(버스카드)에 멈춰있는 것 같다"며 "같은 젊은 세대 속에서도 소외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해 20~40대 직장인 85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89.2%의 직장인이 '신조어 때문에 세대차이를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신조어 뜻을 이해하지 못해 검색해봤다'고 답한 20대는 무려 96%에 달했다.


10대 청소년도 대부분 '신조어는 한글을 파괴하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학생교복업체 엘리트가 지난 2016년 중·고등학생 1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중고생 84.3%는 '신조어 사용이 한글 훼손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중고생 63.6%는 하루 3회 이상 신조어를 사용한다고 답했지만, 신조어를 사용하는 이유로 '친구들과 순조로운 대화를 위해서'라는 답변이 42.9%를 차지했다. 반면 '표준어보다 신조어가 익숙하다'는 답변은 9.3%에 그쳤다. 또래와 어울리기 위해 신조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셈이다.


의사소통 장애로 인한 '세대 간 격차'도 매우 크게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일 발표한 '노인인권종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의 40.4%가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청장년이 느끼는 '소통의 벽'은 더 심각했다. 청장년 10명 중 9명(90%)이 '노인과의 소통이 어렵다'고 답했다. '세대 간 갈등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노인 44.3%, 청장년 80.4%로 조사됐다.


◇국립국어원, 신조어 수록…전문가 "신조어 순기능 부각해야"


신조어의 수명은 평균 5년 남짓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신조어가 생산되지만 한글 어휘로 인정받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의 신조어는 잠시 유행했다가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국립국어원은 2016년 10월부터 혐오나 욕설, 비하의 뜻을 담은 말을 제외한 신조어를 인터넷 아카이브 '우리말샘'에 수록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개편이 쉽지 않은 국어사전만으로는 살아있는 언어 현상을 기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온라인 사전 개념인 '우리말샘'을 제작했다"며 "우리 사회를 설명하고 기록할 수 있는 언어들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신조어는 '언어문화의 발달'이라는 순기능과 '세대 간 의사소통 단절' 혹은 '한글의 훼손'이라는 역기능을 모두 가진 양면성이 있다"면서 "신조어가 풍부한 어휘를 창조하면서 한글의 조어법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언어정책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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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에 꽃으로 '한글 사랑해'라는 글자가 만들어져 있다. 이번 한글날 경축식은 2006년 국경일로 격상된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린다. 2018.10.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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