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공판 앞둔 고유정 재판 '충격과 탄식의 99일'
18일 의붓아들 살인사건 병합 안되면 예정대로 결심
1~6차 공판 커튼머리·피해자 성폭행 주장 등 논란 거듭
전 남편 살해 혐의로 재판 중인 고유정© News1 |
고유정(36) 전 남편 살인사건 결심공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8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고유정 사건 7차공판이 열린다.
이 공판에서는 고유정을 대상으로 한 피고인 신문과 검찰의 구형 등이 있을 예정이다.
8월12일 첫 공판을 기준으로 결심공판은 고유정 재판 99일째 되는 날이다. 선고를 앞둔 마지막 공판이다.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고유정의 충격적인 범행과 쟁점들을 정리해본다.
재판 내내 커튼머리...분노한 시민에 머리채 잡혀
고유정 재판을 향한 대중의 관심사 중 하나는 신상정보공개 이후에도 제대로 공개된 적없는 얼굴을 볼 수 있을까 하느냐였다.
제주지방법원은 사상 처음으로 재판 방청권을 선착순(2차공판부터는 추첨)을 통해 배부했다. 8월12일 첫 공판일에는 새벽부터 방청권을 받으려는 100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몰렸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8월12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며 시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2019.8.12/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
그러나 고유정은 대중의 기대를 보기좋게 배신(?)했다.
호송차량에서 타고 내리는 짧은 순간에는 특유의 커튼머리가 등장했고 법정 안에서 조차 방청객쪽으로는 머리를 넘겨 얼굴을 볼 수 없게 가렸다.
첫 공판을 마치고 교도소로 돌아가는 호송버스를 타던 고유정은 분노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 사건이후 교정당국은 호송인력과 시설을 대폭강화했다.
고유정 재판은 탄식과 충격의 연속이었다.
범행의 잔혹성이 드러났을 때는 방청석에서 욕설과 고성이 터져나왔다 피해자를 그리워하는 유족의 안타까운 증언과 고유정의 범행 후 대담한 행각에는 눈물과 한숨이 쏟아졌다.
'착한아내. 좋은엄마' 고유정의 변명은?
고유정측은 줄곳 전 남편 강모씨(36)가 성폭행하려해 저지른 우발적범행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고유정 변호인은 이를 "안타까운 진실"이라고 표현했다.
첫 공판에서는 피해자에게 변태성욕이 있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고유정 변호인은 "무리한 성적 요구를 고유정이 거부하지 않았던 과거를 기대했던 것이 비극을 낳게 된 단초"라며 피해자에게 범행 책임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해 방청석에서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전 남편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제주지방법원에서 2차 공판을 받는 9월2일 오후 고유정이 교도소 호송버스에서 내려 건물 안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기위해 취재진과 시민들이 몰려있다.2019.9.2/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
고유정의 이같은 주장은 4차공판에서 절정을 이뤘다.
고유정은 A4용지 8장 분량의 모두진술에서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본 범행 당시의 모습을 묘사했다.
수박을 썰려고 하는 자신을 강씨가 성폭행하려해 한차례 찌르고 달아났다는 주장이다.
졸피뎀을 넣은 것으로 추정되는 카레라이스를 강씨가 먹지 않았다고도 진술했다.
진술서를 읽으며 눈물까지 흘린 고유정은 말미에 "제 분신과 같은 아이를 볼 수도 없고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게 가슴이 찢어진다"며 모성 전략을 폈다.
피해자의 남동생은 고유정을 향해 "조카를 방패막이로 삼지말라"며 일침을 가했다.
속속 드러난 고유정의 거짓말
고유정 재판 최대 쟁점은 피해자 혈흔에서 검출된 졸피뎀이었다.
160㎝의 왜소한 체격인 고유정이 180㎝가 넘는 건장한 체격의 강씨에게 졸피뎀을 먹여 물리적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검찰은 졸피뎀이 검출된 피해자 혈흔을 증거로 제시했으나 고유정측은 고유정의 혈흔이 섞여있다고 반박했다.
법정에 선 전문가들은 고유정 혈흔이 섞이지 않은 피해자 DNA에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고 증언, 계획범행에 무게를 실었다.
졸피뎀을 넣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카레는 범행 당일 펜션에 함께있던 고유정의 아들이 "삼촌(아들은 아버지를 삼촌으로 알고 있음)과 나는 카레를 먹고 엄마는 먹지 않았다"고 증언한 사실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전 남편은 먹지 않았다"고 주장한 고유정의 주장이 들통난 것이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9월3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2019.9.30/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
또 우발적으로 한차례 흉기로 강씨를 찔렀다는 고유정의 주장역시 거짓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드러났다.
국과수가 현장에 뿌려진 혈흔의 크기와 형태, 위치 등을 분석결과 다이닝룸 9번, 주방 5번, 현관 3번 등 3곳에서 15차례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것으로 나타났다.
막판 변수 의붓아들 살인사건 병합 여부
이제 전 남편 살인사건 재판은 결심과 선고만 남았다.
검찰은 사형 적어도 무기징역을 구형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의붓아들 살인사건이다.
제주지검은 지난 3월2일 오전 청주에 있는 자택에서 의붓아들 A군(5)을 살해한 혐의로 고유정을 추가 기소하고 재판부에 병합을 신청했다.
의붓아들 살인사건은 정황증거가 대부분이고 고유정이 범행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전 남편 살인사건 못지않은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의붓아들 사건 공판준비기일은 전 남편 사건 결심 다음날인 19일이다.
병합 가능성은 결심공판이 열리는 18일까지 열려있다. 병합이 결정되면 결심은 미뤄질 수 있다.
전 남편 유족측은 병합없이 개별 사건으로 선고해주길 바라고 있다. 두 사건이 병합되면 판결은 최대 6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어서다. 전 남편 유족측은 "새로운 사건 심리가 모두 끝날 때까지 그저 기다리라는 것은 유족에게 너무나 가혹하다"며 병합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의붓아들 유족측은 두 사건을 병합해야 법정최고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며 병합을 요구하고 있다.
고유정 변호인은 지난 11일 재판부에 7차공판기일을 연기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재판부가 불허했다.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