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형 몸부림?'…거제 살인 가해자 매일 반성문 제출
"29일 첫 공판 앞두고 선처 호소"…'반성문 감형 반대' 여론
반성문 소식에 피해자 언니 “최고형 선고해 달라” 진정서
거제 살인사건 현장인 경남 거제시 고현동의 한 선착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놓고 간 국화꽃과 음식이 놓여 있다. 2018.11.1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
'거제 잔혹 살인사건' 가해자 박모씨(20)가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재판부에 8차례나 자필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박씨가 지난 5일을 시작으로 14일까지 매일 반성문을 제출한 셈이다. 박씨가 앞으로도 계속 반성문을 쓸 것인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박씨는 반성문에서 자신이 일찍 아버지를 여읜 점, 아르바이트로 어머니와 누나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는 점, 군입대를 앞두고 스트레스를 느꼈다는 점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자필로 반성문을 썼다.
이처럼 손수 작성한 반성문은 감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판사 출신 변호사 A씨는 "반성문은 몇 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 쓰는 것으로 실제로 감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밝혔다.
반면 판결문에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라는 표현이 있기도 하지만, 이는 관례적인 어구일 뿐 실제로는 양형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만큼 반성문 제출 여부와 횟수가 양형을 판단하는 판사의 재량권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술에 의한 심신미약을 인정하는 사례도 줄어드는 추세다.
박씨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피해자(58)는 거제시에서 홀로 거주했고 유족으로 부산에 살고있는 친언니가 있다. 피해자의 친언니는 매일 자필 반성문을 낸다는 사실을 알고 최근 재판부에 '박씨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법조계 관계자 B씨는 "피해자의 유가족이 엄벌에 처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면 가해자가 작성한 반성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또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긴 상태를 심신미약으로 볼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사들마다 생각이 매우 다르다"며 "명확한 기준도 없고 법조항에 추상적인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법조계 관계자 C씨는 "반성문은 판사가 판단해서 (형을)감경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통상 교도소에 갇히면 반성문을 많이 제출하는데 판사가 어떻게 보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높은 사안"이라며 "그것 때문에 반성문을 임의적 감경요소에 포함하지 말고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형법학자도 많다"고 덧붙였다.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인 만큼 박씨의 연이은 반성문 공세 소식을 접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반성문 감형' 반대 여론도 일고 있다.
피고인들은 주로 반성문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판사님)'으로 시작해 자신의 불우한 가정사를 늘어놓거나 어려운 경제적 형편을 강조한다. 또 초범이었으며 술에 취했다는 점과 순간의 실수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박씨에 대한 첫 공판은 29일 오전 10시40분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 재판부에서 열린다.
거제 지역주민들은 14일 오후 6시 사건 현장인 고현동 선착장 신오교 일대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추모식을 연다.
(부산ㆍ경남=뉴스1) 이상휼 기자,조아현 기자 = choah4586@news1.kr